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둔화·원료 변동성 지속…신규 수주 노리는 양극재 업계 [소부장박대리]
[디지털데일리 고성현 기자] 하반기 반등할 것으로 기대했던 전기차 수요가 여전히 부진한 수준에 머무르면서 양극재 업계의 3분기 성적표도 부진을 거듭했다. 아울러 올해 초 하락세를 탔던 리튬 등 원료 가격이 다시 한번 출렁이고 있어, 4분기 재고 확대에 따라 수익성이 하락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국내 양극재 업계는 올해 상반기부터 시작된 원가 절감 활동 및 설비투자 규모 축소를 지속하는 한편, 다가올 2026년 신규 프로젝트 가동에 맞춰 고객 다각화를 추진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 배터리 제조사의 물량을 포함해 일본, 유럽, 미국 등 현지 자동차·배터리 제조사와의 협력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1일 에코프로비엠은 3분기 연결기준 매출 5219억원, 영업손실 412억원을 기록한 경영실적을 발표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71.1% 줄었고 전분기 대비로도 35.5% 감소했다.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전분기 대비 각각 적자전환했다.
전기차 시장 둔화로 양극재 수요가 부진한 가운데, 지난 7월께 다시 시작된 광물 가격 하락이 매출 규모에 영향을 줬다. 아울러 부정적 환율 효과와 광물 가격 하락 등이 재고자산평가손실(188억원)으로 잡히며 수익성이 악화됐다.
같은 날 실적을 내놓은 엘앤에프도 올해 적자를 해소하지 못했다. 엘앤에프의 3분기 매출은 3516억원, 영업손실은 724억원이었다. 원재료 하향 안정화로 양극재 평균거래가격(ASP)이 감소한 영향을 받았고, 하이니켈 양극재를 적용한 신규 배터리 출시에 따라 잡힌 대기 수요로 일시적인 양극재 출하량 감소가 발생했다.
포스코퓨처엠도 배터리소재사업에서 매출 5830억원, 영업손실 158억원으로 전년 동기·전분기 대비 실적이 감소했다. LG화학은 첨단소재부문에서 매출 1조7124억원, 영업이익 1502억원의 실적을 거뒀다.
국내 양극재 4사는 지난해 하반기 시작된 전기차 수요 둔화, 올해 초 리튬 가격 하락에 따른 재고평가손실 여파를 벗어나지 못하는 모습이다. 하반기 기대했던 신규 전기차 모델 출시에 따른 실적 기대감도 보급형 판매에 집중됨에 따라 수혜를 받지 못하는 등, 1여년 째 부진이 이어지는 모습이다.
내년 실적 역시 올해와 유사한 둔화 기조가 유지될 것으로 전망된다. 일부 국가의 전기차 보조금 규모가 개선되겠으나, 러우 전쟁·중동 위기 등 대외적 변수와 미국 대선에 따른 정책 불안정성, 경기 침체 지속 등 부정적 요인들이 남아 있는 탓이다. 현재 양산이 본격화된 46파이 원통형 배터리 역시 생산 규모가 크지 않아, 실적 개선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다만 업계는 전기차 제조사들의 신규 배터리 공급 프로젝트 추진이 늘면서 내년 하반기, 혹은 2026년부터는 다시금 개선될 것으로 내다봤다. 원료 가격 하향 안정화로 하이니켈 양극재에 대한 점진적 수요 상향이 예고된 가운데, 고전압 미드니켈·46파이 등에 대한 신규 수주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서다.
포드·제너럴모터스(GM)·스텔란티스 등 북미 권역으로 향하는 물량이 확대될 가운데, 리비안·폭스바겐·벤츠 ·르노 등에 공급될 배터리용 수주가 기대되고 있다. 아울러 현대자동차그룹과 포드는 2026년 전후로 고전압 미드니켈 배터리를 자사 전기차에 탑재할 계획을 세우고 있어, 관련 수주 판도 역시 늘어날 것으로 기대받고 있다.
자국 중심 공급망이 강했던 일본 자동차·배터리 기업이 국내 양극재사와의 접점이 늘어나는 것도 기대하는 요소다. 현재 도요타·닛산·혼다가 국내 배터리 제조사와 공급 협력을 맺거나 추진하고 있으며, 이에 따른 국내 양극재 업체의 수주 기회도 늘어날 예정이다.
한 배터리 소재 업계 관계자는 "올해와 마찬가지로 내년도 불확실성이 가중되며 출하량 및 판가에 대한 압박이 이어질 전망"이라면서도 "파우치용 고전압 미드니켈, 46파이 원통형 배터리용 양극재에 대한 니즈가 커지고 있어 중장기적 성장성은 다시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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