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쾌한 골짜기'에 빠진 가상인간 구출대... '오모션주식회사' [데모데이 프리뷰]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주관하고 씨엔티테크가 운영하는 '2024 콘텐츠 오픈인큐베이션 데모데이'가 10월30일 코엑스 스타트업브랜치에서 열린다. 총 7개 스타트업이 참여하는 가운데, K-콘텐츠의 미래를 이끌어갈 이들 기업의 번뜩이는 아이템과 인재, 비전이 담긴 액기스를 앞서 살펴본다 <편집자주>
[디지털데일리 이건한 기자] '불쾌한 골짜기'를 아시나요? 로봇이 인간을 어설프게 닮을수록 그것을 보는 사람의 불쾌감이 높아진다는 오래된 이론입니다. 그런데 이 비유가 최근 인공지능(AI) 산업에서 언급되는 이유는 AI로 인간을 실사에 가깝게 재현하는 가상인간(Virtual Human) 콘텐츠가 점점 더 빠르게 확산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만큼 가상인간이 등장하는 콘텐츠는 흔해졌지만 여전히 왠지 모를 어색함이 느껴진다면, 그들의 입과 움직임을 자세히 살펴보세요. 발화 내용과 따로 노는 입, 유난히 뻣뻣한 표정과 제스처가 적은 움직임 등이 눈에 띌 겁니다. 이런 한계가 공통적으로 드러나며, 최근 가상인간의 경쟁력은 아주 사소한 부분까지 인간을 얼마나 유사하게 구현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 되고 있습니다.
이 가운데 오모션주식회사(이하 오모션)는 국내 유일의 '3D 입모양 데이터셋'을 비롯해 AI 기반의 정교한 가상인간 생성 및 애니메이팅 기술 역량을 바탕으로 불쾌한 골짜기 탈출에 성공한 스타트업으로 평가됩니다. 특히 이들의 성장기에서는 AI 기반 3D 그래픽스 기술 비즈니스란 '처음'보다 '완벽'이 경쟁력을 만든다는 점, 이를 위해 독자적이며 대규모의 학습용 데이터셋 구축이 중요하다는 사실이 잘 드러납니다.
기술&서비스 비전
'초실사 하이퍼 리얼리티'를 자사 3D 가상인간 기술의 정체성으로 소개한 오문석 오모션 대표의 자신감에는 근거가 있었습니다. 오 대표에 따르면 최근 가상인간은 정말 '우후죽순'처럼 시장에 쏟아져 나오고 있죠. 현재 국내 버추얼휴먼협회 가입사만 200개 이상입니다. 시장 전체로 보면 300개 이상이라고 하죠.
그런데 이를 만드는 회사는 대부분 기존의 VFC(특수효과) 회사, 혹은 3D 애니메이션 제작이 전문인 곳인데요. 오 대표는 그들의 한계로 '기술 부재'를 꼽았습니다. 기존 기술로 정적인 외형까진 그럴듯하게 구현할 수 있으나, 진짜 인간을 대체할 수준이 되려면 실사와 혼동할 만큼 사실적인 외형과 얼굴, 행동의 동적 표현력까지 세밀하게 최적화되어야 합니다.
또한 상품성과 경쟁력 확보 측면에서도 초실사 가상인간 제작에 필요한 비용과 시간을 대폭 감소할 수 있는 기술도 필수입니다. 오 대표는 전통 콘텐츠 회사들이 해당 기술 기반이 약한 편이라, 그동안 가상인간 콘텐츠 사업의 경제성 개선도 더디었다고 설명했습니다.
또한 많은 AI 전문가가 말하듯, AI가 사람을 닮고 합리적인 대답을 이어가려면 고품질 대규모 학습 데이터가 필수입니다. 아무리 똑똑한 AI라도 배우지 않고 따라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그동안 비용 부담과 기술 한계를 이유로, 자연스러운 한국어 발화를 위한 3D 얼굴 학습용 데이터셋을 제작하려는 회사가 없었습니다. 이런 틈새를 간파한 오모션은 지난해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NIA)과 진행한 AI 학습용 데이터 구축 사업에서 해당 데이터셋 확보에 나섰습니다.
그 결과 60대의 카메라로 아나운서 10명이 약 5000문장을 발화하는 모습을 초당 60프레임 3D 얼굴 데이터셋으로 제작, 총 114건만에 달하는 3D 입 모양 및 얼굴 데이터셋 확보에 성공했죠. 이를 이용해 가상인간의 얼굴을 제작하고 텍스트 입력으로 발화를 명령하면, 문장과 더욱 정확하게 매칭되어 한층 자연스러운 가상의 얼굴이 만들어집니다.
이는 특히 가상 아나운서나 캐스터, 버추얼 유튜버(버튜버), 아이돌 등 대상에 대한 높은 몰입도가 요구되는 콘텐츠 시장에서 오모션의 차별점이 됩니다. 나아가 사람의 움직임을 AI로 정교하게 생성하는 기술을 적용하면 실사와 구분하기 어려운 수준의 3D 가상인간 콘텐츠 제작도 가능해지죠. 오모션은 이 같은 AI-3D 가상인간 콘텐츠 제작 솔루션에 '오모션 젠아이'란 브랜드를 붙이고 현재 국내외 시장 공략에 힘을 기울이는 중입니다.
더불어 오모션은 그동안 VFX 업계가 다수의 인력을 투입해 수작업으로 진행하던 콘텐츠 제작 과정도 자체 개발한 그래픽스 프로그래밍과 AI 기술로 자동화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이는 콘텐츠 수익성과 직결되는 제작시간 및 제작비용의 절감으로 이어지는 경쟁력인데요. 데이터셋 구축만 해도 예산이 있다고 단기에 구축하기 어려운데, 제작 과정 자동화 솔루션까지 확보한 부분 역시 오모션이 동종 업계에서 차별화된 경쟁력을 자부하는 지점입니다.
인재&조직 잠재력
오모션의 인적 바탕은 대학입니다. 창업자인 오문석 대표는 현재 광운대학교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 공동창업자인 서영호 최고기술책임자(CTO)도 광운대 전자재료공학과 교수를 겸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오래 전부터 여러 기업과 기술개발 과제를 수행하며 다양한 사업화 프로젝트에 참여한 경험을 공유하고 있죠.
특히 실시간 3D 그래픽스 기술과 3D 실사 영상 제작 기술인 볼류메트릭(Volumetric) 원천기술을 바탕으로, 지금의 3D 얼굴합성 기술과 독자적 발화 데이터까지 확보하면서 일반 애니메이션 제작 기반 회사들과 차별화에 성공했습니다. 이는 오모션이 AI 인기에 편승하여 단기간에 결성된 팀이 아니라, 10년 이상 협업하며 단계별로 원천기술을 확보해왔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무엇보다 교수 창업 회사의 이점은 상당합니다. 오 대표는 "이젠 교수들도 창업 전선에 많이 뛰어드는 추세이고, 학생들의 일자리 제공과 해외 유출을 막는 측면에서 정부도 이를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편"이라며 "무엇보다 오랜 기간 축척한 첨단 기술력과 연구개발 네트워크 활용이 용이한 점이 유리하게 작용한다"고 설명했는데요. 일반 스타트업이 네트워크 구축은 물론, 고급 연구개발 인력 수급에 큰 어려움을 겪는 점, 고가의 연구개발 장비 활용이 쉽지 않은 상황들을 고려하면 보다 안정적으로 기술 개발 및 사업화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이들의 조직적 강점인 셈입니다.
주요 성과 및 관전 포인트
연구실을 넘어, 진짜 시장에서 가치 있는 기술로 인정받으려면 상용화 사례가 중요합니다. 이 점에서 오모션은 독자적 기술력을 인정받아 이미 다양한 레퍼런스를 확보하고 있습니다. 우선 창업 첫해인 2021년에 K-Pop 아이돌을 3D 모델로 제작해 엔터사에 판매했고, 이후 JTBC와 함께 3D 가상 아나운서를 제작해 베이징 올림픽 중계 방송에 활용하기도 했습니다.
이어 2023년 미국과 일본, 2024년 중국 법인 설립 후 해외 공략 속도도 빨라지고 있습니다. 실제 성과도 따랐는데요. 2023년 미국 실리콘밸리 기업에 초실사 3D 가상인간 에셋 판매, 올해 중국 시장에도 3D 가상인간을 활용한 공간컴퓨팅 서비스 제품에 5억원 규모의 계약을 성사시켰습니다. 또한 최근에도 15만달러 상당의 3D 가상인간용 생성형 AI 솔루션을 미국에 수출했습니다. 이로써 매년 200% 이상의 매출 성장 추세가 이어지고 있죠.
오 대표는 나아가 오모션이 지향하는 정체성으로 '가상인간 제작 연구개발(R&D) 회사'를 꼽았습니다. 구체적으로는 현재 업계에서 희소한 촬영 장치와 스튜디오, 솔루션 및 데이터셋 제작 능력의 강점을 앞세워 3D 가상인간 기반 제작 기술과 스튜디오 제작 기술이 통합된 차세대 '이머시브(Immersive, 몰입형) AI 스튜디오 제작 회사로 거듭나겠다는 계획입니다.
이머시브 AI 스튜디오는 기존 버추얼 프로덕션 제작 방식의 많은 부분을 AI로 대체해 보다 저비용, 고효율 제작 환경을 제공할 수 있는 차세대 스튜디오인데요. 오모션은 2025년 1월 개최 예정인 CES 현장에서 이에 대한 강력한 프로모션도 진행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무엇보다 해당 가능성을 높이 평가한 투자사 더인벤션랩이 지난 10월8일 개최된 사우드 국부펀드 산하 설명회 초대 티켓 3장 중 하나를 오모션에 배정한 점도 기대를 높이는 대목입니다.
또한 오모션이 보유한 발화 데이터셋이 중소기업과 일반 국민들 사이에서도 저렴하게 쓰여 3D 가상인간 대중화에 일조하고 싶다는 포부도 밝혔습니다. 이를 위해 오모션은 B2C(소비자 대상), B2B(기업 대상) 사업화 모델을 보다 명확히 설정하고 시장에 안착시키기 위한 기술 개발에 더욱 전념하겠다는 각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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