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노소영 이혼소송’ 대법원 심리 속행…5가지 쟁점 재부상
[디지털데일리 김문기 기자]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소송에 대해 대법원이 심리를 결정했다. 이에 따라 양측의 긴장의 끈도 팽팽해진 모양새다.
대법원 1(주심 서경환 대법관)은 지난 8일 최 회장과 노 관장 이혼 소송 상고심 정식 심리를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이혼소송 상고심 심리불속행 기각 기한이 자연스럽게 넘어갔기 때문. 심리불속행 기각은 상고심에서 원심판결에 위법 등 특정 사유가 없을 경우 본안 심리를 하지 않고 상고를 받아들이는 제도로, 그 기한이 8일 자정이었다.
만약, 심리하지 않고 기각이 됐다면, 2심 판결이 확정되는 상황이었다. 2심은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재산분할로 1조3808억원, 위자료 명목으로 20억원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한 바 있다.
대법원이 심리를 진행하기로 결정하면서 그간의 핵심 쟁점도 부상하고 있다. 통상 가사 소송의 경우, 심리불속행 기각 비율이 약 90%에 달한다. 즉, 대법원이 심리를 진행하기로 결정했다는 점은 항소심 판결에 문제 또는 법리적 오류가 있었다는 의미로 읽힌다.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의 심리 진행 사유는 비공개이기는 하나 1조원이 넘는 천문학적 재한분할 규모로 인한 사건의 중대함과 사회적인 관심, 전직 대통령의 비자금 의혹 등이 얽히면서 대법원 역시 매우 신중하게 심리를 진행할 것이라 예견하고 있다.
주요 핵심 쟁점으로 ▲항소심에서 판단한 비자금 46배 상속 인정 여부 ▲노태우 비자금 300억원이 SK에 실제 유입됐는지 여부 ▲300억원이 유입됐더라도 불법 비자금이 상속 및 증여세 없이 1조4000억원의 막대한 금액으로 후손에게 넘어가는 것이 바람직한지 여부 ▲고 최종현 SK 선대회장이 증여한 2억8천억원과 최태원 회장의 대한텔레콤 주식 매수자금 2억8천억이 다른지에 대한 판단 ▲최 회장이 친족 또는 재단에 증여한 SK주식도 분할 대상에 포함되는지와 그에 따른 주식 가액 계산 방법 등으로 갈린다는 게 업계 관측이다.
◆경정이 불러 온 나비효과
우선 항소심에서 판단한 비자금 46배 상속 인정 여부다. 이는 최 회장 측이 ‘주식가치 산정’에서 노 관장의 내조 기여가 과다하게 계산됐다는 주장에 따라 오류에 대한 경정이 일어나면서 불거졌다. 당시 재판부는 선대회장의 기여 부분을 12.5배로, 최 회장의 기여 부분을 355배로 판단해 부부가 함께 재산 증식의 기여도가 크다고 봤다.
하지만 이는 1998년 대한텔레콤 주당 가액을 100원이라고 계산하면서 오류에 빠졌다. 이를 1000원으로 바로 잡으면 선대회장의 기여도는 125배, 최 회장의 기여도는 35.5배로 바뀐다. 100배의 왜곡이 발생한 셈이다. 잘못된 기여 가치 산정이, SK 주식을 부부공동재산으로 판단케 했고, 이는 재산분할 비율에도 영향을 미쳤다는 주장이다.
특히, 대법원은 이번 소송과 별도로 진행된 ‘항소심 재판부의 판결문 경쟁에 대한 재항고’에 대해 지난 10월 26일 구체적인 심리를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단순 경정’만으로 끝날 게 아니라는 판단이라는 게 업계 분석이다.
◆노 전 대통령의 비자금 300억원 존재 유무와 향방
또 다른 쟁점으로는 노태우 전 대통령의 비자금 300억원이 SK에 실제로 유입됐는지 여부다.
1심 재판부의 경우 최 회장의 SK 지분이 故 최종현 선대회장으로부터 상속을 받은 ‘특유재산’이라고 판단했다. 주식을 재산분할 대상에서 제외한 셈이다. 하지만 항소심의 경우 최 회장이 SK 지분을 취득하는 과정에서 노태우 전 대통령의 비자금 300억원이 SK그룹에 유입돼 당시 태평양증권 인수에 사용되는 등 그룹 성장에 기여했다고 판단했고, 이동통신사업 진출에도 기여했다고 봤다.
문제는 노태우의 비자금이 SK로 유입됐다는 근거가 불명확하다는데 있다. 지난 1995년 노태우 대통령 일가가 비자금 사태로 수년간 조사를 받았고, SK 역시도 정부의 조사를 받은 바 있지만 결국 드러난 사실이 거의 없다.
물리적으로 5만원권이 없던 당시 300억원은 트럭 2대를 수십개 박스로 채워야 하는 규모였기 때문에 전달 자체도 쉽지 않았다는 주장도 일었다. 또한 노태우 일가 내부에서 비자금 회수 사건이 터졌을 때도 SK로 흘러 들어갔다는 300억원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1심과 달리 항소심에서 관심이 증폭된 계기가 된 노태우 전 대통령의 부인 '김옥숙 여사의 메모’의 경우에도 증거로 충분한지에 대한 여부가 갈린다. ‘약속어음’의 경우에도 돈을 받았다는 주장을 뒷받침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어음 자체가 일종의 약속이지 실제 돈이 오고 갔는지 결과론적으로 접근할 수 없는 것이라는 설명이다.
오히려 일각에서는 노 대통령이 퇴임 후 노후자금 차원의 목돈을 선경에 요구했고, 이에 선경이 약속어음을 견질성으로 끊어줬다는 설이 나돌고 있다. 즉 대법원은 노 대통령의 자금이 SK에 유입됐는지를 증명해야 하는 노 관장 측의 입증 책임에 집중할 가능성도 있다.
◆ 불법 조성된 자금의 상속·증여 논란
게다가 불법 조성된 자금이 상속이나 증여세 없이 후손에게 전달되는 것 역시 국민 정서에 부합하는지도 논란이다.
범죄수익은닉규제법에 따르면 불법자금 세탁 및 범죄수익 영속화를 철저히 금지하고 있다. 이혼 소송과 별개로 노태우 비자금에 대한 국고 환수 요구가 거센 근거다. 복수의 시민단체가 검찰, 국회, 국세청 등에 ‘비자금 재조사’ 고발 등 적극적인 행동을 취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 빡에도 최 회장의 특유재산으로 추정된 SK 주식에 대해 노 관장이 공동재산이라고 주장한다면, 이에 따른 증명 역시 노 관장 측에서 제시해야 한다. 또한 친족 또는 재단에 증여한 SK주식을 분할 대상에 포함시키고, 각 증여일 기준으로 주식의 가액을 산정한 것이 ‘보유추정의 법리’에 어긋난다는 여부와 관련해서도 따져봐야 한다.
이에 따라 사상 최대 재산분할액인 1조 3808억 원도 대폭 조정될 수 있다는 조심스러운 전망이 나돌고 있다. 일각에서는 SK주식이 최 회장의 특유재산이며, 이를 고법에서 다시 판단하라고 ‘파기 환송’할 경우, 1심에 근접한 분할액으로 낮아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반대로 대법원의 결정에 따라 최 회장이 SK주식 상당수를 매각해야 할 상황도 배제할 수 없다. 이 경우 재계 2위 SK그룹의 경영안정성에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혼란을 틈타 해외 자본에 SK그룹이 넘어가는 경우, 국내 전략산업 유출, 투자 미흡, 구조조정 등 더 큰 파장을 몰고 올 수 있다는 우려 섞인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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