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대선 리스크' 해소, 배터리 수주 청신호…연말 빅딜 '술렁' [소부장박대리]
[디지털데일리 고성현 기자] 미국 대선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승리로 끝나면서 연말부터 국내 배터리 업계의 신규 수주 소식이 확대될지 관심이 쏠린다. 인플레이션 감축 법안(IRA) 혜택 감소와 관세 부과 등 여러 우려가 남아 있지만, 탈중국 기조 및 자국우선주의 중심 기조가 강해지면서 한국산 배터리를 향한 수요가 높아질 추세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IRA에 대한 미국 정부 기조가 정해지는 연말 이후부터 2026년을 겨냥한 신규 수주 소식이 들려올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은 미국 우주항공기업인 스페이스X의 신규 우주왕복선용 배터리 개발에 들어선 것으로 알려졌다. 스페이스X는 그동안 자체 생산한 배터리를 탑재했으나, 새롭게 개발 중인 우주왕복선의 보조 동력 배터리와 전력 공급 배터리 납품처로 LG에너지솔루션을 택한 것으로 전해졌다. LG에너지솔루션이 모회사인 테슬라에 납품해 온 이력이 있는데다, 가혹한 환경 내 가동해야 하는 우주항공용으로도 품질을 인정받았다는 것이 업계 후문이다.
한편 LG에너지솔루션은 미국 전기차 업체인 리비안으로의 신규 배터리 납품도 공식화했다. 리비안이 2026년 양산할 전기 픽업트럭 'R2'에 4695 배터리를 5년간 총 67기가와트시(GWh) 규모로 납품하는 것이 주요 골자다. 4695 배터리는 당초 리비안의 주력 파트너사인 삼성SDI가 맡을 것으로 유력했으나, 가격에 대한 양사 간 이견이 생기며 LG에너지솔루션이 기회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SK온 역시 일본 자동차 업체인 닛산과의 공급 계약이 가시화되는 분위기다. 닛산은 IRA에 따른 세액공제 혜택 확보를 위해 북미 내 전기차 생산 및 배터리 공급처 확보에 주력해왔다. 그러다 신규 수주를 확보하려는 SK온과 이해관계가 맞으며 관련 논의를 이어온 바 있다. 논의 초기에는 배터리 합작법인 설립 등이 거론됐으나, 최근 전기차 수요 감소로 공장 가동률이 떨어지면서 SK온의 조지아 단독 공장, 블루오벌SK(SK온-포드 합작사) 공장 일부 등을 활용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삼성SDI는 일찌감치 제너럴모터스(GM), 현대자동차 등 신규 고객사와의 수주를 확정짓고 2026년 이후부터 본격적인 공급에 나서기로 한 바 있다. 이밖에 폭스바겐그룹과의 추가 수주 논의도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최근 배터리 수주 논의가 활발해지는 이유로 전기차 확대 시점의 재조정과 미국 대선에 따른 리스크 해소를 꼽았다. 지난해 말 전기차 수요 감소로 배터리 공급량이 현저히 줄어든 가운데, 지연됐던 주요 권역의 보조금 정책 등이 2026년을 기점으로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돼 이를 대비하려는 움직임이 늘었다는 의미다. 아울러 현재 배터리 업체와 자동차 업체가 맺은 계약의 종료 시점이 다가오면서 이를 갱신하는 시점과 맞물린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트럼프 당선 시 예상됐던 전기차 판매 혜택에 대한 축소 우려에 대한 분석이 마무리되면서 관련 수주 계약이 나오기 시작했다는 관측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이 IRA을 폐기할 가능성보다 수입품에 대한 보편적 관세 및 대중국 규제 강화에 집중할 것으로 보여 관련 산업 위축 수준이 그리 크지는 않을 것이란 예상이다. 아울러 현재까지 나온 수주 규모가 이러한 위험성을 이미 인지하고 보수적인 물량이 책정됐다는 평가도 있다.
한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최근 배터리 제조사들의 수주 계약 기간과 규모를 보면 5~6년에 최대 70GWh 내외 규모를 공급하는 것으로 비현실적으로 높았던 과거 예상 수주 규모에 비해 보수적으로 책정돼 있다. 이미 미 대선에 따른 리스크가 계산돼 있는 것"이라며 "IRA가 집권당인 공화당에 수혜가 되고 있어 폐기가 어렵고, 관세 등 자국 생산 비중을 늘릴 조치도 있는 터라 중장기 성장이 유효한 점 역시 수주 계약이 지속적으로 나올 수 있는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올해 들어서는 생산능력 투자 시점을 조정하면서 생산능력 목표치를 축소했고, 일부 유휴라인을 ESS나 타 업체용으로 전환하는 등 타개책을 찾고 있는 상황"이라며 "높아지는 북미·유럽의 탈중국 기조에 따라 리튬인산철(LFP)·코발트프리(NMX) 수주가 늘 것을 고려하면 다른 방향의 계약 역시 충분히 열려 있는 셈"이라고 전했다.
업계는 배터리 제조사들의 수주 릴레이가 시작되면서 이들 제품에 양극재 등을 공급하는 국내 소재 기업들의 수주 확대에도 기대감을 내걸고 있다. 폼팩터·케미스트리 다양화와 배터리 제조사별 고객 다각화가 이뤄지고 있는 만큼, 여러 측면에서 수주 기회가 늘어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올해 연말로 유보기간을 내걸었던 포스코퓨처엠의 수주도 다시금 확정될지 관심이다. 포스코퓨처엠은 지난 9월 11일 미공개 고객사로부터 약 1.8조원 규모의 조건부 양극재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시한 바 있다. 회사는 공시를 통해 해당 기간 내 유보사유 해소 등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시 해지될 수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업계는 현재 해당 계약이 미국 대선 및 IRA 우려에 따른 경과를 지켜보기 위해 조건부 계약이 체결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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