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백과] 구글이 말한 접속료, 망 사용료와 어떻게 다르나
[디지털데일리 강소현기자] “(망 사용료가 아닌) 망 접속료를 내고 있습니다”
김경훈 구글코리아 사장<사진>의 발언을 두고, ‘망사용료’와 ‘망접속료’의 차이에 관심이 모아진다.
김경훈 사장은 지난 8일 오후 국회 정부세종청사에서 진행된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 국정감사에 ‘망사용료를 내고 있냐’는 이상휘 의원(국민의힘) 질의에 “접속료를 내고 있다”고 답했다. 즉, 접속료를 내고 있으니 망사용료를 낼 필요가 없다는 주장이다.
앞서 구글 등 CP(콘텐츠사업자)들은 망사용료를 접속료와 전송료로 구분지으며, 미국 ISP(통신사업자)를 통해 입장료(접속료)를 내고 인터넷에 접속하는 CP는 국내 ISP에 콘텐츠 전송 비용에 해당하는 전송료를 추가 지불할 이유가 없다고 말해왔다.
특히, 전송료와 관련해 망중립성 개념을 내세웠다. 망중립성은 2000년대 초반 인터넷 망의 이용질서를 논의하는 과정에서 처음 등장한 개념으로, 전송하는 정보의 양에 따라 트래픽 전달에 차별을 둬선 안 된다는 뜻이다.
즉, 접속료를 냈음에도 불구 트래픽을 많이 유발한다는 이유로 ISP가 추가적인 비용을 요구하는 것은 망중립성 원칙에 어긋나다는 주장이다.
다만, 국내 ISP는 접속료와 망사용료는 완전히 다른 개념이라는 입장이다. ISP의 주장을 이해하려면, 해외 CP의 콘텐츠가 국내 이용자에게 도달하기까지의 과정이 어떻게 변화했는지 먼저 살펴볼 필요가 있다.
과거 각 이용자는 콘텐츠 시청에 앞서 국내 ISP(티어2)를 통해 인터넷에 접속하게 됐다. 그 뒤 CP에 접속해 보고자 하는 콘텐츠를 클릭하면, 해당 콘텐츠는 트랜짓(transit·중계접속) 비용을 내고 해외 ISP(티어1)와 계약한 국내 ISP의 해저케이블을 타고 국내 시청자에 도달하게 된다.
트랜짓이란 상대측 트래픽을 자사 망 뿐 아니라 전세계에 있는 모든 ISP의 망에 전달하는 방식을 말한다.
하위 계위(티어·Tier) 사업자가 상위 계위 사업자에 트랜짓 비용을 지불하고 트래픽을 보내면 상위 계위 ISP는 자신에게 접속된 이용자를 포함해 전세계 인터넷 이용자에 트래픽을 전송한다.
즉, 해외 CP의 입장에선 상위 계위 ISP와만 계약하면 직접 이용계약을 체결하지 않은 제3의 ISP로도 트래픽 전달이 가능하니, 이 때 내는 비용이 CP가 말하는 일종의 ‘접속료’인 셈이다.
다만, 트랜짓의 경우 여러 ISP를 거쳐가는 과정에서 콘텐츠의 화질이 깨지고 전송속도도 느려진다는 단점이 있었다.
이에 CP들은 서비스 국가 인근에 캐시서버를 구축하기 시작했다. 캐시서버는 콘텐츠를 서비스 국가와 가까운 곳에 미리 저장해 두는 서버를 말한다.
이러한 캐시서버가 등장하면서 트래픽 전달 방식에도 변화가 생겼다. 하나의 상위 계위 해외 ISP와 계약해 콘텐츠를 유통하던 방식에서, 캐시서버를 통해 여러 ISP와 1대1로 연결하면서 콘텐츠 품질을 확보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러한 트래픽 전달 방식을 피어링(peering·동등접속)이라고 하는데, 트랜짓과 달리 피어링의 경우 동일한 계위(티어·Tier)의 사업자 간 이뤄진다. 통상적으로 피어링 연결의 경우 ‘상호무정산’을 원칙으로 하는데, CP와 ISP간 의견이 상충되는 부분이다. 상호접속을 통해 얻는 이익이 비슷할 때 체결한다는 기존 피어링의 전제 탓이다.
ISP는 드물지만 두 사업자 간 주고받는 트래픽 양의 차이가 클 경우 피어링으로 연결했을지라도 트래픽을 많이 발생시키는 쪽이 비용을 지불한다는 주장이다. 초대형 CP의 등장으로 주고받는 트래픽 관계가 불균형해진 데 따른 것이다.
ISP에 따르면 페이드 피어링의 구분 지점은 IXP(인터넷교환지점)에서의 연결방법이다. IXP는 ISP와 CP 혹은 ISP와 ISP 사이에서 중개인 역할을 하는 사업자로, IXP와 계약하면 해당 IXP와 연결된 다른 모든 사업자와 트래픽을 교환할 수 있다.
예컨대 아마존·넷플릭스·구글 등 10개의 개별 CP와 SK브로드밴드가 1대1로 모두 직접연결 하려면 회선 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가운데, 이들 사업자와 연결된 IXP 사업자 하나와 연결하면 비용을 대폭 절감할 수 있다.
이러한 IXP를 통한 연결방법은 다시 여러 사업자가 간접 연결하는 ‘퍼블릭 피어링’, 두 사업자가 직접 연결하는 ‘프라이빗 피어링’으로 구분되는데 프라이빗 피어링은 서로 주고받는 트래픽의 양이 크게 차이가 발생할 경우로, 트래픽을 많이 발생시키는 쪽이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국내에서 ISP와 CP 간 망사용료 갈등은 더욱 격화됐는데, 이는 2016년 과기정통부의 상호접속고시 변경과 연관이 깊다.
전기통신사업법상 전기통신설비의 상호접속기준을 살펴보면, 접속료 별도로 정한 경우를 제외하고 접속사업자간 상호 정산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즉, 국내의 경우 피어링 연결에 대해 ‘유상’으로 정의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최근 국회 과방위 국감에서 김우영 의원(더불어민주당)은 “(망 사용료가 아닌) 망 접속료를 내고 있다”는 김경훈 사장의 답변에 “구글의 편의주의적 접근 방식”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김 의원은 “미국에서 접근할 땐 AT&T 등 미국 ISP에 접속료를 내고, 한국에서 이용자들에게 콘텐츠를 공급할 땐 한국 ISP와 연결해 국내에서 트래픽을 유발한 데 따른 비용을 지불해야하는 것”이라며 “회사의 법적 자문을 충분히 거쳐서 그런 답변을 하는 거냐, 그냥 편의적으로 답변하는 거냐”고 물었다.
한편 김경훈 사장은 “편의적인 답변이 아니라 국제적 협약에 대해 알아보고 답변을 드린 것”이라며 “우리는 해저케이블 등 다른 네트워크를 많이 가진 회사이며, 국내 ISP와 저희간 사적 계약에 따라 네트워크를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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