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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투자증권 사고 충격, 올해 리딩금융 경쟁 어려워진 신한금융…"내부통제 강화 총력"

강기훈 기자

[디지털데일리 강기훈 기자] 금융권의 올 3분기 실적 발표 시즌이 다가온 가운데, 신한금융지주가 악재를 만났다.

최근 그룹내 주요 계열사인 신한투자증권에서 1천억원 대 금융사고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올해 신한금융이 리딩금융 경쟁에 있어 타격이 불가피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신한금융은 실적 성장을 추구하는 것도 좋지만 '내부통제 강화' 등 당분간 내실 다지기에 전념하겠다는 입장이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오는 24일 KB금융지주를 시작으로 금융권이 3분기 실적을 속속 발표할 예정이다. 이어 25일에는 신한금융과 우리금융이, 29일에는 하나금융과 NH농협금융이 실적을 공개한다.

올해 상반기 리딩금융은 KB금융이었다. KB금융은 2조7815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거두며 2위인 신한금융(2조7470억원)에 345억원 가량 근소한 수치로 앞섰다.

이 때문에 지금까지 금융권내에선 올해 리딩금융 왕좌를 최종적으로 어느 곳이 거머쥘지 이목이 집중됐다.

그러나 신한투자증권이 지난 11일 1300억원대의 손실을 공시하면서 신한금융의 왕좌 탈환 가능성이 더 낮아진 상황이다.

앞서 8월 5일 신한투자증권의 한 직원이 ETF LP 업무 목적과 무관하게 장내 선물 매매를 주도하다가 큰 손실을 냈다. 해당 직원은 이를 감추기 위해 허위로 스와프 거래를 등록한 것으로 알려져 충격을 던졌다.

급기야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은 지난 17일 주주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10월 11일 선물거래 결산 과정 중 신한투자증권이 이를 확인하고 지주에 보고한 뒤 지주가 금융당국에 알렸다"며 "대응책 마련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으며, 내부통제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해당 손실은 올 3분기나 4분기에 실적에 반영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상반기에 KB금융과 불과 345억원 가량 순이익 격차가 났던 만큼, 이번 금융사고로 인한 손실이 뼈아플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

그럼에도 신한금융은 크게 개의치 않는 모습이다.

무리하게 KB금융과 리딩금융 경쟁을 하기보다 내부통제 강화 등 내실 다지기에 주력하겠다는 것이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금융사고가 발생해 주주들과 고객들께 송구스럽다"면서도 "신한금융은 적정한 수익을 기반으로 내부통제 강화를 통한 내실 있는 성장을 이룩하자는 기조를 갖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진 회장은 작년 3월 취임 이후 줄곧 내부통제의 중요성을 역설해왔다.

진 회장은 당시 취임사를 통해 "철저한 자기검증이 당연한 문화로 자리잡아야 한다"며 "구성원 한 사람 한 사람의 성찰과 조직 전반에 흐르는 내부통제 실천은 단순히 프로세스 일부가 아닌 회사가 존재하기 위한 전제조건"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에 신한금융은 CEO를 포함한 임원에게 내부통제 책임을 묻는 책무구조도 조기 도입을 앞장서 왔다. 신한은행의 경우, 지난달 23일 금융권 최초로 당국에 책무구조도를 제출하기도 했다.

신한금융은 실적 부진을 겪는 계열사에 자금 지원을 단행하기도 했다. 신한자산신탁은 14일 이사회 결의를 통해 주주배정 방식으로 1000억원의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신한자산신탁의 최대 주주가 지분 100%를 보유한 신한금융인 만큼, 신한금융이 유증에 참여해 1000억원을 수혈한 모양새다.

신한자산신탁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태의 직격을 맞아 올해 상반기 1751억원의 적자를 낸 바 있다. 신한금융이 실적 성장을 서두르기보다 계열사의 기초 체력을 보강하는 편이 낫다고 판단한 것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업계에서는 진 회장이 '실적이 아무리 좋아도 내부통제에 실패하면 계열사 대표의 연임을 제한을 하겠다'고 말을 했다는 전언이 들린다"며 "그만큼, 단기 실적에 연연하지 않겠다는 결의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번 금융사고를 계기로 신한금융 내에서도 다시 한번 긴장감이 돌 것 같다"며 "금융지주를 포함한 다른 계열사들도 빠른 시일 내에 책무구조도를 당국에 제출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강기훈 기자
kkh@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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