화학·소재

캐즘 돌파 나선 에코프로…반도체 신사업 드라이브 [소부장박대리]

배태용 기자
[ⓒ에코프로]
[ⓒ에코프로]


[디지털데일리 배태용 기자]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로 양극재 업계도 실적 하락 등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는 가운데, 에코프로는 반도체 신사업을 통해 돌파구를 마련하려는 모습이다.

1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몇 년간 급증했던 전기차 수요는 정부의 보조금 축소, 인프라 부족, 배터리 원자재 가격 상승 등의 요인으로 인해 정체 국면에 접어들었다. 이에 따라 배터리 생산 기업들은 생산량 조절에 돌입할 수밖에 없게 됐고, 이차전지부터 양극재, 전구체 등 밑단 기업들 역시 줄줄이 충격을 피해 가지 못했다.

삼성SDI, SK온 등을 주요 고객사로 두고 있는 에코프로도 실적 악화를 피해 가지 못했다. 올 상반기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전년 대비 큰 폭으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상반기 지주사 에코프로의 경우 전년 대비 적자 전환, 영업손실 845억 원을 기록했다. 매출 역시 1조8846억원에서 8640억원으로 줄며 큰 폭의 하락세를 기록했다. 양극재 사업회사 에코프로비엠도 전년 동기 대비 절반가량 줄어든 106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문제는 하반기에도 이러한 흐름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는 것이다. 관세청 수출입 무역 통계에 따르면, 지난 6월 니켈코발트망간(NCM) 양극재 잠정 수출액은 3억 8298만 달러(약 5265억 원)로 전년 동기 대비 약 47% 감소했다. 수출 중량도 6월 기준 1만 3894톤으로, 4월 이후 두 달 연속 감소했다.

이용욱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양극재 수출량에서 확인할 수 있듯 국내 이차전지 업종에 대한 하반기 눈높이는 하향 조정될 필요가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렇게 배터리 양극재 사업이 전반적으로 상황이 좋지 못한 가운데, 에코프로는 반도체 소재 사업을 신성장 동력으로 낙점하고 돌파구를 찾고 있다. 에코프로의 자회사인 에코프로에이치엔은 반도체 소재 개발을 본격적으로 추진 중이며, 최근 2000억 규모의 유상증자를 통해 자금을 확보, 사업 확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 반도체 시장 진입을 위한 기술 개발과 생산 시설 확충에 집중하기 위한 결정으로 풀이된다.

에코프로가 반도체 소재 사업에 뛰어든 이유는 회사가 오랫동안 쌓아온 화학 공정 기술이 반도체 소재 생산에도 적용 가능하다는 점에서다. 특히, 반도체 산업에서 필수적인 고순도 화학 소재의 수요가 증가하면서 이 시장에 대한 매력이 커졌기 때문이다. 에코프로는 이 기술적 강점을 기반으로 새로운 성장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에코프로에이치엔은 소형화와 속도 및 성능 향상을 위한 미세 공정용 소재 개발에 집중하고 AI에 사용하는 고성능 반도체 칩 시장에 대응하기 위한 후공정 단계의 첨단 패키징(집적회로를 기판 등 필요한 위치에 장착하기 위해 잘라내고, 쌓고, 포장하는 기술) 관련 소재의 사업화에도 역량을 모을 예정이다.

다만 반도체 소재는 고도화된 기술력을 요구, 주요 고객사의 까다로운 품질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는 도전과제도 남았다. 특히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국내 주요 반도체 제조사들을 고객으로 확보하는 것이 성공의 핵심 관건으로 여겨지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에코프로는 이미 배터리 소재 기술력에서 인정받은 기업으로, 반도체 소재에서도 기존 기술을 응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라며 "다만 초기 진입이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성공한다면 전기차 시장의 변동성에 대비, 안정적인 사업 포트폴리오를 구축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라고 평가했다.

배태용 기자
tybae@ddaily.co.kr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디지털데일리가 직접 편집한 뉴스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