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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 문자, '도로 결빙'은 알려줘도 '계엄령'은 모르쇠…행안부 "기준 안 맞아"

채성오 기자
4일 새벽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에 계엄령 선포에 반대하는 시민 및 이를 저지하는 경찰 병력들이 모여 혼잡스러운 상황을 빚고 있다. [ⓒ 연합뉴스]
4일 새벽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에 계엄령 선포에 반대하는 시민 및 이를 저지하는 경찰 병력들이 모여 혼잡스러운 상황을 빚고 있다. [ⓒ 연합뉴스]

[디지털데일리 채성오기자] 지난 3일 선포된 비상계엄 상황에도 행정안전부(행안부)가 재난안전문자를 보내지 않아 국민들의 혼란이 가중됐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지난 3일 밤 11시 윤석열 대통령은 긴급 담화를 통해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이번 비상계엄은 1980년 5·18 민주화운동 이후 약 45년 만에 내려진 것으로, 재난 문자 기준에 속하는 국가비상사태였지만 관련 문자 발송은 없었다.

특히 비상계엄 당시 계엄사령부로 전환한 군 당국이 6개 조항으로 구성된 '계엄사령부 포고령(계엄령) 제1호'를 발동했을 때에도 재난 문자 등 정보 전달이 없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계엄령 1호엔 국회, 지방의회, 정당의 활동과 정치적 결사, 집회, 시위 등 일체의 정치활동을 금하며 언론·출판이 계엄사의 통제를 받고 사회혼란을 조장하는 파업, 태업, 집회행위를 금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대부분의 시민들이 언론 보도와 소셜미디어를 통해 비상계엄 소식을 접했으나 추가 계엄령이 발동됐을 경우 언론·통신에 제약이 발생해 관련 정보를 접할 창구가 원천 봉쇄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었던 상황이다.

현행 재난문자방송 기준 및 운영규정에 따르면 행안부는 ▲기상특보 관련 자연재난 상황정보 ▲대규모 사회재난 상황정보 ▲국가비상사태 관련 상황정보 ▲훈련을 포함한 민방공 경보 등의 상황에 기간통신사업자와 방송사업자에게 재난문자방송 송출을 요청할 수 있다.

일례로 이날 오전엔 '영하의 낮은 기온으로 도로 결빙이 우려된다'는 내용의 재난 문자가 발송됐지만 국가비상사태인 비상계엄에 대해선 단 한 건의 문자도 보내지 않아 '계엄보다 빙판길이 더 무서운 것이냐'는 우스갯 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다만, 행안부 측은 이번 계엄 사태가 재난 문자 발송 기준에 부합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행안부가 제시한 재난 문자 발송 기준은 ▲기상특보에 따른 재난대처 정보 ▲자연·사회 재난 발생에 따른 정보 ▲행안부와 사전 협의한 사용기관의 재난정보 ▲그 밖에 재난문자방송책임관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정보 등이다.

이는 해당 법령의 조항의 차이인 데 재난문자방송 기준 및 운영규정 제9조에선 사용기관의 권한과 책임 중 행안부가 기간통신사업자와 방송사업자에게 재난문자방송의 송출을 요청하는 정보에 대해 ▲기상특보 관련 자연재난 상황정보 ▲대규모 사회재난 상황정보 ▲국가비상사태 관련 상황정보 ▲훈련을 포함한 민방공 경보 등을 명시하고 있다.

행안부가 주장하는 법령은 동법 제12조다. 재난문자방송 기준 및 운영규정 제12조에선 발송기준을 ▲기상특보에 따른 재난대처 정보 ▲자연·사회 재난 발생에 따른 정보 ▲행안부와 사전 협의한 사용기관의 재난정보 ▲그 밖에 재난문자방송책임관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정보 등으로 규정하고 있다.

세부적인 발송 기준은 행안부의 주장처럼 관련 규정 제12조에 맞출 수 있겠지만, 동법 제9조가 '사용기관의 권한과 책임'을 명시해 놓은 만큼 상황에 따라 행안부가 탄력적으로 해당 정보 송출을 사업자에게 요청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이는 재난문자방송 기준 및 운영규정 제9조에 명시된 국가비상사태 상황에서도 재난 문자를 보낼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이 가능하다.

이에 대해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누리꾼들은 "45년 여만에 계엄이 선포된 것만큼 국가비상사태가 어디 있겠냐"며 "만약 처음부터 언론과 통신이 통제된 계엄 상황이었다고 해도 기준에 맞지 않아 재난 문자를 보내지 않았을 지 상당히 궁금하다"는 등의 의견을 남기기도 했다.

채성오 기자
cs86@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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