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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유료방송 신고제 완화 2년…요금제 변화 없었다

강소현 기자

[디지털데일리 강소현 기자] 콘텐츠 시장의 염가화를 해결하고자 유료방송 요금을 신고제로 완화했으나, 실제 요금을 변경한 사업자는 지난 2년 동안 전무한 것으로 나타났다.

30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이하 과방위) 소속 이해민 의원실(조국혁신당)에 제출한 ‘유료방송 상품별 요금제 현황’ 자료를 보면, 유료방송 요금을 신고제로 완화한 이후 월 요금을 변동한 사업자는 단 한 곳도 없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는 2022년 7월 유료방송 요금 승인제를 업계의 숙원이었던 신고제로 완화한다는 내용의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을 마련한 바 있다.

이전까진 유료방송 사업자가 요금제를 내려면 과기정통부 장관의 승인을 받아야 했다.

다만, 승인제 도입 이후 시장은 급격히 경직됐다.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해 사업자들이 기존과 유사한 상품을 계속 출시하면서다.

정부가 가격을 규제해 콘텐츠 시장의 염가화를 부추긴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가격 인하는 물론, 인상도 어려워 콘텐츠 제작 단가가 올라도 이를 요금제에 반영하기 어려웠는게 업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이에 요금을 신고제로 전환했고 사업자는 상품을 자유롭게 구성할 수 있게 됐으나 정작 상품 구성과 요금은 그대로였다.

예컨대, KT와 SK브로드밴드, LG유플러스 등 IPTV 사업자의 기본형 상품 가운데 최저가 상품의 요금은 1만1000원으로 2022년과 동일했다. 구성도 변동이 전혀 없었다. 같은가격에서 KT는 방송채널 91개를, SK브로드밴드와 LG유플러스는 각각 60개, 60~62개(선택형)를 제공하고 있었다.

최고가 상품의 요금도 그대로였다. KT에센스(266개)는 2만5300원, SK브로드밴드 B tv All(257개) 2만5300원, LG유플러스 프리미엄(253개) 2만2000원이었다.

정부는 KBS1TV나 EBS 등 의무재송신 채널만 상품에 포함된다면 현행법상 상품 구성 및 요금 변동에 문제되는 부분은 없다는 입장이다. 즉, 사업자가 자유롭게 채널을 구성하고 가격은 인하 혹은 인상할 수 있는 것이다.

일각에선 해외에서도 유료방송 상품 구성 및 요금의 경우 모든 사업자가 유사하게 가져가는 가운데, 이상 흐름은 아니라는 시각도 존재한다.

다만 정부가 신고제로 완화한 취지를 생각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국내의 경우 유료방송 상품의 가격이 매우 낮은 수준으로 책정되어 있는 가운데, 신고제 완화로 콘텐츠 시장의 염가화가 어느정도 해결될 것으로 기대됐기 때문이다. 국내 유료방송 플랫폼의 월간 ARPU(이용자당 매출)는 OECD 국가 중 최하위 수준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선 아직까진 정부가 요금제에서 ‘수리를 요구하는’ 신고제를 채택하고 있는 부분을 지적한다. 즉, 신고를 하더라도 정부와의 의견 조율이 필요하다.

특히, 상품 구성에서 업계와 정부의 의견 차이가 존재한다는 게 업계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예컨대 채널 200개로 구성된 상품의 요금이 약 2만원이라면, 채널 20개로 구성된 상품의 요금은 2000원이어야한다는 게 정부의 시각이다.

결국 이미 시장에서 가격이 낮게 책정된 요금을 인상할 '명분'을 만들어야하지만 쉽진 않은 상황이다. 각 사업자가 유사한 채널 구성을 가지고 있는 가운데 채널 기반의 차별화는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경쟁력 없는 채널을 상품에서 제외시키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경쟁력 없는 채널을 제외하는 경우 유료방송 사업자는 해당 채널을 제공하는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에게 지급할 비용(콘텐츠 사용료)을 절감할 수 있다. 이에 정부도 형식적으로 채널평가를 거쳐 2년 연속 하위점을 기록한 채널에 대해 재계약을 보류할 수 있도록 하고 있지만, 퇴출되는 경우는 거의 부재하다.

익명을 요구한 유료방송 업계 관계자는 “‘태조 왕건’이나 ‘전원일기’ 등 똑같은 콘텐츠를 계속 재방송하는 이른바 ‘좀비PP’보단 콘텐츠에 투자를 많이하는 PP에게 더 많은 콘텐츠 사용료가 돌아가야 하지 않겠냐“라고 반문하면서 “(유료방송사업자에게도)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수준의 콘텐츠(채널) 운영 자율성을 보장해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업계에 정통한 한 전문가는 “오롯이 채널 기반으로 차별화된 상품을 낸다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라며 ”사업자 간 채널 구성은 물론, 콘텐츠도 비슷하다보니 사업자로선 요금을 인상한 명분이 없다. 특히, 8VSB 상품의 경우 저렴한 가격이 경쟁력으로 요금을 올리면 오히려 경쟁력을 잃게 되는 상황이다”라고 밝혔다.

물론, 정부가 상품 구성에서 어느정도 규제를 두는 건 중소 방송채널사업자(PP)를 보호하려는 취지도 있다. 가입자가 직접 인기 채널만 골라보는 이른바 '알라까르뜨'(a la carte)나 ‘스키니번들’ 등의 상품이 출시되는 경우 중소PP는 자연히 도태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유료방송 업계 전문가는 “수리를 요구하는 신고제라는 게 결국 정부가 수리를 해주지 않으면 요금제를 개편할 수 없다는 것”이라며 “경쟁력 있는 PP가 더 많은 돈을 가져갈 필요가 있는데 (정부가) 중소 PP의 불만을 해소하는 등 모든 부분을 고려하려다보면 현재 시장의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 규제의 대대적 완화가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전문가는 “(유료방송 상품에 대해) 유연하게 인정해주는 것은 정부의 몫"이라며 "(사업자들도) 실시간 방송만 가지고 경쟁력을 높이는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가운데 부가서비스를 활용한 경쟁력 강화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겠다"고 조언했다.

[ⓒ 이해민의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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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소현 기자
ksh@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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