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K-배터리 캐즘 맞춰 투자 우선순위 조정…하반기 투자 결실 맺는다 [소부장박대리]

고성현 기자

애리조나 공장 조감도. [ⓒLG에너지솔루션]

[디지털데일리 고성현 기자] 국내 배터리 3사가 전기차 시장의 수요 둔화 추세에 따라 투자 계획을 순연한 가운데, 미국 중심 합작법인(JV)을 비롯한 일부 투자는 지속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특히 현대자동차그룹, 제너럴모터스(GM), 테슬라 등 신규 배터리 생산에 대한 니즈가 높은 곳을 대상으로 투자 우선순위가 조정되고 있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은 하반기 현대자동차그룹 JV 공장 투자를 위한 장비 입찰 등을 고려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이 2030년 목표로 한 전기차 판매량 계획을 유지하면서 관련 투자에도 힘이 실리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업계는 4분기부터 드라이룸 등 설비를 시작으로 장비 입찰 등 계획이 나올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에너지저장장치(ESS), 전기차용 원통형 배터리로 고려했던 애리조나 공장은 계획을 조정해 진행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리튬인산철(LFP) 파우치 배터리를 사용하는 ESS 라인의 투자는 다소 미루되, 원통형 배터리는 2170(지름 21mm, 길이 70mm)이나 4680에 대한 테슬라로의 공급 등을 토대로 투자를 지속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계획이 유지될 경우 하반기 애리조나 공장은 장비 입찰을 시작한 뒤 내년부터 본격적인 셋업에 들어갈 전망이다.

삼성SDI는 지난해 3월 업무협약(MOU)을 맺었던 제너럴모터스(GM)와 본계약을 체결하며 예정된 투자 프로젝트를 이어나간다. 전기차 캐즘에 따라 양사 협력이 무산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 시장의 예상과 달리, 기존 협력 방침을 유지한 것이다. 삼성SDI는 올해 말 미국 인디애나주 뉴칼라일에 착공을 시작할 예정이며, 오는 하반기부터는 스텔란티스 합작법인 양산을 위한 라인 셋업과 유럽 헝가리 증설을 위한 작업이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전기차 수요 둔화에도 중장기적인 성장 전망이 유지되면서 국내 배터리사의 투자도 이어지고 있다. 특히 중국 주요 업체 진입이 어려운 북미 시장을 향한 우선적 투자가 집행되는 모습이다. 특히 현대차·스텔란티스 등이 인플레이션 감축법안(IRA) 세액공제 요건을 맞추기 위해 미국 내에서 배터리를 수급해야 하는 만큼, 관련한 투자에 대해서는 특히 변동성이 적다는 게 업계 관측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올해 초에는 미국 대선 결과가 전기차 시장 성장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지만, 장기적인 성장세가 유지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투자는 이어지는 상황"이라며 "특히 미국 양 당 모두 중국 업체 진입에 부정적인 입장을 갖고 있어 국내 배터리 업계를 향한 미국 완성차 업체들의 선호도는 여전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다만 수요 부진 지속이 이어지면서 일부 투자의 경우 계획이 중단되거나 순연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실제로 LG에너지솔루션은 GM과 합작한 얼티엄셀즈 3공장을 수요 부진 등을 이유로 일시 중단했다. 그러는 한편 도요타로의 공급을 위한 미시간 단독공장의 증설 계획도 일부 검토를 진행 중인 상황이다. 폴란드 브로츠와프 공장에서 생산했던 포드 머스탱 마하-E 물량이 미시간 공장으로 옮겨질 것으로 보이는 것도 투자를 고민케 하는 요소로 꼽히고 있다.

SK온은 자체적인 재무 상황과 막대한 투자 부담을 고려, 기존 설비를 활용해 신규 수주에 대응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최근에는 배터리 공급이 가시화되는 닛산과의 거래를 JV 설립이 아닌 SK온이 미국에 운영중인 조지아주 공장(SKBA, SK배터리아메리카) 유휴 라인을 활용하는 안을 유력하게 논의하고 있다. 만약 관련 거래가 체결된다면 이르면 내년, 혹은 내후년쯤 공급을 시작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지리자동차로 향하는 각형 LFP 배터리 물량은 서산 공장을 활용할 것이 유력하다. 서산 공장에 갖춰진 인프라를 개조해 장비 납품 등에 대한 비용을 최대한 줄이고 성과를 내겠다는 의미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올해 초 배터리 업계에서는 신설되는 라인에 전극 공정을 배제하는 등 비용을 효율화하기 위한 여러 안을 검토한 바 있다"며 "전기차 수요 둔화 흐름이 내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최우선순위 중심의 투자 방침을 지속할 공산이 크다"고 말했다.

고성현 기자
naretss@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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