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감2024] 과기정통부 종감 끝…키워드는 "ICT & 김형숙"(종합)
[디지털데일리 채성오기자] 25일 오전 10시에 시작한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 종합 국정감사가 13시간 여만에 마무리됐다. 이번 과기정통부 종감에선 정보통신기술(ICT) 현안에 대한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이하 과방위) 소속 의원들의 지적 및 정책 제언이 이어졌다. 지난 24일 진행한 방송통신위원회 종감 당시 고성과 쟁정이 오갔던 것과 달리 이날 국회에선 ICT 현안 질의에 집중하는 분위기가 연출됐다.
이를 통해 통신비 인하 대책, 망 도매제공 의무제도 상설화, 이동통신 단말장지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이하 단통법) 폐지안 논의 방안 등이 거론됐고 과학기술 분야에선 연구개발(R&D) 예산 감액 문제점 및 관련 예산 확대 방안, R&D 카르텔 논란,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하 항우연)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간의 지식재산권 갈등 등에 대한 질의가 나왔다.
특히 이날 과기정통부 종감에선 김형숙 한양대학교 교수의 R&D 과제 특혜 및 예산 지원 의혹에 대한 질의가 집중됐다. 과방위는 이날 해소하지 못한 의혹에 대해 향후 현안질의 시 김형숙 교수를 비롯한 관련 증인들을 다시 요청하겠다는 결정을 내리기도 했다.
◆LTE·5G 요금제 통합…단통법 폐지는 '신중론'
먼저 통신 분야에선 통신비와 단통법 폐지안에 대한 논의가 진행됐다.
지난 8일 과기정통부 국정감사에서 최수진 의원(국민의힘)이 제기한 4G LTE·5G 요금제 간 역전현상에 대해 김영섭 KT 대표는 "빠른 시간 내에 LTE와 5G 요금제를 통합하고 하나의 요금제로 출시할 계획"이라고 답했다. 5G 스마트폰에서도 LTE 요금제를 사용할 수 있는 만큼 효과적인 대안을 마련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단통법 폐지에 대해선 '신중론'이 대두됐다. 이날 증인으로 출석한 김영섭 KT 대표와 임봉호 SK텔레콤 커스터머사업부장은 단통법 폐지에 찬성하는 입장을 보이면서도 이해관계 및 시장 혼란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임봉호 SK텔레콤 커스터머사업부장은 “단통법 폐지는 법에서 정해지면 따르겠다"며 "시장에 많은 영향을 주는 만큼 이해관계자 간의 폭넓은 논의가 필요할 것"이라고 답했다.
같은 질문에 김영섭 KT 대표는 "단통법이 개정돼 많은 소비자가 통신비 관련 이익을 광범위하게 볼 수 있다면 그런 방면에서 (폐지를) 적극 찬성한다"면서도 "통신사 입장에선 단통버 폐지가 구체적으로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 어떻게 이뤄질 지 사업자별 이해관계가 다르기에 (이 자리에서) 구체적인 답을 드리긴 어렵다"고 말했다.
단통법 폐지안 중 여야 간 입장 차이가 큰 자료제출 의무 조항에 대해 과기정통부는 제조사의 경쟁 상황까지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유상임 과기정통부 장관은 '자료제출 의무 조항에 장려금 규모를 노출해야 한다는 규정이 삽입될 경우 동의 가능한 지'에 대한 질의에 대해 "(제조사인) 삼성전자 같은 경우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을 하니 관련 영향도 함께 고려해야 할 상황"이라고 답했다.
강도현 과기정통부 제2차관은 "그 조항 문제는 이미 말씀을 전달은 드렸었는데 해당 기업 내용들이 있어서 좀 신중할 필요가 있다"며 "여러 가지 논의 과정에서 추가적인 협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망 도매제공 의무제도 상설화에 따른 알뜰폰 시장 영향도 종감 현장에서 거론됐다. 알뜰폰 도매제공 의무제 상설화 내용을 담은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가운데, 개정안엔 시행 1년 뒤 사후규제로 전환한다는 내용도 포함했다. 이를 통해 정부는 더 이상 알뜰폰 사업자를 대신해 도매대가 협상에 나서지 않는다.
강 차관은 "알뜰폰 사업자가 (경쟁력 있는) 요금제를 스스로 만들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조건은 도매대가"라며 "(올해 마지막 도매제공 협상에선) 현재 수준보단 낮추는 방향으로 협의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망사용료 이슈도 과기정통부 종감의 화두로 떠올랐다. 구글로부터 망사용료를 왜 받지 않냐는 최수진 의원(국민의힘)의 질의에 김영섭 KT 대표는 "저희도 (구글에게 망사용료를) 받으면 너무 좋지만 구글이라는 거대한 기업과 힘의 차이로 인해 협상이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이에 대해 최수진 의원은 "다른 국가는 어떻게 하는 지 찾아봤더니 글로벌 CP와 사업자 간 협상을 우선으로 하되 계약이 깨질 경우 정부가 개입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놨더라"라며 "제가 관련 법안을 만들 것이니 (정부와 관련 부처가) 적극적으로 함께 해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국에 캐시서버를 두고 서비스를 운영중인 해외사업자 중 유일하게 구글만 망사용료를 내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왔다.
박충권 의원(국민의힘)은 "국내 통신사에 캐시 서버를 두고 ISP와 직접 연결하는 방식으로 돼 있다는 데 맞나"라고 묻자 김경훈 구글코리아 사장은 "그것은 자주 불러오는 유튜브 영상을 우리나라에 있는 캐시서버에 저장을 해서 해외로 나가지 않을 수 있도록 저희가 도와드리는 것"이라고 답했다.
이어 김경훈 사장은 "국내 통신사의 통신비를 아껴드리기 위해 저희(구글) 돈으로 캐시서버를 그 망에 물려드린 것이며 저희는 오랜 기간 통신 3사와의 협의를 통해 우리 국민들에게 더 좋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R&D 예산 삭감 후폭풍…'카르텔' 실체 나비효과까지
과학기술 분야에선 'R&D 카르텔 논란'과 '예산 삭감 및 확대·복원 방안' 등이 집중적으로 다뤄졌다.
유 장관은 정부 R&D 예산 삭감으로 정부출연연구기관(이하 출연연)의 예산이 부족하다는 황정아 의원(더불어민주당)의 지적에 대해 "사업비만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출연연의 역할이 지금과는 달라져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현재 출연연 23곳은 중책을 맡을 수 있는 새로운 체재로 개편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유 장관은 "R&D 예산은 많을 수록 좋다는 생각"이라며 "꼭 필요한 R&D 예산이 반영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 하겠다"고 덧붙였다.
R&D 카르텔 논란도 올해 과기정통부 종감의 핵심 이슈로 떠올랐다. 이는 김형숙 데이터사이언스학부 부교수의 R&D 과제 특혜 및 예산 지원의 중심에 '카르텔'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으로 이어졌다. 대학에서 체육교육학과(무용)를 전공한 그가 한양대 공대 교수로 임용된 가운데 야당은 그가 올해 160억원 규모의 정부 사업을 수주할 수 있었던 배경에 주목했다.
이해민 의원(조국혁신당)에 따르면 김형숙 교수가 이끄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 비대면 정서장애 예방 및 관리 플랫폼 기술 개발 사업'(이하 마음건강사업)은 초거대AI에 기반해 대국민 심리케어를 지원하는 디지털 서비스를 만드는 것을 목표하고 있다.
이 의원은 "김형숙 교수는 무용을 전공한 데다 초거대AI가 무엇이지 제대로 설명하지도 못 한다"라며 "카르텔이 아니고서는 설명이 안 되는 과제를 진행 중인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이 의원은 유 장관을 향해 “왜 그 많은 전문가를 다 놔두고 김형숙 증인과 같은 사람에 그 만한 기회를 주고 신데렐라 데뷔를 시켰나”라며 “R&D 카르텔을 피상적으로 이야기할 게 아니라 이러한 종류의 연구에 대해 예산 삭감 혹은 환수 조치하고 진짜로 필요한 연구에 예산이 돌아가도록 하지 않으면 우리나라 과학기술계 망가질 것이다. 김형숙 증인의 연구 성과를 다시 살펴보시고 감사해서 알려달라”고 주문했다.
다만, 여당 간사인 최형두 의원은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을 지낸) 앨런 그리스펀도 원래 음악을 전공했다"며 "인생이라는 것은 알 수 없어서 다른 재주를 통해 연준 이사회 의장이 됐다. 편견을 깨야 한다"고 반박했다.
김형숙 교수의 뒷배가 돼 준 인물로 이해민 의원은 디지털플랫폼정부위원회 위원장을 지낸 김창경 교수를 지목하기도 했다.
이 의원은 “김창경 교수는 이번 정권에서 이주호 교육부 장관이 임명되자마자 연구 시작한 지 1년 밖에 안 되는 김형숙 교수 과제를 콕 찍었다”라며 “김창경 교수는 MB 정권에서 청와대 과학기술비서관, 교육과학기술부 제2차관을 지내면서 이주호 당시 교육과학기술부 장관과 함께 근무했고 둘은 밀접한 사이”라고 꼬집었다.
아울러 야당은 해당 사업 관련 예산이 윤석열 정부가 들어서면서 크게 증액된 부분을 지적하며 정치인과의 카르텔 가능성도 제기했다.
권성동 의원(국민의힘)의 사촌이 최대주주로 있는 토목건설회사 ‘신화건설’이 한국연구재단과 함께 마음건강사업의 공동연구개발기관으로 참여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신화건설의 경우 과거 정부 R&D사업 참여실적이 전무하다.
이날 종감에선 김형숙 교수에 신화건설을 추천해준 '지인'이 누군지를 두고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 최민희 과방위원장은 "그 크지도 않은 신화건설을 추전해준 지인이 누구냐"고 거듭 질의했고, 김형숙 교수는 “신화건설만 소개시켜준 것이 아니다. 지인이다”라며 같은 답변을 되풀이했다.
이 외에도 과기정통부 종감에선 환경노동위원회에 이어 삼성전자 기흥캠퍼스 방사선 피폭 사고와 관련한 질의가 이어졌다. 이훈기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삼성전자가 환노위 국감에서 방사선 피폭 사건을 질병이라고 보고했으나, 고용노동부는 이를 명확히 부상으로 판정했다"며 "국민과 국회 앞에서 책임을 명확히 하라"고 요구했다.
방사선 피폭 피해자 이용규 씨도 종감 현장에 참석해 "삼성전자는 중대재해처벌법을 피하려고만 한다"며 "사고 당시 방사선 피폭 치료를 전문으로 하는 병원이 아닌 곳으로 보내는 등 기본적인 의료 대응조차 허술했고 진정성 없는 사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윤태양 삼성전자 부사장(CSO)은 "저희가 초기에 혼선이 있었는 데 피해자에게 적절한 의료 지원을 제공하지 못한 점에 대해 사과드린다"면서도 "(고용노동부의 부상 판정에 대해) 여전히 질병으로 보는 부분이 있어 검토를 진행 중"이라는 회사 측 태도를 고수했다.
항우연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간의 지식재산권 갈등에 대해선 '협의체 구성'으로 해결하겠다는 입장이 나왔다. 윤영빈 우주항공청장은 "민간 주도로 바꾸기 위해서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항우연 간의 지재권 문제 뿐만 아니라 다른 민간기업이 발전할 수 있는 법제도를 마련하고자 한다"며 "지재권 문제는 우주청을 중심으로 협의체를 구성해서 조속한 시일 내에 해결을 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최민희 과방위원장은 과기정통부 종감을 마무리하며 "수감기관은 위원님들께서 제안하신 고견들을 면밀히 검토해 미비점을 보완하고 정책 대안을 마련, 국민의 안전을 위해 노력해 주시기 바란다"며 "과방위는 앞으로도 국정감사에 준하는 활동을 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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