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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美대선] 트럼프式 보호주의 부활?…‘클라우드 보안규제’ 무력화 우려

권하영 기자
6일(현지시각) 미국 플로리다주 웨스트팜비치의 팜비치 카운티 컨벤션 센터에서 열린 집회에서 미국 공화당 대통령 후보이자 전 미국 대통령인 도널드 트럼프가 지지자들에게 연설하기 위해 무대에 올랐다. [ⓒ연합뉴스]
6일(현지시각) 미국 플로리다주 웨스트팜비치의 팜비치 카운티 컨벤션 센터에서 열린 집회에서 미국 공화당 대통령 후보이자 전 미국 대통령인 도널드 트럼프가 지지자들에게 연설하기 위해 무대에 올랐다. [ⓒ연합뉴스]

[디지털데일리 권하영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재집권에 성공하면서, 집권 1기 당시 견지했던 ‘보호무역주의’가 부활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특히나 유럽을 비롯해 해외시장에서 큰 견제를 받고 있는 미국 빅테크들의 경우, 트럼프 당선인의 자국우선주의 관점에 입각한 빅테크 친화 정책을 기대하는 분위기다.

역으로 보면 우리나라를 비롯해 빅테크들이 진출해 있는 전세계 국가들에선 미국 빅테크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는 각종 규제와 제도들에 대해 미 정부와의 갈등, 저항과 압력이 종전보다 더욱 커질 수 있다는 얘기다.

실제 트럼프 당선인은 유럽연합(EU)이 미국 빅테크를 겨냥해 디지털서비스세(DST) 부과를 시사하자 즉각적인 상응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EU가 디지털시장법(DMA)을 통해 미 빅테크에 제재를 가할 경우, 트럼프 행정부가 상대국에 고율 관세를 부과하는 무역법 301조 발동으로 압박을 가할 것이란 전망도 있다.

미국의 10대 무역적자국 중 하나인 한국도 예외는 아닐 것으로 보인다. 특히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MS), 구글 등 대표적인 미 빅테크들이 국내 공공 클라우드 시장을 눈독들이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당장 클라우드 관련 규제부터 논란이 커질 수 있다.

국내 민간 퍼블릭 클라우드 시장의 약 80%를 점유한 아마존웹서비스(AWS)와 MS, 구글이 아직 진출하지 못한 곳이 바로 공공 시장이다. 국내 공공기관에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하려면 ‘클라우드보안인증(CSAP)’을 획득해야 하는데, 과거엔 철저한 망분리가 요구돼 해외에 서버가 있는 외산 클라우드가 이를 충족하기 어려웠다.

최근에는 CSAP를 상·중·하로 구분해 상대적으로 보안 수준이 낮은 ‘하’등급에 한해 논리적망분리(소프트웨어적으로 망분리 효과를 내는 것)를 허용하긴 했지만, 시장 규모가 한정적인 탓에 외국 업체들은 더욱 전폭적인 규제 완화를 요구해 왔다.

실제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2022년 ‘각국 무역장벽 보고서’에서 한국의 CSAP를 ‘미국 기업을 겨냥한 공공조달 무역장벽’으로 지적했고, 지난해와 올해 보고서에서도 같은 취지 내용을 언급한 바 있다. 암참(AMCHAM·주한미국상공회의소)은 올해 3월 윤석열 대통령에게 CSAP 규제 완화 요구를 포함하는 서한을 보내기도 했다.

우리 정부가 이미 지난해부터 CSAP 등급제 시행을 결정하고 ‘하’등급을 우선 시행했다는 점을 생각하면, 최근까지 이어지는 미국 측의 이러한 태도는 사실상 CSAP ‘상·중’등급까지도 논리적망분리를 허용해달라는 시그널로 해석된다.

그러나 인공지능(AI) 핵심 인프라로 꼽히는 클라우드는 곧 데이터 주권의 문제로 이어지는 만큼, 정부는 이러한 미국 측 행보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실제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최근 발표한 ‘제4차 클라우드 기본계획’은 “글로벌 CSP(클라우드서비스제공사)와 경쟁·협력을 통해 국내 시장의 전체적 성장을 도모하면서도, 국내 CSP 역량을 강화하고 국가 핵심 영역의 자주성을 확보하는 투트랙(Two-track) 접근을 하겠다”고 밝혔는데, 결국 ‘글로벌 파트너십’과 ‘독자 경쟁력 확보’ 사이 균형을 잡아야 하는 딜레마가 읽히는 대목이다.

정부는 최근 CSAP 이슈와 별개로 공공·금융 분야 망분리 완화 정책을 가시화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국가정보원(국정원)은 새로운 사이버보안체계인 ‘다중계층보안(MLS)’ 도입을 준비 중이다. MLS는 국가 정보시스템을 업무 중요도에 따라 기밀(C)·민감(S)·공개(O) 등급으로 분류해 차등적인 보안을 적용하는 것으로, 각 등급의 세부기준이 어떻게 확정되느냐에 따라 외산 클라우드의 진입이 본격화될 수 있다.

권하영 기자
kwonhy@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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