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박대리보고서] 폐지냐, 축소냐…美 IRA에 달린 K-배터리의 빅딜

고성현 기자

배터리⋅소재 관련 정책 동향과 현장의 목소리를 전달하기 위해 한 주 동안 열심히 달린 <소부장박대리>가 지난 이슈의 의미를 되새기고 차주의 새로운 동향을 연결해 보고자 독자들을 위해 주간 보고서를 올립니다. <박대리보고서>를 통해 한 주를 정리해보시길 바랍니다.


LG에너지솔루션의 4695 원통형 배터리 [ⓒLG에너지솔루션]
LG에너지솔루션의 4695 원통형 배터리 [ⓒLG에너지솔루션]

美 대선 종료에 배터리 수주 볕드나…연말 빅딜 가능성 '술렁'

미국 대선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승리로 끝나면서 연말부터 국내 배터리 업계의 신규 수주 소식이 확대될지 관심이 쏠린다. 인플레이션 감축 법안(IRA) 혜택 감소와 관세 부과 등 여러 우려가 남아 있지만, 탈중국 기조 및 자국우선주의 중심 기조가 강해지면서 한국산 배터리를 향한 수요가 높아질 추세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IRA에 대한 미국 정부 기조가 정해지는 연말 이후부터 2026년을 겨냥한 신규 수주 소식이 들려올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은 미국 우주항공기업인 스페이스X의 신규 우주왕복선용 배터리 개발에 들어선 것으로 알려졌다. 스페이스X는 그동안 자체 생산한 배터리를 탑재했으나, 새롭게 개발 중인 우주왕복선의 보조 동력 배터리와 전력 공급 배터리 납품처로 LG에너지솔루션을 택한 것으로 전해졌다. LG에너지솔루션이 모회사인 테슬라에 납품해 온 이력이 있는데다, 가혹한 환경 내 가동해야 하는 우주항공용으로도 품질을 인정받았다는 것이 업계 후문이다.

한편 LG에너지솔루션은 미국 전기차 업체인 리비안으로의 신규 배터리 납품도 공식화했다. 리비안이 2026년 양산할 전기 픽업트럭 'R2'에 4695 배터리를 5년간 총 67기가와트시(GWh) 규모로 납품하는 것이 주요 골자다. 4695 배터리는 당초 리비안의 주력 파트너사인 삼성SDI가 맡을 것으로 유력했으나, 가격에 대한 양사 간 이견이 생기며 LG에너지솔루션이 기회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SK온 역시 일본 자동차 업체인 닛산과의 공급 계약이 가시화되는 분위기다. 닛산은 IRA에 따른 세액공제 혜택 확보를 위해 북미 내 전기차 생산 및 배터리 공급처 확보에 주력해왔다. 그러다 신규 수주를 확보하려는 SK온과 이해관계가 맞으며 관련 논의를 이어온 바 있다. 논의 초기에는 배터리 합작법인 설립 등이 거론됐으나, 최근 전기차 수요 감소로 공장 가동률이 떨어지면서 SK온의 조지아 단독 공장, 블루오벌SK(SK온-포드 합작사) 공장 일부 등을 활용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삼성SDI는 일찌감치 제너럴모터스(GM), 현대자동차 등 신규 고객사와의 수주를 확정짓고 2026년 이후부터 본격적인 공급에 나서기로 한 바 있다. 이밖에 폭스바겐그룹과의 추가 수주 논의도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이다.


[ⓒ민테크]
[ⓒ민테크]

민테크, 전지 검사장비 잇단 수주…현대차⋅부산테크노파크와 공급계약

이차전지 검사 진단 전문기업 민테크(대표 홍영진)가 현대차, 부산테크노파크와 연이어 연료전지 검사 장비를 공급계약 체결에 성공했다.

12일 민테크에 따르면 회사는 지난 11일, 현대자동차와 수소차 연료전지 검사용 전자부하기 6세트를 2025년 5월까지 공급하기로 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이 계약은 지난달 체결된 4세트 공급 계약을 포함, 총 19억 8700만원으로 전년도 매출액의 11.3%에 해당하는 규모다.

민테크가 현대자동차에 공급하기로 한 전자부하기는 수소차 연료전지의 출력특성 분석, 효율성 및 안정성 시험, 내구성 및 수명평가 그리고 최적의 운전조건 설정 등에 필수적으로 사용되는 장비로 알려져 있다.

회사 관계자는 "수소차 연료전지 성능의 정확한 평가, 다양한 부하상태에서의 특성 파악, 연료전지 시스템의 개선과 최적화를 위한 필수장비가 전자부하기"라며, "특히 수소차 연료전지의 실 사용 시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부하조건에 따른 세밀한 시뮬레이션이 중요해서 장비의 신뢰성이 높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삼성SDI 기흥 본사 [ⓒ삼성SDI]
삼성SDI 기흥 본사 [ⓒ삼성SDI]

내년 유럽 車 수요 반등에 이목…투자 시기 재는 K-배터리

배터리 업계가 내년 유럽 전기차 시장의 수요 회복 가능성에 이목을 집중하고 있다. 국내 배터리 3사의 대규모 생산거점이 위치한 만큼 유럽 시장 점유율 회복이 실적 반등의 열쇠 중 하나로 꼽히고 있어서다. 유럽이 탄소 배출 규제와 중국 전기차 관세 등 정책을 본격화하고 있어, 이에 따른 반사이익과 투자도 이뤄질지 관심이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SDI는 최근 헝가리 괴드 공장 1동의 기존 설비 철거를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구체적인 철거 시점과 신규 설비 반입 시기 및 생산능력 규모는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기존 1동 생산능력 규모를 고려했을 때, 괴드 내 다른 라인 대비 생산능력 규모가 적은 수준인 것으로 추정된다.

이번에 철거될 라인은 삼성SDI의 각형 4세대 제품(P4) 이하가 생산되는 라인으로 과거 폭스바겐이 출시한 전기차 모델용으로 운영됐다. 하지만 폭스바겐이 관련 라인의 전기차 모델을 단종하면서 물량 공급이 줄어왔다. 이에 따라 P5· P6용 신규 설비를 도입해 신규 수주에 대응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밖에 삼성SDI는 헝가리 괴드 외 추가 배터리 공장 설립을 위한 투자도 검토하고 있다. 중장기적인 신규 전기차 프로젝트에 대응하기 위한 차원이다. 다만 지난해 말부터 시작된 유럽 내 전기차 수요 하락으로 인해 투자 결정이 지연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럽 내 최대 규모 공장을 보유한 LG에너지솔루션도 계획했던 증설을 멈추고 시장 살피기에 들어갔다. LG에너지솔루션은 당초 2022년 연간 생산능력 70GWh 규모인 폴란드 브로츠와프 공장을 추가 증설로 100GWh 이상의 생산능력을 확보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잇따른 전기차 수요 저하로 관련 계획이 미뤄진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파우치 배터리 수요의 급격한 하락으로 에너지저장장치(ESS) 및 타 용도로의 라인 전환도 고려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 전력망용 ESS 배터리 컨테이너 제품. [ⓒLG에너지솔루션]
LG에너지솔루션 전력망용 ESS 배터리 컨테이너 제품. [ⓒLG에너지솔루션]

LG엔솔 버테크, 美 테라젠과 ESS 공급 계약…8GWh 규모 '역대 최대'

LG에너지솔루션 버테크(Vertech)가 출범 이후 최대 규모의 ESS(에너지저장장치)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14일 LG에너지솔루션 버테크는 미국 재생에너지 기업 테라젠(Terra-Gen)과 최대 8GWh 규모의 ESS 공급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번 계약은 LG에너지솔루션 버테크가 출범한 이후 거둔 최대 규모의 성과로 이를 통해 북미 시장에서의 시장 경쟁력을 더욱 공고히 다지게 되었다.

LG에너지솔루션 버테크는 2022년 2월 미국 ESS 시스템통합(SI) 기업 NEC 에너지솔루션을 인수하며 출범한 ESS SI 전문 미국 법인이다. ESS 배터리 공급뿐 아니라 설계, 설치 및 유지·보수 등 토탈 솔루션을 제공하며 북미 지역 내에서 지속적으로 사업 경쟁력을 높여 나가고 있다.

이번 계약 물량의 공급 기간은 2026년부터 2029년까지 4년이다. 8GWh는 약 80만 가구(4인 기준) 이상이 하루 동안 사용할 수 있는 전력량이다.

공급되는 제품은 전량 북미 현지에서 생산될 예정이다. 이 제품은 고용량 LFP(리튬·인산·철) 롱셀 ‘JF2 셀’이 적용된 컨테이너형 모듈러 제품인 ‘New Modularized Solutions’으로 사용자가 원하는 용도 등에 따라 맞춤형 제품 구성이 가능하다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산업통상자원부]
[ⓒ산업통상자원부]

산업부 "트럼프 행정부, IRA 전기차 보조금 폐지 확정 사안 아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정권 인수팀이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근거한 전기차 보조금 폐지를 검토 중이라는 외신 보도에 대해 산업통상자원부는 "IRA 보조금 폐지는 아직 확정된 사안이 아니다"라는 입장을 내놓았다.

산업부는 이날 일부 매체가 외신 로이터 보도를 인용해 트럼프 행정부의 정권 인수팀이 IRA에 따른 전기차 보조금 폐지를 계획하고 있다고 보도한 데에 이 같이 밝혔다.

로이터에 따르면, 폐지 검토 대상은 소비자가 전기차를 구입할 때 최대 7500달러를 공제받을 수 있는 전기차 세액공제 항목이다.

이에 대해 정부 관계자는 "미국 신정부의 정책 방향에 대한 동향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있다"면서 "전기차 세액공제 폐지는 아직 확정된 바 없다"고 밝혔다.

IRA는 전기차와 신재생에너지 등 친환경 산업을 지원하기 위해 ▲ 전기차 새액공제 ▲ 투자세액 공제 ▲생산세액 공제 3가지 주요 세액공제 혜택을 규정하고 있다. 이번 로이터 보도는 전기차 세액공제에만 초점을 맞췄으며, 투자세액공제와 생산세액공제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는 설명이다.

고성현 기자
naretss@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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