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LG전자, 영업익 하락에 '가전·전장' 선전…올해 高관세 고개 넘는다
[디지털데일리 옥송이 기자] LG전자가 자사 주력 사업인 생활가전과 기업간거래(B2B) 성장에 힘입어 지난해 연간 최대 매출을 기록했으나, 영업이익은 전년대비 줄었다. 올해는 미국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보호무역 강화 등 글로벌 통상 환경 변화에 대비해 맞춤형 전략을 수립할 방침이다.
◆ 매출 '최대' 영업익은 '하락'…상고하저 못 넘었다
LG전자는 연결기준 지난해 한 해 매출이 87조7282억원을 기록했다고 23일 공시했다. 이는 전년 대비 6.6% 증가한 수치로, 82조5215억원을 기록한 지난 2022년 이후 역대 최대 매출이다.
다만, 영업이익 3조4197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6.4% 줄었다. LG전자는 글로벌 가전 수요 회복 지연과 하반기 물류비 상승 등의 외부 변수를 실적 하락의 요인으로 꼽았다.
이로 인해 전반적인 지난해 실적은 '상고하저' 흐름을 피해가지 못했다. 순이익은 5914억원으로 48.6% 감소했다.
사업부문별로 보면 H&A사업본부는 매출 33조2033억원, 영업이익 2조446억원을 기록했다. 2023년 기록한 30조원 수준의 매출을 성장시킨 한편, 물류비 증가에도 2021년 이후 2조원대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는 등 선방했다. 특히 가전구독과 소비자직접판매(D2C)와 같은 사업방식 변화가 질적 성장으로 이어졌다. 가전구독 매출은 직전 년도 대비 75% 이상 늘어난 2조 원에 육박한다. 냉난방공조(HVAC) 등 기업간거래(B2B) 사업도 성장세를 이어갔다.
HE사업본부는 매출 15조2291억원, 영업이익 3159억원을 기록했다. 글로벌 스포츠 이벤트 등 영향으로 유럽, 아시아 등 지역에서 올레드 TV 판매가 늘었다. 스마트 TV 운영체제 웹OS 기반의 광고·콘텐츠 사업은 연간 매출액 1조원을 넘어서며 유니콘 사업으로 성장했다.
VS사업본부의 연간 실적은 매출 10조6205억원, 영업이익 1157억원으로 집계됐다. 전기차 수요 정체 영향에도 높은 수주잔고를 기반으로 9년 연속 안정적 매출 증가세를 보였다. 다만 영업이익은 늘어난 수주 프로젝트 대응 개발 비용과 소프트웨어기반차량(SDV) 전환을 위한 R&D 투자 영향으로 전년 대비 감소했다.
BS사업본부는 매출액 5조6871억원, 영업손실 1931억원을 기록했다. 호텔, 매장, 기업, 학교 등 특정 고객군별 맞춤 상업용 디스플레이와 LG그램 등 프리미엄 IT제품을 중심으로 매출이 늘었지만 주요 제품 원자재 가격 상승 및 시장 내 경쟁 심화로 영업손실이 지속됐다.
◆가전 구독·D2C 등 사업 방식 변화, "질적 성장"
LG전자는 올해 급변하는 글로벌 시장과 경쟁 환경 속에서 사업 포트폴리오 혁신을 통한 질적 성장을 일관되게 추진할 방침이다. 지난 연말 단행한 사업본부 재편을 통해 사업간 시너지를 강화하고 운영 효율을 높여 성장을 뒷받침한다는 목표다. 이와 함께 품질, 원가 등 사업의 근원적 경쟁력을 강화하고, 건전한 수익구조 확보에도 총력을 기울인다.
HS(Home Appliance Solution)사업본부는 지역 특화 및 인공지능(AI) 적용 신제품을 출시하고 볼륨존 확대로 매출 확대를 추진한다. 구독 사업은 한국, 말레이시아, 대만 등에서 태국, 인도 등으로 적극 확대하며 기회를 지속 창출한다.
MS(Media Entertainmet Solution)사업본부는 올레드, QNED 등 프리미엄 제품 판매를 확대하고, AI 기능으로 차별화된 고객경험을 제공한다. TV, IT, ID 등 스크린 제품 기반 사업을 통합 운영하며 하드웨어 및 플랫폼 사업에 시너지를 강화한다. 웹OS는 지속적인 콘텐츠 투자, 파트너십 확장 등을 통해 실·내외 통합 콘텐츠/서비스 플랫폼으로 육성한다.
VS(Vehicle Solution)사업본부는 부품 공급업체를 넘어 차량 전반의 혁신 솔루션을 제공한다는 목표 아래 미래준비 차원의 SDV 역량 확보에 주력한다. 수주잔고 기반의 안정적 매출을 유지하는 동시에 제품 믹스(Mix) 개선과 오퍼레이션 전반의 개선을 통해 수익성을 확보하며 내실 다지기에 집중한다.
신설된 ES(Eco Solution)사업본부는 모터, 컴프레서 등 핵심 부품을 앞세우는 코어테크 경쟁력을 바탕으로 HVAC 사업을 글로벌 톱티어로 빠르게 성장시킨다. 지역 특화형 솔루션 발굴을 위해 현지 완결형 생산체제 구축에 힘쓰는 한편, 초대형 냉방기 칠러부터 상업용 시스템 에어컨과 가정용 에어컨까지 산업, 상업, 공공, 주거 시설 등 다양한 공간에 최적화된 종합 솔루션을 제공해 나갈 계획이다.
◆ 트럼프 2기 보호무역 강화에…LG "시나리오별 대응 방향 수립"
LG전자는 올해 급변하는 글로벌 시장과 경쟁 환경 속에서 사업 포트폴리오 혁신을 통한 질적 성장을 일관되게 추진할 방침이다.
이날 진행한 LG전자의 지난해 4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김이권 HS본부 경영관리담당 전무는 미국발 보호무역 강화와 고관세 기조 관련 대응책을 언급했다.
김 전무는 "트럼프 2기 보호무역주의 강화와 보편적 관세 부과에 따라 글로벌 공급망 변화와 인플레이션 우려 및 금리 인하 속도 완화 등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있다"며, 지속적인 시장 환경의 면밀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드러냈다.
이어 "당사는 글로벌 생산 대응 체계를 구축해 왔으며, 개별 지역의 상황 변화에 따른 다양한 형태의 지역별 맞춤형 전략을 수립하여 운영 중"이라고 말했다. LG전자는 매크로 환경의 불확실성 및 향후 수요에 대해 양적, 질적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투트랙 전략 하에 수요 양극화 대응, 신흥시장과 미진입 시장에서의 기회 극대화를 추진하고 있다.
김창태 LG전자 CFO는 "아직까지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의 구체적인 일정 및 관세 인상률에 대한 공식 발표가 있는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다만 대선 기간 공개된 내용과 방향 등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의 주요 무역 적자국인 중국이나 멕시코, 베트남, 한국 등에 고율의 관세를 부과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어 "이들 국가는 LG전자의 주요 생산기지가 위치한 지역이고, 만일 여기에 자국 산업 보호를 이유로 미국 수입 물량 제한 즉 세이프가드 조치까지 취해진다면 우리 회사가 받을 관세 영향은 더 커질 가능성이 있다"며 "LG전자는 제품 생산에서 판매에 이르기까지 전 밸류체인의 최적화를 추진하고 잠재적인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서 각 상황 전개에 따른 시나리오별 대응 방안을 수립해 놓고 있다"고 말했다.
LG전자에 따르면 고율 관세가 부과되는 제품은 한 제품을 여러 생산 지에서 대응할 수 있는 생산 체제를 확대하고, 가격 경쟁력을 기반으로 최적 생산지를 운영할 예정이다. 아울러 또한 필요 시에는 선행 생산으로 물량을 분산시키고 유통업체들과 협업해서 리스크를 최소화해 나갈 계획이다.
◆ LG전자의 '믿을맨' 구독 사업 힘 싣는다
아울러 이날 컨퍼런스콜에서 LG전자는 경쟁사 삼성전자의 가전 구독 시장 진입 관련, 대응을 묻는 질의에 대해 그간 렌털 사업부터 쌓아왔던 구독 경쟁력을 자신했다.
김이권 LG전자 HS본부 전무는 "가전 구독 관련, 일부 경쟁 심화에 대한 우려가 있다. 그렇지만 당사는 한국 가전 구독의 시장 확대와 소비자 인식의 제고에 도움이 되는 등 긍정적인 영향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당사의 차별화된 경쟁력을 지속 강화할 수 있도록 가전 구독의 본질인 지속적인 케어와 다양한 고객 경험을 강화해, 당사만의 구독 브랜딩을 전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전무는 렌털 사업에서 구독사업으로 전환하며, 가전 구독을 이끌고 있는 자사의 업력을 자부했다. 그는 "LG전자는 전문성이 높은 대규모 케어 매니저를 운영하고 있다. 고객에게 전문적인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고, 그분들을 통한 고객 접점에서의 고객 경험이 향후 큰 강점으로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또한 구독 적합형 제품과 서비스를 지속 전개할 것"이라며 "예를 들면 필터가 가미된 냉장고를 케어 매니저가 관리한다. 자사 구독의 핵심은 할부가 아니라 차별화된 케어 서비스라고 말씀드릴 수 있겠다"고 밝혔다.
LG전자에 따르면 가전 구독 사업의 한국 매출은 LG전자 가전 매출액의 27% 비중을 차지하며, 누적 매출 1조6000억원이다.
이는 전년 대비 50% 성장한 것이다. 김 전무는 "전체적인 한국 가전 시장 역신장에도 불구하고 당사는 가전 구독 가속화에 기반한 차별화된 성과를 만들어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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