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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기고] 공공부문 자금세탁방지(AML) 전문가 부족,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정혜수

<글>ACAMS 전문위원 정혜수 (사진)

- 글로벌 FIU 인력 부족의 원인과 과제

- 해외 FIU의 인력 부족 대응 사례와 교훈

- AML 전문성 확보와 유지가 국가 경쟁력의 핵심

- 우리나라 FIU 전문 인력의 구조적 문제와 개선 방안

최근 전 세계적으로 자금세탁방지(AML) 전문가의 부족 현상이 심화되고 있습니다. 민간 부문은 높은 급여와 유연한 근무 조건을 앞세워 숙련된 인재를 빠르게 흡수하고 있는 반면, 금융정보분석원(FIU) 등의 공공기관은 낮은 임금과 제한된 복지, 지역적 한계로 인해 경쟁에서 밀리며 인재 유치와 유지에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일부 FIU는 원격 근무나 교육 프로그램을 도입하며 이를 해결하려고 하지만, 여전히 장기적인 인력 부족 문제를 완전히 해소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AML 전문가 부족 현상은 단순히 한 기관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적 금융범죄예방 역량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과제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FIU도 예외는 아닙니다. 지난 FATF 4차 상호평가에서 FIU 직원의 근속 문제가 지적되었으며, 이 문제가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습니다.

특히 우리나라 FIU는 해외 사례에서 나타나는 인력 유출 문제 외에도 구조적인 문제를 가지고 있습니다. FIU가 금융위원회 산하 기관이라는 특성상, 금융위원회 출신 인력이 FIU를 장기적으로 근무하기보다는 거쳐가는 곳이라는 인식이 강합니다.

이로 인해 자금세탁방지 업무에 대한 전문 지식이나 경험이 없는 채로 FIU에 임명된 후, 해당 업무를 깊이 이해하기도 전에 이직하거나 다른 부서로 옮기는 현상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업무 환경, 급여, 복지 체제를 전면적으로 개편하는 것이 어렵다면, 과거에 시행되었던 금융회사 업무 전문가의 감독당국 파견 제도를 자금세탁방지(AML) 영역에 제한적으로 부활시키는 것이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현재 각 은행은 경험이 풍부한 자금세탁방지 전문가를 다수 보유하고 있으므로, 이들을 금융정보분석원(FIU)과 금융감독원 등에 파견해 외부 전문성을 내부 업무에 접목하고, 현업에서의 경험을 공유하도록 유도하는 방안도 현실적인 대책이 될 수 있습니다.

해외 FIU의 자금세탁방지 인력 부족 문제

유럽을 비롯한 여러 국가의 금융정보분석원(FIU)들은 장기 공석 문제 등 다양한 인력 부족 문제에 직면하고 있습니다. 민간 부문과의 경쟁, 낮은 급여, 제한된 인재 풀 등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됩니다.

크로아티아와 루마니아에서는 낮은 급여와 근속률 저하가 주요 원인으로 나타났으며, 크로아티아의 경우 숙련된 인력이 EU 내 다른 국가로 이동하면서 정규직의 3분의 1이 공석으로 남아 있습니다. 건지섬과 맨 섬과 같은 소규모 지역에서는 제한된 자원 풀과 "어려운 시장" 환경으로 인해 인재 확보가 더욱 어려운 상황입니다. 에스토니아와 영국에서는 민간 부문과의 경쟁, 낮은 급여 구조가 주요 원인으로 지적되었으며, 오스트리아는 국제 협력 직책을 포함한 8개의 직위 공석 문제가 지속되고 있습니다.

미국의 경우 AML 인력 구성을 다양화하며 지속적으로 충원하고 있는 점이 주목할 만합니다. 미국의 FIU인 금융범죄단속네트워크(FinCEN)는 약 300명의 직원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이들은 13개의 규제 및 법집행기관에서 배정된 약 20명의 장기 파견 인력 외에는 모두 정보 전문가, 금융 산업 전문가, 컴퓨터 전문가 등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러한 인력 구성과 충원은 AML 업무의 다양성과 전문성을 동시에 강화하는 데 기여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KoFIU 직원의 약 절반이 8개 정부 기관에서 파견되어 평균 2~3년간 금융정보분석원에 근무하는 것과는 대조적인 인력 구성입니다.

인력 문제 대응 사례처우 개선

에스토니아는 급여 인상을 통해 금융정보분석원(FIU) 인력을 3배로 늘리는 데 성공하며, 민간 부문과의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중요한 사례를 제시했습니다. 이 사례는 경쟁력 있는 보상 체계가 직업 안정성과 직원 만족도를 높이고, 인력 유치와 유지에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를 보여줍니다.

반면, 영국 국가범죄수사국(NCA)은 낮은 급여 구조가 FIU 인재 유치와 유지에 있어 주요 장애물로 작용하고 있음을 지적하며, 보상 체계 개선의 필요성을 강조했습니다. 이는 공공기관이 민간 부문과 경쟁하기 위해 급여와 복지 조건을 개선해야 한다는 점을 시사합니다.

교육 및 전문성 강화 지원

몰타 금융정보분석부는 대학 캠퍼스에서 취업 박람회를 개최하며 신규 인재 양성과 FIU 업무 홍보를 동시에 진행하는 전략을 활용했습니다. 이를 통해 젊은 인재들에게 자금세탁방지 업무의 중요성을 알리고, FIU에 대한 관심을 유도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우크라이나는 FIU가 신규 전문가를 양성하면 민간 부문으로의 유출 가능성이 증가한다는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이러한 과정이 전체 산업의 역량을 강화하는 긍정적인 효과도 가져온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습니다. 이는 신규 전문가 양성과 지속적인 교육 투자가 FIU뿐만 아니라 자금세탁방지 산업 전반의 발전에 기여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한편 이탈리아는 FIU 직원들이 업무의 절반 이상을 원격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정책을 도입하여 지역적 제약을 극복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이러한 유연한 근무 조건은 더 넓은 지역에서 인재를 유치할 수 있도록 하며, FIU의 인력 부족 문제를 완화하는 데 효과적인 해결책이 되고 있습니다. 이는 지역 내 자원 부족 문제를 보완하는 동시에 글로벌 인재를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사례로, FIU의 인력 부족 문제에 대한 실질적인 해결 방안을 제시합니다.

공공부문 AML 인력 부족에 대한 국제기구의 입장

지난 6월, 전 세계 177개 금융정보분석원(FIU)으로 구성된 에그몽 그룹(Egmont Group)은 "미래 인력 개발(Future Workforce Development)"을 주제로 세션을 개최하며, FIU 직원들을 위한 만족스러운 근무 환경 구축의 필요성을 강조했습니다. 국제적으로 AML 인력 부족 문제가 지속되는 가운데, 법적 및 감독적 기대치가 높아짐에 따라 금융회사들은 규정 준수 부서를 확대하고 공공기관 직원들에게 더 높은 급여를 제안하며 인재를 유치하고 있는 추세를 소개했습니다.

AML 업무를 수행하는 공공기관이 지속 가능성과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글로벌 협력과 각국의 협력 사례의 벤치마킹을 통해 근무 환경 개선 및 보상 체계 강화를 추진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결론

AML 전문성을 유지하는 것은 단순히 특정 기관의 과제가 아니라, 국가 신인도와 금융 서비스의 투명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특히, 우리나라가 FATF 상호평가에서 FIU 직원 근속 문제를 지적받은 만큼, 처우 개선과 함께 교육 지원 확대가 필수적입니다.

교육 지원에는 자금세탁방지 관련 국제 자격증 취득 비용 지원과 같은 실질적인 방안이 포함되어야 하며, 이는 이미 다수의 민간 금융회사에서 도입해 효과를 보고 있는 사례입니다. 이러한 지원은 FIU 직원들의 전문성 향상과 동기 부여에 기여하며, 공공기관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입니다. 또한, 유연한 근무 환경 제공과 함께 이를 병행한다면 FIU의 안정성과 신뢰도를 높이는 데 더욱 효과적일 것입니다.

우리나라는 5차 상호평가에서 DNFBPs(특정비금융사업자 및 직종) 영역에 대한 준비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이 영역에서도 전문가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자율규제기구(Self-Regulatory Body, SRB)를 통한 외부 전문가 수혈이 필요합니다. 또한, 각 은행의 자금세탁방지 전문가를 금융정보분석원(FIU)과 금융감독원 등에 파견해 AML 업무를 지원하고 내부 인력의 전문성을 강화하는 방식도 유효한 대안이 될 것입니다.

이는 공공기관뿐만 아니라 금융회사 등 모든 AML 관련 기관이 참고해야 할 과제이며, 전문 인력을 유지하고 강화하는 데 적극적인 투자를 통해 금융범죄예방 및 글로벌 AML 규제 충족에 기여할 수 있을 것입니다. AML 전문성은 곧 국가와 기관의 신뢰를 상징하며, 이를 위한 투자는 지속가능한 금융 체계를 구축하는 초석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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