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계엄사태 혼란 속, 조병규 우리은행장의 서신
[디지털데일리 권유승 기자] "혼란스러운 상황을 이용한 보이스피싱 등 금융범죄 사고에 대한 점검도 철저히 해 달라."
조병규 우리은행장이 지난 4일 오전 전 직원에게 보낸 서신의 내용 중 일부다.
간밤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했다가 다시 해제하는 6시간의 숨막히는 과정이 TV로 생중계됐고, 그 충격파가 고스란히 국내 금융시장 변동성으로 확대된 날이다.
이런 어수선한 상황에서 발생할 수 있는 보이스피싱 등 금융사고에 대비, 조 행장은 관련 당부 사항을 직원들에게 편지를 보낸 것이다.
조 행장은 "지난 밤 사이에 있었던 비상계엄 사태로 인해 많이 놀라셨을 것이라 생각된다"며 "다행히 금일 새벽에 비상계엄이 해제되었고 금융시장도 서서히 안정을 되찾아가고 있다"고 운을 띄었다.
그러면서 "본점 차원에서도 시장 리스크에 대한 대응을 강화하고 있다"며 "대고객 서비스에 만전을 기해달라"고 강조했다.
또 소속장들에게 가급적 자리를 지켜달라고 지시했으며, 혹시 모를 달러나 원화 수요에 대해 평소 대비 시재금을 더 많이 확보하라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각자의 자리에서 본연의 업무를 충실히 임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비상계엄 사태에 각 금융그룹들이 회장 주재 긴급회의를 열고 금융시장 변동성 대응책 마련에 나선 가운데, 이날 조 은행장의 서신은 유난히 돋보였다.
유동성 관리, 환율 대응 등 어찌보면 뻔한 내용일 순 있지만 이번 금융소비자들과 직원들에 대한 애정을 담은 서신이 남다르게 느껴지는 것은 그가 이번 달을 끝으로 자리에서 물러나기 때문이다.
연임 도전을 포기하고 사퇴 의사를 밝힌 조 행장 자리는 정진완 부행장이 대신하게 될 예정이다.
이와 별개로 조 행장은 떠나는 길에 앞서, 그간 맡아왔던 책무는 끝까지 마무리 짓는 모습이다. 특히 세간의 관심이 컸던 '슈퍼앱' 출시도 지난달 28일 예정대로 완수하며 우리은행의 디지털 경쟁력 강화에 이바지했다.
물론 그간 잊을만하면 터지는 내부통제 사고 때문에 바람잘 날이 없었지만 조 행장은 우리금융 전임 회장의 친인척 관련 부당대출 파문이 없었다면 아마 연임이 가능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일이고, 갑론을박이 있을 수 있겠지만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할 일이었다. 조 행장이 혼란스러운 분위기 속에서 마지막까지 책임감 있는 그 모습을 보여준 것은 이형기 시인 '낙화'의 한 구절을 떠올리게 한다.
'가야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어쩌면 직원들에게 보내는 마지막 메시지가 될 수도 있는 이번 서신에서 조 행장은 "어렵고 혼란스러운 상황에도 불구하고 연말 마무리에 만전을 기해주기를 다시 한번 부탁한다"며 끝을 맺었다.
금감원, MBK영풍 측 검찰에 수사의뢰…자본시장법 위반 소지 촉각
2025-01-08 20:47:45오오칠팔구, ICT 교육 프로젝트로 충청권 인재-기업 연계 지원
2025-01-08 19:30:00LG CNS-메가존클라우드 동업 종료…합작법인 ‘클라우드그램’ 해산
2025-01-08 18:14:39[오징어게임2 이펙트] 식지 않는 열기…넷플릭스 톱10 2주째 1위
2025-01-08 17:33: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