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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K 해명했지만… 여전히 제기되는 ‘비밀유지계약’(NDA) 위반 의혹

최천욱 기자
ⓒMBK파트너스 홈페이지 화면 갈무리
ⓒMBK파트너스 홈페이지 화면 갈무리

[디지털데일리 최천욱기자] 고려아연의 신사업 추진시 협력관계였던 MBK파트너스가 '비밀유지계약(NDA)'을 위반했다는 의혹을 해명하고 나섰으나 이같은 해명이 오히려 의혹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MBK파트너스 측이 지난 2022년 5월 체결해 올해 5월 종료된 고려아연 신사업 관련 핵심자료의 비밀유지계약을 위반했을 가능성이 일각에서 제기됐다.

해당 계약서엔 ‘받은 자료를 다른 목적으로 사용하지 않고 고려아연 경영권에 영향을 주는 행위를 하지 않는다’는 등의 20개 조항이 담겨져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MBK파트너스측은 지난 4일 입장문을 내고 "기업의 경영권을 인수하는 MBK 파트너스의 '바이 아웃'과 소수지분투자, 사모사채 투자 등을 하는 '스페셜 시튜에이션스' 부문은 각기 다른 법인이며 운용 주체(entity)" 라고 해명했다.

또 "MBK 파트너스의 '바이 아웃' 부문과 '스페셜 시튜에이션스' 부문은 실질적으로 분리돼 있으며 '차이니스 월'로 구분돼 내부 정보 교류 자체가 엄격하게 차단돼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같은 해명에도 불구하고, 금융투자(IB)업계에선 공시 의무나 외부 견제 등을 거의 받지 않는 사모펀드 특성 상 자체적인 정보차단 장치가 실효성 거둘 수 있을지에 대해 그대로 신뢰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계속 나오고 있다.

주지하다시피 논란의 핵심은 2022년 5월 MBK가 고려아연으로부터 신사업 관련 자료를 받으면서 체결한 NDA 위반여부다.


특히 논란의 핵심은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으로 향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MBK 홈페이지에 따르면 김병주 회장은 고려아연에 대한 적대적 M&A를 진행하고 있는 서울(MBK파트너스) 뿐 아니라 홍콩에서도 파트너 활동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와 있다.

고려아연과 비밀유지계약을 체결한 MBK홍콩(MBK Partners HK Limited, MBK의 특수관계법인)에서도 활동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김회장은 MBK파트너스 지분 16% 정도를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MBK파트너스의 투자심의위원회 의장도 맡고 있고 비토권까지 가진 것으로 전해진다.

이같은 배경 때문에 관련 비밀유지계약의 존재와 대상이 되는 정보, 그리고 고려아연에 대한 적대적M&A 등 스페셜시츄에이션 펀드와 바이아웃 펀드에서 추진하는 모든 프로젝트에 직간접적으로 연관돼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

한편 고려아연에 따르면, 비밀유지계약 위반에 대한 MBK파트너스의 해명이 설득력 없다고 평가받는 또다른 이유는 MBK파트너스 A부회장의 역할 범위다.

MBK파트너스에서 소수지분 투자와 사모 대출 등 스페셜시츄에이션 펀드에 대한 전략을 총괄하는 것으로 알려진 A부회장은 B부회장과 함께 MBK파트너스의 공동 대표업무집행자(주식회사의 대표이사 격)를 맡고 있다.

대표업무집행자로서 바이아웃 펀드가 추진하고 있는 고려아연에 대한 적대적M&A 관련 사항 등 사내에 있는 모든 정보를 사실상 확인하고 통제할 수 있는 위치에 있지 않느냐는 의심에 제기되고 있다.

이와 함께 비밀유지계약(NDA)에 서명한 인물은 MBK파트너스 주된 활동지역이 홍콩인 C 파트너로 MBK 파트너스의 최고운영책임자(COO)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이 역시 최고경영진의 한 사람이기 때문에 투자심의위원회를 비롯한 주요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게 업계 일각의 판단이다.

업무 영역과 역할이 중복되는 인물들이 다수이고 이러한 인물들이 최고 의사결정기구에 참여하는 것으로 알려진 상황에서 펀드 간 정보 차단을 막는 '차이니즈 월'의 효과는 실질적으로 없거나 미미할 것이라는 추론이다.

이와함께 언론에 공개된 비밀유지계약의 세부내용을 보면 서명 주체인 MBK홍콩뿐 아니라, MBK파트너스의 모든 계열사와 임직원은 해당 비밀유지계약을 준수해야 한다. 이 때문에 칸막이가 있다는 해명 자체가 의미가 없다는 지적도 있다.

특히 논란의 핵심은 제8조다. MBK홍콩이 서명한 고려아연의 경영을 통제하거나 고려아연 경영에 영향을 미치려는 행위를 하지 않는다는 조항은 실제론 MBK홍콩을 넘어 MBK파트너스의 모든 계열사와 임직원에 적용된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다.

따라서 IB업계에선 MBK가 영풍과 언제부터 적대적M&A를 논의했는지 등을 정확히 알리지 않을 경우, 시장과 투자자들의 신뢰를 잃을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최천욱 기자
ltisna7@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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