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춘환 SK하이닉스 부사장 "HBM 성공은 R&D 덕…조직 하나돼야" [인더인싸]
[디지털데일리 고성현 기자] SK하이닉스가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에서 주도권을 잡을 수 있었던 이유로 연구개발(R&D)과 공정 부서 간의 협업을 꼽았다. 초기 수익성이 낮을 수밖에 없던 요소기술을 유관 부서와의 품질 고도화 작업을 통해 이러한 결실을 맺게 됐다는 설명이다.
김춘환 SK하이닉스 R&D공정 담당은 2일 SK하이닉스 뉴스룸에 공개된 인터뷰에서 "실리콘관통전극(TSV)은 칩에 미세한 구멍을 뚫어 상·하단 칩을 전극으로 연결하고 적층해 고용량, 고대역폭을 구현하는 기술"이라며 "개발 초기에는 고도의 정밀성과 미세한 제어가 요구되다 보니 난이도가 정말 높았다. 특히 금속층 증착과 회로 패턴 형성 과정에서 어려움이 상당히 컸다"고 회상했다.
1992년 SK하이닉스에 입사한 김춘환 부사장은 32년간 메모리 반도체 연구에 매진하며 첨단기술 개발을 해왔고, HBM의 핵심인 TSV 요소기술을 개발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개발 선행 단계부터 참여해 15년간 연구를 이어오며 HBM 공정의 기틀을 마련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지난달 27일에는 이러한 국내 반도체 기술력 향상에 기여한 공을 인정받아 '2024 산업기술 R&D 종합대전' 산업기술진흥(기술개발 부문) 유공자로 선정돼 은탑산업훈장을 받았다.
HBM은 여러 D램 칩을 수직으로 쌓아 만든 제품으로, 수많은 입출력(I/O) 단자와 성능을 기반으로 높은 대역폭을 갖춘 강점이 있다. 인공지능(AI) 반도체용으로 적합해 AI메모리로도 불린다. HBM을 구현하려면 수직으로 쌓은 뒤 전기적으로 신호가 오가도록 연결해줘야 하는데, 이때 활용하는 기술이 웨이퍼에 미세 구멍(Via)을 뚫고 구리를 채워 전도성을 만드는 실리콘관통전극(TSV)이다.
당시 김 부사장을 비롯한 개발진은 치열한 협업을 거쳐 'R&D의 요소기술 개발 → 제조/기술의 양산 품질 고도화 → 패키징'으로 이어지는 개발 모델을 완성했고, HBM 시장이 열리는 시점에 맞춰 제품을 내놓을 수 있었다.
하지만 오랜 연구 끝에 내놓은 제품이 곧바로 실적으로 이어지진 않았다. 초기에는 높은 공정 비용 대비 시장 수요가 적은 탓에 수익성을 확보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김 부사장은 "그럼에도 경영진의 확고한 믿음과 지원이 있어 프로젝트를 이어갈 수 있었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TSV 공정 기술 안정화와 인프라 구축에 중점을 두고 연구 개발에 더욱 매진했다. 양산 품질 개선 활동도 진행해 마침내 HBM 양산에 성공하게 됐다"며 "이 모든 성과의 단초였던 TSV는 현재 매스리플로우-몰디드언더필(MR-MUF)과 함께 HBM의 핵심 경쟁력이 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부사장은 HBM 요소기술 뿐 아니라 D램, 낸드의 기술 발전에도 기여해왔다. 5세대 10나노미터(1b㎚) D램에 극자외선(EUV) 노광 장비를 도입해 6세대(1c)에 확대 적용했고, 하이-K 메탈 게이트(HKMG) 기술을 적용해 메모리 성능과 효율을 높였다.
낸드 분야에서는 게이트 W 풀필 기술로 신뢰성과 수율 안정성을 확보했다. 또 웨이퍼 본딩 기술을 개발해 초고층 낸드 생산을 위한 핵심 요소기술을 확보하기도 했다.
김 부사장은 이러한 성과를 낸 배경으로 도전 정신과 원팀의 중요성이 컸다고 강조했다.
그는 "R&D 조직은 도전 정신을 바탕으로 한계를 정면으로 돌파하며 원가 경쟁력을 갖춘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여기에 원팀 문화가 더해지며 시너지 효과가 창출된 것"이라며 "특히 수많은 조직이 참여해 전사 기술 방향을 논의하는 등 견고한 협업 체계가 기술 리더십을 확보하는 데 큰 힘이 됐다"고 밝혔다.
김 부사장은 "신규 요소기술 정의부터 기술 개발 착수, 안정적 제품 양산까지 전 과정에서 조직이 하나돼야만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 또 요소기술을 적기에 개발하려면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고 지속해서 도전하고 시도해야 한다"며 "퍼스트 무버로서 기술 리더십을 발휘한다면 세계 최고의 SK하이닉스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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