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호동 회장 '대폭 물갈이 인사' 가능성↑… 농협금융 이석준 회장·농협은행 이석용 행장, 불투명해진 연임
[디지털데일리 권유승 기자] 올 연말 임기 만료를 앞둔 이석준 NH농협금융지주 회장과 이석용 NH농협은행장이 끊이지 않는 내부통제 질타를 받으며 연임 가능성도 더욱 불투명해지고 있다.
각종 금융사고로 비판적인 시선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부진한 실적은 물론 농협 지배구조 정점에 자리하고 있는 강호동 NH농협중앙회장 체제 속 인사 물갈이 전망까지 제기되면서 이들의 추가적인 임기는 주어지지 않을 것이란 전망에 무게가 실리는 분위기다.
23일 국회 및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18일 국회 농림축산식품부해양수산위원회에 증인으로 참석한 이석준 회장과 이석용 은행장이 여야 의원들로부터 내부통제 문제 관련 거센 질타를 받았다.
먼저 이양수 의원(국민의힘)은 이날 이석준 회장을 향해 "이상 현상"이라는 표현을 써가며 농협금융 계열사의 금융사고에 대해 지적했다. 이 의원은 "10억원 이상 금융사고가 최근 5년간 6건이 발생했는데, 그 중 4건이 올해 발생했다"고 꼬집었다.
조경태 의원(국민의힘) 역시 "10년간 금융사고 중 67%가 올해에 몰려있다면 윗분들이 사표를 내는 등 쇄신하는 조치를 취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농협은행에 대한 비판도 이어졌다.
김선교 의원(국민의힘)은 "농협은행에서 올해 8월까지 10건의 금융사고가 발생했고 그 액수도 293억2852만원에 달한다"며 "이는 내부통제의 문제점이 드러난 단초가 아닐까 싶다"고 지적했다.
문금주 의원(더불어민주당) 또한 "지난 5년간 농협은행에서 35건의 금융사고가 발생했으며, 올해 이미 지난해 사고건수를 넘어섰다"며 "이런 금융사고가 끊이지 않고 발생하는 데는 농협의 부실한 내부 관리 대책이 한 몫 한다"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경영진을 포함한 임직원이 책임을 회피하고 있으며 책무구조도 도입이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의원들의 질타에 이석준 회장과 이석용 은행장은 고개를 숙이는 모습을 보였다.
이석준 회장은 "책임을 통감한다"며 "전반적인 제도의 문제라면 책임을 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석용 은행장 역시 "다른 제도 보완과 직원 교육 등 시스템 강화 노력을 했지만 부족했다"며 빈번한 금융사고와 관련해 "진심으로 죄송한 마음을 갖고 있다"고 사실상 내부통제 실패를 인정했다.
◆저조한 실적부터 내부통제 문제까지 대두…강호동 회장, 물갈이 인사 전망도
상황이 이렇다보니 연말 임기만료를 앞두고 있는 이석준 회장과 이석용 은행장의 연임도 더욱 불투명해지고 있는 분위기다.
앞서 국감이 본격적으로 시행되기 전에도 이들의 연임에 대해선 부정적인 관측이 즐비했었기 때문이다.
농협 내부에서는 "농협은행장의 경우 관례상 이번 연임은 힘들지 않겠냐"는 말도 나오고 있다.
우선 이석준 회장과 이석용 행장의 연임에 대해선 저조한 실적이 걸림돌로 거론된다.
농협금융은 올해 2분기 대부분의 주요 금융그룹과 마찬가지로 역대급 실적을 쏘아 올렸지만, 그 이전까지는 딱히 내세울만한 성적표를 기록하지 못했다.
농협금융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2조2343억원으로 KB·신한·하나·우리 등 5대 금융 중 가장 낮았다. 올해 1분기에는 무려 31.2% 감소한 6512억원의 순익을 나타내 충격을 더했다.
농협은행 역시 지난해 당기순익이 1조7805억원으로 KB·신한·하나·우리 등 5대 은행 중 꼴찌로 마감했다. 올 1분기 역시 전년 대비 37.3% 쪼그라들은 4215억원의 순익을 기록하며 처참한 성적표를 나타냈다.
물론 올초 금융권을 뜨겁게 달궜던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손실 보상에 대한 충당부채를 적립한 영향이 컸다. 하지만 농협은행은 주요 은행들 중에서도 그 규모가 상당했다는 점에서 이석준 회장과 이석용 은행장의 책임론 또한 불거지고 있다.
각종 금융사고와 관련한 내부통제 문제도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농협은행은 올해들어 발생한 금융사고는 총 5건으로, 그 규모만 총 427억원에 달한다.
지난 3월 109억원 규모의 부당대출 사고가 발생했으며, 5월에는 51억원 규모의 공문서 위조사건에 더해 10억원 규모의 초과대출 사건도 드러났다. 이어 8월에는 117억원 규모의 부당대출 사고 발생, 심지어 이달에도 140억원의 부동산담보대출 이상거래까지 적발됐다.
이런 가운데 농협중앙회에 강호동 회장이 올라서면서 농협 계열사 사장을 중심으로 대대적인 물갈이가 이뤄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강 회장은 지난 5월 '내부통제 및 관리책임 강화 방안'을 발표하면서 "중대 사고를 낸 계열사 대표는 연임을 제한하고 사고 발생 시 관련 책임자도 즉시 업무를 정지하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특히 이석준 회장은 강호동 농협중앙회 회장과 지난 3월 NH투자증권 차기 대표 선임과정에서 알력 다툼을 벌인 바 있어 강 회장의 눈 밖에 날 가능성이 높다는 추측도 나온다.
이와는 별개로 농협중앙회는 막강한 권력을 앞세워 금융계열사 경영진 인사 개입에 지나치게 관여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곤 했다.
실제 강 회장 취임 이후 '측근 챙기기' 논란이 발생하기도 했는데, 이번 국감에서도 이에 대한 의원들의 비판이 쏟아졌다.
윤준병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지난 18일 농해수위 국감에서 "강 회장이 선출된 이후 농협중앙회는 물론 자회사 등에 선거캠프 측근들이 대거 취임해 논란이 된 가운데, 강 회장 취임 이후 단행한 인사 49명 중 내부승진자는 전혀 없고, 농협 퇴직자가 다시 주요 요직으로 복귀한 자 등 모두 외부인사로 충원됐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강호동 회장 취임 이후 농협중앙회와 계열사, 심지어 농협대학교에까지 보은인사·낙하산 인사를 채용하면서 농협법 개정 취지와 다른 방향으로 회장 중심의 지배구조가 더욱 심화되고 있다"며 농협중앙회의 지배구조가 강 회장 중심으로 더욱 심화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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