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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 CEO, "위기 극복" 한목소리… 치열한 영업 각축전 예고

강기훈 기자
(왼쪽부터) 이환주 KB국민은행장, 정상혁 신한은행장, 이호성 하나은행장, 정진완 우리은행장 [각사 제공]
(왼쪽부터) 이환주 KB국민은행장, 정상혁 신한은행장, 이호성 하나은행장, 정진완 우리은행장 [각사 제공]

[디지털데일리 강기훈 기자] 새해를 맞아 국내 은행장들과 금융지주들이 일제히 던진 화두는 '위기 극복'이었다. 특히 올해 은행을 이끌어 갈 은행장들이 모두 신년사에서 영업의 중요성을 강조한 만큼, 영업력 강화를 바탕으로 위기 대처에 나설 것이라는 분석이다.

실제로 12.3 비상계엄과 탄핵정국으로 이어지는 불확실한 시장환경과 외환시장의 불안정 등 외부 변수와 함께 기준금리 인하에 따른 예대금리 차 축소에 따른 예대마진의 어려움 등으로 올해 금융권이 실적 저하를 겪을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4대 금융지주(KB국민·신한·하나·우리) 회장들과 은행장들은 지난 2일 일제히 신년사를 공개했다. 이들이 던진 주요 경영 키워드는 위기 극복이다.

양종희 KB금융 회장은 신년사에서 "올해는 그 어느 때보다 예측하기 어려운 혼돈과 격변이 예상된다"며 "KB는 고객과 시장의 불안감을 상쇄시키실 수 있도록 '견고한 신뢰와 안정감'을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 역시 "고객 관점에서 금융을 바라보며 본업의 근본적인 혁신을 추구하겠다"며 "고객 경험 관리를 더욱 고도화하고, 금융 수요자 중심의 솔루션 및 그룹사 시너지 발굴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은 "어려운 때일수록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말처럼 지금과 같은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복잡한 전략이나 단기 해결책보다는 기본적이고 본질적인 요소에 충실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은 "비상경영 체제로 돌입할 것"이라고 운을 띄운 뒤 "기업금융, 자본시장, 글로벌, WM 등 핵심사업 분야는 기초체력을 강화하며, 내실 있는 체질 개선을 통해 지금보다 한층 더 높은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어 은행장들의 신년사에서는 보다 구체적인 경영 전략을 제시하며 영업 각축전을 예고했다.

이환주 국민은행장은 "지금처럼 대부분의 경쟁자들과 전략 방향이 대동소이한 상황에서는 '작은 차이'가 모여 큰 차이를 만들고, 작은 차이를 만들어 내는 실행력이 경쟁에서의 승부를 가르게 된다"고 말했다. 남들과는 다른 방식으로 영업 영토를 개척하겠다는 뜻이다.

연임에 성공한 정상혁 신한은행장 또한 영역 확장을 선언했다. 정 행장은 "업의 경계를 넘어 고객과 금융이 있는 모든 곳에서 '연결과 확장'의 기회를 찾으며 신한의 비즈니스 영역을 더욱 넓혀가야 한다"고 밝혔다.

이호성 하나은행장은 현장 중심의 영업으로 위기를 극복하겠다는 입장이다. 이 행장은 "손님 중심의 기업문화 재정립을 위해 영업 현장을 선호하는 기업문화, 영업중심의 조직 전환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정진완 우리은행장 역시 내부 혁신을 통해 영업력을 끌어올리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정 행장은 "성과평가 방식을 상대평가에서 절대평가로 바꿈으로써 지나친 경쟁은 지양하되 조직과 직원의 동반성장을 추구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금융권 최고경영자(CEO)들이 위기 극복을 위해 공통적으로 영업력 강화를 외친 데에는 금융권 불확실성이 나날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정치권발 여파로 원·달러 환율은 1500원을 위협하고 있다. 고환율로 인해 은행들은 위험가중자산(RWA)이자 핵심 수익원인 가계·기업 대출을 공격적으로 늘릴 수 없는 상황이다.

또, 기준금리 인하가 계속 진행됨에 따라 은행의 순이자마진(NIM) 또한 감소 추세에 있다. 대내외 환경이 불리하게 돌아가는 만큼, 영업의 중요성 또한 올라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작년과 같은 호실적은 당분간 크게 기대하긴 힘들 것"이라면서 "이번 CEO들의 신년사를 살펴보면, 디테일은 다를지언정 본질인 영업에 충실해 위기를 극복하겠다는 뜻이 내포된 것 같다"고 말했다.

강기훈 기자
kkh@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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