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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저우 LCD 인수 CSOT, BOE 추격 본격화…OLED 반사이익 기대감 [소부장디과장]

배태용 기자
LG디스플레이 광저우 LCD 공장. [ⓒLG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 광저우 LCD 공장. [ⓒLG디스플레이]

[디지털데일리 배태용 기자] CSOT가 LG디스플레이의 광저우 LCD(액정표시장치) 공장을 인수, 생산 능력(CAPA)을 대폭 확장하면서 업계는 LCD 시장 재편 가능성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1위 BOE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경쟁자로 부상한 CSOT의 행보가 향후 시장 구조에 큰 영향을 미칠 수도 있기 때문이다.

2일 디스플레이 업계에 따르면, LG디스플레이는 지난달 26일 CSOT에 광저우 LCD 공장을 약 2조원에 매각했다. 중국 내 생산 공장을 매각함으로써 재무 구조를 개선하려는 LG디스플레이의 전략적 결정으로, CSOT는 이를 통해 대형 LCD 패널 생산 능력을 대폭 확대하게 됐다.

CSOT가 매입한 LG디스플레이 광저우 공장의 8.5세대(2200×2500㎜) 라인은 주로 TV 패널을 생산한다. 올해 기준 약 1400만 대를 생산할 것으로 예상되며, 그중 절반 이상이 55인치 이상 제품이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이번 인수로 CSOT의 대형 LCD 생산 용량 시장 점유율을 20% 이상으로 끌어올려 업계에서 두 번째로 큰 기업으로서의 입지를 공고히 할 것으로 내다봤다. CSOT는 글로벌 TV 패널 공급(면적 기준)의 4분의 1 이상을 차지, 상위 3개 패널 제조업체의 시장 점유율을 합치면 약 70%에 이를 것으로 예측했다.

CSOT는 이미 중국 내 2위 LCD 제조사로 자리 잡고 있었지만, 이번 인수를 통해 중국뿐만 아니라 글로벌 시장에서 BOE를 추격할 만한 기반을 다지게 됐다. BOE는 지난 수년간 LCD 시장에서 압도적인 점유율을 자랑하며 1위 자리를 지켜왔으나, CSOT의 이번 인수로 본격적인 양사의 경쟁 구도가 그려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 때문에 업계에선 양사가 LCD 패널 가격을 내리며 출혈 경쟁을 할 가능성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BOE와 CSOT가 LCD 시장에서 점유율을 놓고 경쟁을 벌이면서 가격 인하 압박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두 업체 모두 대규모 생산 시설을 보유하게 되면서, 생산 비용을 낮추기 위해 단가 인하 경쟁에 돌입할 수 있다.

[ⓒBOE]
[ⓒBOE]


실제로 최근 몇 년 동안 LCD 가격은 꾸준히 하락세를 보였다. 과거에는 패널 공급이 부족해 가격이 오르기도 했지만, 중국 업체들이 빠르게 생산량을 확대하면서 공급 과잉이 발생했다. 이번 CSOT의 광저우 공장 인수로 생산을 대폭 확대할 시, LCD 가격은 추가적인 하락 압박을 받을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BOE와 CSOT가 가격 경쟁에 나서면 글로벌 LCD 가격은 더 하락할 가능성이 크다"라며 "이 경우 소형 디스플레이는 물론, 대형 TV 패널 시장에서도 가격 경쟁이 격화될 수 있다"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CSOT가 LG디스플레이의 광저우 공장을 흡수하면서 대형 TV 패널 생산 능력을 확보한 만큼, 대형 패널 가격 하락이 가속화될 수 있다. 이 경우, 글로벌 TV 제조사들은 비용 절감을 위해 LCD 패널 채택을 확대할 가능성이 크다.

다만, LCD 공급 조절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하기는 어렵다. 양사가 출혈 경쟁을 하기보다, 공급량을 조절해 LCD 패널 단가를 높여 수익을 가져가는 전략을 택하는 것. 다만, 업계에선 이 경우, 한국 디스플레이 기업들이 강점을 지니고 있는OLED(유기발광다이오드) 시장이 반사이익을 볼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 관계자는 "BOE와 CSOT가 LCD 시장에서 과도한 가격 경쟁을 벌이기보다는 공급을 조절하면서 패널 가격을 올릴 가능성도 있다"라며 "이 경우, LCD와 OLED 간의 가격 격차가 줄어들어 OLED를 채택하는 사례로 이어질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인수는 LCD 시장에서 BOE와의 경쟁을 가속하는 동시에, OLED로의 전환을 촉진하는 양날의 검이 될 가능성이 크다"라며 "두 회사가 LCD 가격 경쟁에 돌입할지, 아니면 공급을 조절하면서 OLED로의 전환을 가속할지에 따라 시장의 판도는 크게 달라질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배태용 기자
tybae@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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