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배터리 3사, 3분기도 부진…'2026년 호황 기회' 준비에 몰두 [소부장박대리]
[디지털데일리 고성현 기자] 일시적 수요 정체(Chasm)로 여겨졌던 전기차 시장 수요 둔화가 더욱 길어지면서 국내 배터리 3사의 실적도 부진한 흐름을 타고 있다. 주요국의 전기차 보조금 철폐 등 비우호적 정책과 리튬인산철(LFP) 배터리에 대한 수요 급증에 따른 결과다. 업계는 4분기도 이러한 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신규 프로젝트가 본격 시작되는 2026년을 목표로 중장기 전략 기반을 마련하는 모양새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은 올해 3분기 연결기준 매출 6조8778억원, 영업이익 4483억원을 기록한 잠정실적을 지난 8일 공시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6.4% 감소하고 전분기 대비 11.6% 늘었다.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25.5% 줄었으나 전분기 대비로는 129.5% 상승했다.
이번 분기에는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 법안(IRA) 첨단제조생산세액공제(AMPC)에 따른 공제액이 4660억원 반영됐으며, 이를 제외한 적자는 177억원이다. 공급 물량 확대와 매출 증가에 따른 가동률 개선·고정비 완화 등으로 2분기 기록한 AMPC 제외 영업손실(2525억원) 대비 적자폭은 크게 줄었다. 다만 올해 지속됐던 AMPC를 제외한 적자 흐름은 3분기 연속 유지되는 모습이다.
아직 실적발표가 나오지 않은 삼성SDI와 SK온도 부진한 실적이 예상된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집계한 삼성SDI의 3분기 실적 컨센서스는 매출 4조5229억원, 영업이익 1638억원이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3.9% 감소하고 영업이익은 66.9% 급감할 것이란 전망이다. 특히 영업이익은 전분기(2723억원) 대비로도 39.8% 가량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전기차 수요 부진 흐름에 따라 중대형 배터리의 주요 고객사향 물량 출하가 더뎌질 것으로 예측되는 가운데, 소형 배터리 역시 리비안의 3분기 생산량 감소, 전동공구 등의 수요도 부진한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SK온은 SK이노베이션 비상장 자회사로 별도의 예상 실적이 집계되지 않았으나, 국내 배터리 업계의 흐름을 고려할 때 올해 상반기 지속된 부진이 이어질 것으로 관측된다. SK온은 지난 2분기 전기차 수요 둔화에 따른 공장 가동률 하락, 헝가리·중국 등 신규 공장 가동에 따른 초기 비용 영향으로 영업손실 4601억원을 기록한 바 있다.
국내 배터리 3사가 올해 부진한 실적을 내놓은 배경에는 전기차 수요 둔화 여파와 중국 배터리 업체의 시장 경쟁력 우위가 있다. 지난해 말 주요국의 전기차 보조금이 소진된 이후 관련 정책이 축소되는 흐름을 타면서 시장 수요가 부진했고, 전기차 업체들이 차량 구매단가를 낮추기 위해 LFP 배터리를 잇달아 채택하면서 이러한 결과가 나왔다는 평가다. 차세대 배터리 애플리케이션으로 주목받는 에너지저장장치(ESS) 역시 중국 업체 중심의 LFP 배터리가 현재 득세하고 있는 상황이다.
올해 '상저하고'로 예상했던 전기차 수요 흐름 예측이 깨지면서 국내 배터리 3사도 본격적인 중장기 전략을 세우는 모습이다. 글로벌 전기차 업체와의 신규 프로젝트가 대부분 2026년에 집중돼 있는 만큼, 관련 수요를 대비하는 한편 신규 수주를 마련해 성장성을 되찾겠다는 의지다.
LG에너지솔루션은 주력해왔던 파우치형 외 원통형, 각형으로의 포트폴리오 전환을 추진하며 대비책을 마련하고 있다. 테슬라로 향하는 4680 배터리 양산을 올해 시작해 대량 양산의 밑바탕을 세우는 한편, 벤츠에 46파이 배터리인 '46시리즈'를 장기간 총 50.5GWh를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하며 고객사 확대에도 나섰다. 이밖에 리비안과도 2026년 46시리즈 공급을 위한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테슬라로 향하는 4680 배터리는 마더팩토리인 오창 공장에서 생산될 것이 유력하며, 대략 연간 8GWh의 생산량을 가동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벤츠로 향하는 46시리즈의 경우 2026년에 가동될 미국 애리조나 공장에서 생산할 가능성이 높다. 한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현재 LG에너지솔루션이 보유한 생산능력과 계획을 고려해볼 때, 눈에 띄는 매출 지표 개선은 46시리즈·4680 배터리의 대량 양산이 가능해지는 2026년이 될 것"으로 예측했다.
아울러 각형 배터리에 대한 연구개발(R&D)도 추진한다. 현재는 각형 개발 초기 단계로 자체적으로 보유한 각형 특허와 전기차용 배터리로의 개발, 각형 공정 생태계 구성 등에 초점이 잡혀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삼성SDI는 기존 각형 배터리 경쟁력을 바탕으로 미리 확정한 수주 대응을 통해 캐즘을 극복할 계획이다. 제너럴모터스(GM)와의 합작법인 투자가 조만간 진행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현대자동차와 체결한 수주계약이 2026년부터 시작되면서 관련 수주 대응이 가능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아울러 주요 공장인 헝가리 괴드 내 유휴 부지에 진행 중인 투자를 지속하며 생산능력을 확충하는 한편, 헝가리 이외 지역에서의 신규 투자도 고려하고 있는 상황이다.
SK온은 최근 유상증자를 단행하며 1조원을 수혈해 단기적인 재무적 부담을 줄이는 한편, 2025년부터 가동되는 현대자동차·포드 합작법인 가동에 집중한 투자 전략을 취하고 있다. 그러는 한편 중국 지리자동차그룹으로 각형 배터리를, 일본 자동차 업체 닛산에 파우치형 배터리 등을 공급하는 논의를 지속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닛산에 대한 공급 계획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된다면 미국 조지아 공장의 유휴 생산라인을 활용한 공급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 배터리에 대한 안전성 문제와 보급형 수요 급증으로 파우치형 배터리 수요가 떨어지는 반면, LFP와 각형·원통형에 대한 잠재수요는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며 "신규 프로젝트 추진과 전기차 수요 반등 시점으로 예상되는 2026년을 목표로 관련 개발 및 협상을 이어나가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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