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X) 엑소더스’에 블루스카이 급부상…反 트럼프 아닌 韓 창작자도 움직인다?
[디지털데일리 이나연기자] 플랫폼 기업들이 서비스 이용약관에 자사 인공지능(AI) 학습을 위한 사용자 콘텐츠 활용 사실을 안내할 뿐만 아니라, 의무 동의 정책을 펼치면서 저작권을 둘러싼 잡음이 지속되고 있다.
기업이 AI 기술력을 고도화하려면 사용자 제작 콘텐츠(UGC) 등 대규모 데이터가 선택이 아닌 필수 요건이지만, 이렇다 할 보상 없이 자신의 콘텐츠와 정보가 AI 학습에 쓰이는 데 거부감을 느끼는 이용자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최근 소셜미디어(SNS) 엑스(X·옛 트위터) 대체재로 급부상한 ‘블루스카이’가 미국 현지를 넘어 한국에서도 주목받는 것도 이러한 흐름과 맞닿아 있다. 빅데이터 플랫폼 기업 아이지에이웍스의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달 블루스카이의 월간 활성 사용자(MAU)는 59만5588명으로 전월 대비 1137.69% 증가했다.
같은 달 엑스(641만3048명), 스레드(408만242명) MAU에 비하면 저조한 수치지만 불과 한 달 만에 10배 넘게 성장했다는 점에서 매우 빠른 성장 속도다. 블루스카이는 이달 들어서도 주간 활성 사용자(WAU) 성장세를 이어가는 모습이다. 지난 11~17일 기준 블루스카이 활성 사용자는 모두 47만1307명인데, 이는 주간 단위 최고치를 기록한 지난달 14~20일(49만780명)에 견주는 규모다.
블루스카이는 잭 도시 트위터(현 엑스) 공동 창업자가 지난 2019년 사내 프로젝트로 설립한 플랫폼이다. 출시된 지 5년이나 지난 이 플랫폼은 엑스 사용자 인터페이스(UI) 및 기능과 상당히 흡사한데,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한 이후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트럼프 당선인 최측근인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엑스를 운영하고 있다 보니 반(反)트럼프 인사들을 중심으로 이른바 ‘엑스 엑소더스(Exodus·대탈출)’ 현상이 나타난 탓이다. 다만 미국 현지가 아닌 한국에서도 이런 현상이 생기는 이유는 지난달 예고돼 이달 중순부터 적용된 엑스 신규 이용약관이 일정 영향을 준 것으로 해석된다.
엑스는 사용자들이 자기 게시물을 자사 AI 모델인 ‘그록(Grok)’이 학습하는 데 동의한다는 내용의 신규 약관을 지난 15일 적용했다. 기존 엑스 사용자는 그록이 자기 게시물을 학습할지를 선택할 수 있었으나, 무조건 동의하는 방향으로 약관이 변경된 것이다.
실제 약관을 보면 ‘귀하(사용자)가 제공하는 텍스트 및 기타 정보를 분석하고, 당사의 기계학습 및 AI 모델 사용 및 훈련을 포함해 서비스를 제공하고 홍보 및 개선할 수 있는 권리가 포함된다는 데 동의한다’라고 명시돼 있다.
자신의 창작물을 올리고 타인과 소통하는 창구로 엑스를 활용하던 일부 사용자는 엑스 측 약관 변경에 대해 반발해 게시물을 삭제하거나 다른 플랫폼으로 이동하는 모습이다. 블루스카이 공식 발표에 따르면 엑스가 이용약관 개정 소식을 알린 지난달 17일(현지시간) 직후 하루 동안 신규 가입자 약 50만명이 발생했다.
이렇듯 사용자 게시물이 AI 학습 데이터로 활용되는 것과 관련한 사용자 불만 및 신고가 누적되면 사용자 이탈 행렬은 물론이고 플랫폼 운영사가 저작권 소송이나 규제 당국 조사에 휘말리는 일도 늘어날 전망이다. 국내에서는 네이버 사례가 대표적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네이버 회원 가입 시 이용자 게시글을 자체 AI 모델인 ‘하이퍼클로바X’ 학습에 활용한다는 데 필수 동의하도록 한 서비스 약관에 대해 약관법 위반 여부를 조사 중이다.
박민규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지난달 8일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대상 국정감사에서 “네이버가 블로그, 카페 게시글 등 이용자가 생산한 콘텐츠의 AI 학습 데이터 활용에 대해 필수로 동의해야만 가입하도록 약관이 만들어져 있다”며 “구글이나 카카오는 약관에서 이러한 강제조항이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지적했다.
당시 하정우 네이버클라우드 AI이노베이션 센터장 겸 네이버 퓨처AI 센터장은 “구글은 법적인 위험성을 감수하고 동의를 갖지 않고 학습에 사용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네이버는 반대로 법적으로 명확하게 동의받고 진행했다. 블로그를 쓸 때 AI 도구를 사용하면 훨씬 더 양질의 콘텐츠를 만들 수 있다”고 답했다.
업계에서는 양질의 데이터가 핵심인 AI 경쟁 시대에서 사용자 정보 활용에 대한 무조건적 공포감을 조성하기보다 서비스 발전 측면의 긍정적인 인식도 조명해야 한다는 아쉬움이 나온다.
정보기술(IT)업계 관계자는 “플랫폼 사업자가 AI 학습에 사용자 콘텐츠를 활용할 때는 기본적으로 개인정보 문제를 최소화하는 작업을 거친다”며 “AI 학습 데이터에 대한 사용자의 거부감을 해소하려면 기업이 먼저 개인정보 및 저작권 문제의식에 적극적인 관심을 보이는 한편, 이를 통한 사용자 혜택을 늘리는 유인책(인센티브)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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