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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지주 회장들, 불편한 추석 연휴… 임종룡 회장 등 내달 국감 줄소환 불가피

권유승 기자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왼쪽), 이석준 NH농협금융지주 회장. ⓒ각 사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왼쪽), 이석준 NH농협금융지주 회장. ⓒ각 사

[디지털데일리 권유승 기자] 내달 7일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될 국정감사에 주요 금융지주사 회장들이 줄줄이 소환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각종 금융사고로 내부통제 문제 등이 도마 위에 오른 가운데, 금융그룹의 수장들을 향한 국회의 날 선 시선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다.

특히 이중에서도 사안과 쟁점이 무게감이 다른 '블록버스터급' 사건의 중심에 서 있는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과 이석준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이 집중 포화를 받을 것이란 예상에 무게가 실린다.

다만 증인이나 참고인 소환이 요구되더라도, 이런저런 구실로 이들이 실제 국감에 출석할진 미지수라는 지적도 벌써부터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내달 7일부터 25일까지 진행될 제22대 국감에 임종룡 회장과 이석준 회장이 거론될 것으로 점쳐진다.

각종 금융사고로 얼룩진 금융권 내부통제 문제가 정무위원회 국감 최대 화두로 오르내릴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올해 금융권을 뜨겁게 달궜던 우리금융과 농협금융에 대한 세간의 관심이 특히나 커지고 있어서다.

이밖에 사안은 다소 다르지만 올 상반기 논란이 뜨거웠던 '홍콩ELS 사태'도 올해 국감에서 쟁점이 될 것으로 보여 KB금융 등도 마음을 놓을 수 없는 상황이다.

◆우리금융, 정무위 국감 타겟 1순위로 낙점될까

우선 우리금융은 우리은행이 2022년 무려 700억원 규모의 횡령 사건으로 은행권 대규모 횡령사건의 신호탄을 쏘아올린 데 이어, 최근엔 180억원의 횡령은 물론 손태승 전 회장의 친인척 법인 600억원대 부당대출 의혹 파문으로 홍역을 치르고 있는 중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이번 국감에서 특히 우리금융의 내부통제 문제는 거론이 되지 않을 순 없을 것"이라며 "다른 금융사들 보다도 유난히 우리금융의 금융사고가 많고 눈에 띄는 건 사실"이라고 내다봤다.

금융당국에서도 우리금융에 강한 질타를 날리며 날 선 시선을 보내고 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달 20일 금감원 임원회의에서 "우리금융이 보이는 행태를 볼 때 더는 신뢰하기 힘든 수준"이라며 "우리은행 부당대출 건은 제왕적 권한을 가진 전직 회장(손태승)의 친인척에게 수백억원의 부당대출을 실행해 대규모 부실이 발생한 사안으로, 은행 내부 시스템을 통해 사전적으로 인지했어야 한다"고 꼬집었다.

앞서 정치권에서도 임 회장에 대해 비판하고 나섰다.

강민국 의원은 지난 6월 '우리금융그룹 금융사고 발생 현황' 자료를 내고 "취임 직전 해에 626 억원 횡령 사건이 발생했음에도 불구하고, 취임 1년여만에 105억원이라는 천문학적 금융사고가 재발한데다 계열사 4곳에서 9건이라는 금융사고가 발생했다는 것은 임종룡 회장의 내부통제 관리 등 경영능력 부족을 여실히 보여 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오랜 기간 기획재정부 관료로 차관에다 금융위원회 위원장까지 역임한 대표적인 모피아 출신으로 분류되며 관치금융의 상징으로 여겨지는 임종룡 회장이 사모펀드 사태와 수백억 횡령 사고 등 내부통제 부실 문제로 내우외환을 겪고 있는 우리금융그룹의 수장으로 온 것 자체가 문제일 수 있다”고 비판했다.

◆맘 놓을 수 없는 농협금융…내부통제 문제 도마 위

이석준 농협금융 회장 역시 이번 국감에서 마음을 놓을 순 없을 것으로 보인다. 농협금융도 끊임없는 금융사고로 내부통제 문제를 손질해야 된다는 지적이 지속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농협금융의 적발된 금융사고는 올해만 4건에 달한다.

농협은행은 지난 3월5일 109억4700만원의 대규모 배임사고를 공시했는데, 규모는 물론 배임추정 기간이 무려 4년이 넘었다. 이런 가운데 지난 5월에는 64억원 규모의 부당대출이 발생해 금융권의 충격을 더했다.

농협의 금융사고가 지속 발생하고 있는 것은 농협 특유의 지배구조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농협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농협중앙회 소속 인사(임원)가 농협금융 계열사로 전문성을 갖추지 않은 채 무분별하게 낙하산식으로 이동하는 일이 근절되지 않으면서, 일반 금융사에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각종 문제가 드러나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지난 3월 이석준 회장과 강호동 농협중앙회장 간의 신경전이 벌어진 것을 계기로, 금감원은 농협금융지주, 농협은행, NH투자증권 등 농협금융 계열사에 지배구조 등 전방위적 문제를 살펴보기 위해 고강도 현장검사를 돌입하기도 했다.

이석준 회장은 NH투자증권 차기 대표에 전문성을 내세운 증권사 인사를 추천했는데, 농협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강호동 중앙회장이 전문성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것으로 알려진 중앙회 출신 인사를 내세우면서 갈등이 격화됐었다.

◆이번에도 국감 피해갈까…'맹탕국감' 우려도

한편으론 지난해처럼 올해도 '맹탕 국감'으로 전락하는 것이 아니냔 우려도 나온다. 내부통제 문제로 시끄러웠음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5대금융 회장과 은행장들이 국감 증인과 참고인 명단에서 모두 빠졌었기 때문이다.

그나마 종합감사에서 윤종규 전 KB금융지주 회장이 소환됐으나, 해외 IR 활동 등의 이유로 결국 윤 전 회장은 국감에 불참하게 됐다.

이에 당시 국감에선 상대적으로 중량감이 약한 은행 준법감시인들만 줄줄이 출석해 총알받이 역할을 대신했다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올해도 국내 금융지주 회장들이 국감 시즌과 맞물려 내달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리는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WB) 연차총회에 참석할 전망이다. 다만 임종룡 회장은 손태승 전 회장 친인척 관련 부정적 대출 관련 금감원 검사 등으로 인해 이번 출장길에 오르긴 힘들 것으로 보인다.

권유승 기자
kys@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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