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고IPO] 토스, 국내 증시와 ‘헤어질 결심’...미국 증시 택한 배경은?
[디지털데일리 오병훈기자] 핀테크 플랫폼 ‘토스’를 운영하는 비바리버블리카(이하 토스)가 국내 상장 대신, 미국 증시 상장을 추진하기로 했다. 기업공개(IPO) 시장 내에서 ‘대어’로 기대를 모으고 있었으나, 한국보단 미국 증시 시장에서 비교적 안정적으로 가치 평가를 받을 수 있을 것이란 계산에서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토스는 올초부터 준비해오던 국내 IPO 절차를 중단하고, 미국 상장을 검토 중이다. 토스는 지난 2월 한국투자증권과 미래에셋증권을 공동 주관사로 선정하면서 본격적인 국내 상장 준비를 시작한 바 있다.
당초 계획은 오는 2025년까지 국내 유가증권시장(코스피)에 상장하는 것이었다. 기업가치는 10조원 이상으로 평가되며 국내 IPO 시장에서 주목받는 최대 대어로 꼽혔다. 상장 준비에 발맞춰 비용 효율화 및 서비스 확장 작업을 지속했다. 올해 2분기 기준 연결 영업이익 28억원을 기록하며 흑자전환하기도 했다.
이같이 차근차근 국내 상장을 준비하던 토스지만, 국내 주식 시장 불확실성과 미국 증시 상장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기회 및 장점을 따져보면 미국행이 더 이득이 될 것이란 판단이 선 것으로 풀이된다.
얼어붙은 투심…한국에선 희망 없다
토스가 미국 상장을 결심하게 된 주요 배경으로는 최근 국내 증권 시장 침체 분위기를 꼽을 수 있다. 투자 심리가 크게 위축되면서 IPO 시기가 적절하지 않다는 시장 평가가 지속되고 있던 터다. 한국거래소 정보데이터시스템에 따르면, 31일 기준 국내 주식(코스피, 코스닥, 코넥스 합계) 올해 10월 일평균 거래량은 약 12억6969만주로, 지난 1월과 비교해 28.1%감소했다. 일평균 거래대금은 15조7425억원 규모로 같은 기간 18.7% 감소했다.
특히 토스뱅크와 함께 인터넷뱅크 3사로 언급되는 케이뱅크의 상장 연기 소식도 침체 분위기를 방증했다. 케이뱅크는 올해 상장을 목표로 상장 절차를 이어갔으나, 수요예측 단계에서 부진한 결과를 내면서 상장을 연기한 바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토스 내부적으로도 국내 증시에서는 온전히 기업가치 평가를 받지 못할 것이란 판단이 선 것으로 보인다. 투심 위축과 더불어 ‘코리아 디스카운트’ 등 국내 주식시장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감수하고 IPO를 강행하는 것보다 미국 주식 시장에서 안정적인 가치 평가를 받겠다는 복안이다.
각국 핀테크 집합하는 미국…브라질·스웨덴도 美증시 IPO 준비
또 다른 요인으로는 글로벌 핀테크 투자 관점에서 미국 IPO는 기회의 땅으로 인식되고 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최근 글로벌 핀테크 시장 투자 규모는 감소하는 추세지만, 주로 아시아태평양지구(ASPAC) 지역, 유럽중동아프리카지역(EMEA) 투자 규모 감소에 따른 것이다.
지난 8월 카림 하지 KPMG 인터내셔널 글로벌 금융 서비스 책임자가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기준 미주 지역 핀테크 관련 벤처캐피탈(VC) 거래 규모는 385억달러(한화 약 53조원)에서 367억달러(한화 약 50조원)로, 4.6% 감소했다. 그에 반해 ASPAC에서는 같은 기간 46억달러(한화 약 6조원)에서 38억달러(한화 약 5조원)로, 17.3% 줄었다. EMEA 지역은 191억달러(한화 약 26조원)에서 114억달러로 40.3% 대폭 감소했다.
각국 핀테크 기업의 미국 증시 IPO 도전도 이어지고 있다.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브라질 모바일 뱅킹 애플리케이션을 운영중인 핀테크 기업 ‘픽페이’는 시티그룹과 손잡고 미국 IPO를 시도 중이다. 스웨덴 핀테크 시장을 이끄는 ‘클라르나’도 뉴욕증권거래소 상장을 목표로 IPO를 추진 추진 중이다.
이같은 글로벌 투자 동향을 고려했을 때, 토스 또한 미국 상장을 통한 새로운 기회를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대체 불가능한 글로벌 최대 자본 시장이라는 점, 글로벌 투자 시장 인지도를 높일 수 있는 기회라는 점, 다양한 투자자를 대상으로 자금을 끌어모을 수 있다는 점 등을 기반으로 목표한 기업가치를 인정받겠다는 계획이다.
단점도 분명한 미국증시 상장…규제비용 등 고려해야 할 부분 많아
토스의 미국 행은 단점도 분명하다. 특히 규제 리스크 측면에서 불리할 수 있다. 미국 증시에 상장하는 기업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규제를 준수해야 한다. 결과적으로 이미 국내 금융당국 감독 아래 사업을 운영 중인 상황 속에서 규제 준수(컴플라이언스) 비용이 따로 발생하게 되는 셈이다.
최근까지도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도합 60억원 규모 과징금 및 과태료 처분을 받은 토스 입장에서 규제 리스크에 촉각을 세우고 있는 가운데, 통상적으로 국내 대비 제재 강도가 높은 미국 금융당국에 대한 규제 리스크에도 신경 써야 한다는 점은 부담이될 수 있다.
금융당국 뿐 아니라 미국 소송 문화도 고려해야 할 부분이다. 소송이 일상적인 미국에서는 주가 하락 및 경영 부실 등을 이유로 주주집단 소송이 흔히 발생한다. 일례로, 올해 6월 미국 나스닥에 상장한 네이버웹툰도 상장 직후 주가 급락으로 인한 집단 소송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또, 환율 변동에 따른 불확실성도 떠안게 된다. 토스는 절대적으로 ‘내수’ 시장에 의존하는 기업이다. 주요 서비스인 송금, 중개, 광고, 간편결제, 증권, 세무, 인증, 전자지급결제대행(PG), 결제 단말기판매 등 모두 국내 시장을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는 곧 원화-미화 환율 상황에 따라 재무 성과가 좌우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환율 상황이 좋지 않을 경우 국내에서 좋은 성과를 내더라도 이것이 미국 공시상 실적에 축소 반영될 수 있다. 환율 변동성을 고려한 헷지 수단을 마련하는 과정에서도 추가적인 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
한편, 토스 미국 상장 검토 소식이 전해지면서 앞서 미국 증시에 상장한 국내 플랫폼 기업 주가 상황에도 관심이 모이고 있다. 미국 뉴욕거래소에 상장한 이커머스 기업 쿠팡(CPNG) 주가는 지난 29일 종가 기준 26달러(한화 약 3만6000원)로, 상장일(2021년 3월11일) 대비 47.2% 하락했다. 또, ‘웹툰엔터테인먼트(WBTN)’라는 이름으로 나스닥에 상장한 네이버웹툰 주가는 지난 29일 종가 기준 10.74달러(한화 약 1만5000원)를 기록, 상장일(2024년6월27일) 종가 대비 53.3% 하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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