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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들어올 때 노 저어야 하는데"… 우리금융, 3분기 호실적에도 '비은행 강화' 무산될까 노심초사

강기훈 기자

[디지털데일리 강기훈 기자] 우리금융지주가 3분기 만에 작년을 뛰어넘는 예상 외의 호실적을 거둬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우리은행, 우리카드 등 주요 계열사의 실적 성장에 힘입어서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야심차게 추진하고 있는 비은행 강화 사업이 물거품되지는 않을까 전전긍긍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전임 회장 부적정 대출 건에 연루된 만큼, 최악의 경우 생보사 인수와 증권사의 신사업 확대가 물건너 갈 공산이 크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금융의 올해 3분기 누적 기준 당기순이익이 2조6591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 2조4382억원보다 9.1%(2209억원) 증가한 수치다.

이는 작년 연간 실적인 2조5063억원을 초과하는 실적이기도 하다. 이로써 2022년(3조1417억원) 이후 2년 만에 '연간 실적 3조원' 목표를 달성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주요 계열사의 약진이 호실적을 견인했다. 우리은행은 3분기 누적 기준 2조5240억원의 순이익을 시현해 전년 동기 2조2898억원과 견줘 10.25%(2346억원) 늘었다. 우리카드 또한 1400억원의 순이익을 거둬 전년 동기 1170억원보다 19.7%(230억원) 증가했으며, 우리금융캐피탈의 순이익 또한 1160억원으로 집계돼 1년 전 1090억원 대비 6.4%(70억원) 늘었다.

우리투자증권의 경우 3분기 누적 기준 90억원의 순이익을 거둬 전년 동기 180억원보다 50%(90억원) 줄었다. 그러나 우리종합금융과 한국포스증권의 합병이 3분기에 이뤄져 누적 기준으로는 순이익이 줄었다. 3분기만 보면 57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하며, 직전 분기 88억원 순손실에서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지정학적 리스크와 미국 대선 등 글로벌 불확실성에 적극 대응해, 연말까지 안정적인 실적을 이어가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렇듯 우리금융이 시장 컨센서스를 뛰어넘어 실적 잔치를 벌이고 있음에도 한편으로는 긴장한 모습 보이고 있다. 그룹 최대의 숙원인 '비은행 강화'가 좀처럼 진전되고 있지 않아서다.

실제로 우리금융의 은행 의존도는 매우 높은 편이다. 상반기 기준 우리금융의 은행 의존도는 95.3%로 집계돼 금융지주 중 가장 높았다. 이어 하나금융(84.6%), 신한금융(74.8%), 농협금융(72.2%), KB금융(54.1%) 순이다. 3분기에도 우리금융은 누적 기준 94.9%의 은행 의존도를 보여 비은행 부문 확충이 어느 때보다 시급하다.

이에 우리금융은 8월 한국포스증권 인수를 마무리 지으며, 우리투자증권을 출범시켰다. 또, 8월 말 우리금융은 동양생명과 ABL생명을 인수하기 위해 중국 다자보험그룹과 주식매매계약(SPA)를 체결하기도 했다.

그러나 손태승 전 우리금융 회장의 친인척이 연루된 부적정 대출 건에 발목을 잡혔다. 금융감독원은 임종룡 회장을 포함한 현 경영진에도 책임이 있다고 보고 현재 고강도로 정기검사를 진행하고 있다.

문제는 검사 중 진행되는 경영실태평가에서 내부통제 실패 등을 이유로 3등급 이하의 결과를 받는다면 두 생보사 인수가 물건너 갈 수 있다는 점이다. 금융위원회로부터 자회사 편입 승인을 받으려면 최소 2등급은 받아야 한다.

우리투자증권의 신사업 진출도 당분간 지체될 공산이 크다. 현재 투자매매업 본인가를 앞두고 있는데 금융위가 금감원의 정기검사를 지켜보며 신중한 태도를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출범 초기인 우리투자증권은 서둘러 체급을 키워야 하는데 처음부터 암초를 만난 셈이다.

만약 상황이 잘 풀린다 하더라도 경영실태평가 결과는 빨라도 올해 11월에 나온다. 부적정 대출 건이 국민적 공분을 샀던 만큼 내년 상반기에 나올 수도 있다. 즉, 생보사 인수와 증권사 신사업 진출이 내년 상반기 이후로 미뤄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우리금융 안팎에선 '이렇게 실적이 좋을 때 서둘러 보험과 증권 부문을 강화해야 한다'는 생각이 지배적"이라며 "자칫 금융당국이 전임 회장 건을 핑계로 어깃장을 놓진 않을까 전전긍긍하는 분위기도 있다"고 설명했다.

강기훈 기자
kkh@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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