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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스토리] 배달 직접 뛰고 패킹 나서고…김범석 배민 신임 대표가 발로 뛴 이유

왕진화 기자
김범석(오스틴 김) 우아한형제들 신임 대표. [ⓒ링크드인 갈무리]
김범석(오스틴 김) 우아한형제들 신임 대표. [ⓒ링크드인 갈무리]

[디지털데일리 왕진화 기자] 국내에서 서비스를 시작한 지 15년째를 맞는 배달앱 배달의민족(배민)이 김범석 신임 대표 아래 새로운 여정을 시작했다. 올해 배민을 다시 성장의 궤도에 올려놓겠다는 김 대표의 꿈은 이뤄질 수 있을까.

김범석 대표 선임 소식은 지난해 9월30일 전해졌다. 배달플랫폼-입점업체 상생협의체 진행 중 알려지고, 그가 튀르키예 음식 배달 서비스 플랫폼 ‘트렌디욜 고’(Trendyol Go) 창업자이자 김범석 쿠팡Inc 의장과 동명이인이란 점에서 당시 배달앱 시장의 화제로 떠올랐다.

한국 국적을 가진 김 대표는 미국 조지워싱턴대를 졸업한 후 튀르키예 코치대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튀르키예에선 김 대표가 창업한 트렌디욜 고가 전자상거래 부문 주요 브랜드 중 하나로 자리매김했다.

또한, 김 대표는 글로벌 승차 공유 서비스 ‘우버’(Uber)와 스페인의 음식 배달 서비스 ‘글로보’(Glovo)의 튀르키예 시장 출시를 이끈 글로벌 이커머스 전문가로 평가받는다. 배민도 그에 대해 “신규 시장에 우버, 글로보 등 플랫폼 사업을 안착시키면서 시장 참여자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해 빠른 성장을 이끌어 낸 경험을 가진 경영인”이라고 밝힌 바 있다.

최근 배민 앞에는 여러 현안이 산적해 있는 상황이다. 먼저 배달 플랫폼 업계 및 시장 전반에 쌓인 배민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해소하는 한편, 입점 업체와의 상생 이미지를 보다 더 강하게 구축해야 하는 것이 중심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중가격제도 풀어야 할 과제다. 지난해 8월 배민이 중개 수수료를 높인 이후, 일부 프랜차이즈를 중심으로 오프라인 매장과 배달앱 상 메뉴 가격을 다르게 받는 이중가격제가 속속 도입됐다. 입점 업주 사이 이러한 움직임은 연초에도 거세지고 있으며, 치킨업계 역시 이를 신중히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아한형제들]
[ⓒ우아한형제들]

새로운 리더십이 합류한 만큼, 배민은 보다 색다른 모습을 대중에게 선보여야 할 때이기도 하다. 지난 12일 아이지에이웍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2위 쿠팡이츠 월간 이용자 수(MAU)는 지난해 12월 기준 1년 전 559만명보다 72.1% 늘어 963만명으로 나타났다. 2243만명을 기록하며 부동의 1위를 유지한 배민은 성장세로만 놓고 보면 MAU 변화가 거의 없는 상태다.

우선적으로 음식배달과 함께 주목받는 신성장사업으로는 퀵커머스 즉, 장보기·쇼핑 서비스가 꼽힌다. 트렌디욜 고 역시 튀르키예에서 현관결제 등 식료품 배달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는 만큼, 김 대표의 노하우가 빛을 발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김 대표는 우아한형제들 대표이사직 수행 직후 내부 교육 차원으로 배민 라이더 및 B마트 피킹·패킹 등을 경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경험과 배민만이 갖춘 경쟁력을 바탕으로 김 대표는 자신이 가진 노하우와의 시너지를 기대하며 대형 마트 및 편의점, 기업형 슈퍼마켓 등 유통 대기업과 주요 소비재 브랜드, 소상공인과 협업해 운영하고 있는 장보기·쇼핑 서비스의 입점 업체를 더 확대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인공지능(AI) 기술력을 기반으로 퀵커머스 배달 품질 제고에도 나설 방침이다. 주력 사업인 음식배달에서는 새로운 식문화 등의 추세를 반영해 입점 업체들이 더 많은 주문을 받을 수 있도록 기술, 서비스를 고도화할 계획이다.

여기에, 음식 배달과 포장에 이어 식당 홀에서도 배민으로 주문할 수 있는 배민오더 사업을 확장해, 사용자가 어디에서든 배민을 통해 음식을 즐길 수 있는 심리스(seamless)한 사용경험을 제공하며 배민만의 고객 가치를 더욱 강화할 예정이다.

김 대표는 생태계 참여자와의 상생도 강화한다. 특히 지난해 배달플랫폼 상생협의체를 통해 타결된 상생안은 입점 업주들에게 보다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배민을 포함한 주요 배달앱은 지난해 하반기 4개월에 걸쳐 공정거래위원회, 업주 단체, 전문위원들과 함께 진행된 배달앱 상생협의체를 통해 수수료 인하를 중심으로 한 상생안을 도출했다.

현재 배민은 이를 적용하기 위한 세부지침을 마련 중이다. 시행 시기와 중개이용료 구간 산정 기준, 실제 배민을 활용하는 업주들이 상생안의 혜택을 누릴 수 있는 방안 등을 이달 중 시장과 공유하고, 2월 중 본격적인 시행에 들어갈 계획이다.

앞서 김 대표는 지난 8일 타운홀 미팅 격 행사인 전사발표를 통해 “업주, 라이더와 함께 성장할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을 진지하게 고민하고 실천할 것”이라며 “올해도 업주들에게는 매출을 성장시키고 효율적으로 가게 운영을 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 라이더들에게는 안전한 배달을 돕는 플랫폼으로 자리매김 하겠다”고 강조했다.

왕진화 기자
wjh9080@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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