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길어진 EV 둔화에 양극재 '암울'…신규 프로젝트 수주 집중 [소부장박대리]

고성현 기자
충북 오창에 위치한 에코프로비엠 외경 모습. [ⓒ에코프로비엠]
충북 오창에 위치한 에코프로비엠 외경 모습. [ⓒ에코프로비엠]

[디지털데일리 고성현 기자] 지난해 시작됐던 국내 양극재 업계의 실적 부진이 길어지고 있다. 지난해 말부터 발생하기 시작한 재고 수준 상향에 따른 평가손실은 대부분 해소되고 있지만, 고성능 전기차용 소재 수요가 크게 떨어지면서 가동률이 낮아진 영향이다.

아울러 하향 곡선을 그리는 리튬 가격 등도 장기적으로 재고평가손실에 반영될 가능성이 있어 당분간 어려운 시장 상황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17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에코프로비엠의 3분기 실적 컨센서스는 매출 7271억원, 영업이익 3억원으로 집계됐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59.6% 감소하고 영업이익은 99.3% 급감할 수 있다는 전망치다. 전기차 수요 둔화에 따른 여파가 이어지면서 가동률이 크게 감소한 가운데, 떨어지는 리튬 가격 등이 판가에 영향을 미치며 수익성 악화를 야기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엘앤에프의 3분기 실적 컨센서스 역시 매출 4754억원, 영업손실 52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악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포스코퓨처엠은 3분기 매출 1조199억원, 영업이익 26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악화되나 영업이익 27억원을 기록한 전분기 대비로는 개선될 전망이다.

양극재 업계는 지난해 하반기 급증한 재고자산 등으로 재고손실평가액을 실적에 반영하면서 부진한 실적을 기록해온 바 있다. 올해 상반기에는 이에 대한 제품 판매가 이뤄지며 일부 환입이 발생했지만, 전기차 수요가 예년보다 크게 둔화되면서 큰 실적 반등을 이루지 못했다. 특히 1월부터 시작된 리튬 가격 급락 여파와 5월께 다시금 떨어진 가격 변동성으로 인해 하반기에도 수익성 유지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전망된다.

하반기 반등 요소로 꼽혔던 전기차 업체들의 신차 출시 계획 등도 그다지 힘을 쓰지 못하는 모습이다. 주요 프로젝트가 보급형 전기차 출시 등에 쏠리면서 수요가 중국 업체의 리튬인산철(LFP) 양극재에 쏠린 데다, 일부 자동차 OEM이 관련 출시 계획을 미루는 등의 여파가 반영된 탓이다. 이와 함께 선제 투자 목적으로 시작된 양극재 생산라인 증설 등이 실적에 반영되면서 실적 지표가 더욱 나빠진 것으로 풀이된다.

배터리 소재 업계는 하반기 실적 반등을 위해 하이니켈 양극재 중심 공급과 강도 높은 재고 관리·원가 절감에 나서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다만 이 역시 단결정 양극재의 수요 둔화 및 낮은 수율, 전방 산업 부진 등으로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잇따르고 있다.

한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현재 배터리 시장의 수요를 높일 반등의 열쇠가 마땅치 않은 상황으로, 내년까지도 관련 수요가 되살아날지 다소 불투명하다"며 "양극재 업체들은 일찌감치 버티기 전략에 돌입하며 신규 프로젝트가 시작되는 내년 말 이후를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전기차 시장 성장이 후일로 밀리면서 관련 프로젝트를 수주할 수 있는 시간이 마련됐다는 긍정적인 시각도 나오고 있다. 하이니켈 배터리에 대한 수요가 여전히 존재하는 만큼, 이에 대한 개발 및 공급사 선정을 빠르게 진행해 공급망을 안정화하려는 전기차 업체의 니즈가 늘어난 덕분이다. 이에 따라 올해 말을 기점으로 국내 양극재 업체들의 수주 소식이 추가적으로 발생할 수 있다는 기대감도 발생하고 있다.

포스코퓨처엠 광양 양극재 공장 전경. [ⓒ포스코퓨처엠]
포스코퓨처엠 광양 양극재 공장 전경. [ⓒ포스코퓨처엠]

실제로 포스코퓨처엠은 지난 9월 1조8453억원에 달하는 양극재 공급 계약을 체결하며 고객사 확대의 계기를 마련했다. 해당 계약은 경영상 비밀유지를 이유로 고객사·공급기간 등을 올해 말로 유보한 상황으로, 관련 내용이 협의될 경우 계약이 본격적으로 시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LG화학 역시 도요타와의 양극재 공급 협약을 시작으로 도요타-파나소닉 합작법인(JV)인 프라임 플래닛 에너지&솔루션즈(PPES)와 공급 계약을 체결, 2026년부터 양극재 공급에 나설 계획이다.

엘앤에프는 올해 말 신규 2170 규격·4680 양극재를 본격적으로 테슬라·LG에너지솔루션에 공급하는 한편, 내년부터 SK온에 대한 미드니켈·하이니켈 양극재 공급이 시작될 예정이다. 아울러 유럽 노스볼트 외 일본 등 주요지역 고객사와 신규 양극재 수주 등을 협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에코프로비엠은 삼성SDI-제너럴모터스(GM) 합작법인 추진에 따라 관련 공급을 진행할 예정인 한편, SK온이 포드 등으로 향하는 미드니켈 배터리용 소재를 공급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밖에 LG에너지솔루션이 확보한 포드에 대한 신규 수주와 SK온이 배터리 공급을 추진하고 있는 지리자동차·닛산 등의 공급사도 차차 선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리비안이 2026년 출시할 신규 전기차에 대한 4695용 배터리 공급 역시 양극재 4사 중 한 곳이 채택돼 전담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주요 배터리 고객사의 신규 프로젝트가 2026년에 집중돼 있는 만큼, 양극재 업체들이 관련 수주를 확보하려는 노력들도 지속되고 있다"며 "다만 올해 말 미국 대선 결과에 따른 인플레이션 감축 법안(IRA)과 해외우려기업집단(FEOC) 지정의 변화가 있을 수 있어, 관련 불확실성이 해소되는 연말부터 차츰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고성현 기자
naretss@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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