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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당혹스러운 ‘제4인뱅’ 철회 사태… 금융 당국 책임없나

박기록 기자
지난해 6월13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인터넷전문은행 도입 성과 평가 및 시사점' 세미나에서 참석자들이 발언하고 있다. ⓒ디지털데일리
지난해 6월13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인터넷전문은행 도입 성과 평가 및 시사점' 세미나에서 참석자들이 발언하고 있다. ⓒ디지털데일리

[디지털데일리 박기록기자] 제4 인터넷전문은행 예비인가 후보로 매우 유력했던 ‘더존뱅크’가 17일 공식적으로 예비인가 신청을 철회한다고 발표했다.

그리고 같은날 또 다른 유력 컨소시엄으로 꼽혀왔던 ‘유뱅크’도 훗날을 기약하며 철회를 공식화했다.

‘더존뱅크’컨소시엄을 주도해온 더존비즈온 측은 “AI와 데이터에 기반한 금융혁신플랫폼 사업에 집중하겠다”며 아예 ‘인터넷전문은행업’에 대한 생각 자체를 접어버렸고, 유뱅크는 “불안한 경제상황 때문에 현단계에선 무리”라며 물러섰다.

“도대체 왜?”

금융위의 제4 인뱅 예비인가를 목전에 둔 시점에서 두 유력 주자의 갑작스러운 이탈 선언은 김이 빠지는 것을 넘어 충격이다. 그렇다 보니 두 컨소시엄의 철회 발표 이후, 최근 탄핵정국과 맞물린 여러 억측들이 쏟아졌다.

그러나 이런 억측들을 논외로 하고, 두 컨소시엄이 밝힌 ‘제4 인뱅’ 인가 경쟁에서 발을 빼는 이유는 액면 만으로도 충분히 납득이 간다.

현재 인터넷전문은행에 대한 시장의 기대치가 크게 낮아졌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기 때문이다.

복잡하게 생각할 필요가 없다.

비록 당장 큰 수익을 내지는 못하지만, 또 자본금 등 진입 문턱이 아무리 높아졌다 하더라도 인터넷전문은행에 대한 업(業)의 가치와 미래 비전이 좋았다면 과연 이들이 철회를 결정했겠는가.

실제로 인터넷전문은행에 대한 낮아진 기대치는 앞서 국내 제1호 인터넷전문은행인 케이뱅크가 앞서 IPO(기업공개)를 두 번 씩이나 실패한 것에서 일단 그 현주소를 볼 수 있다.

인터넷전문은행에게 ‘혁신의 메기’ 역할을 기대했지만 현실은 시중 은행들처럼 주택담보대출(주담대)로 수익을 내는 고리타분한 사업구조가 점차 고착화되고 있다.

인터넷전문은행이 손쉬운 이자 장사인 ‘주담대’를 주력으로 해서는 더 이상 혁신과 비전을 기대할 수 없다. 규모가 작은 무점포 시중은행일 뿐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케이뱅크·카카오뱅크·토스뱅크 인터넷전문은행 3사의 가계대출 잔액은 2024년말 기준 69조5385억원이다. 이는 지난 2021년말 33조4828억원과 비교해 두 배 이상 늘어났다.

특히 이 중 ‘주담대’ 잔액의 증가율은 훨씬 더 가파르다. 이미 지난해 9월말 기준 34조4783억원으로, 2021년말과 비교해 3.3배 급증했다. 최근에 인뱅(인터넷전문은행)이 아니라 '주뱅'(주담대전문은행)이라고 불릴 정도다.

아직 주담대 시장에 본격 참여하지 않은 토스뱅크까지 향후 가세할 경우, 인터넷전문은행들의 주담대 외형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물론 인터넷전문은행들에게 위험성이 높은 개인신용대출만 전담하라고 강요할 수는 없다. 개인신용대출 연체율의 증가속도가 가파르고, 부실 위험이 커지고 있기 때문에 비교적 안정적인 ‘주담대’로 수익의 밸런스를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일리가 있다.

더구나 인터넷전문은행들의 평잔기준 저신용자 신용대출 비중이 30% 이상을 넘기 때문에 당초 설립 취지를 완전히 외면했다고 할 수도 없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이처럼 인터넷전문은행에 대한 시장 기대치가 크게 낮아진 데는 금융 당국의 책임도 크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즉, 금융 당국이 그동안 대출 금리 결정에 대한 창구 지도를 하면서 마치 ‘장기판의 졸’처럼 인터넷전문은행을 전략적으로 활용했고, 그 결과 인터넷전문은행이 점차 주담대 창구로 전락하게 됐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주담대가 급증한 것은 기존 대출을 더 좋은 조건으로 갈아타는 대환대출 영향이 컸다. 이는 금융 당국이 주도한 것”이라고 말하는 인터넷전문은행 관계자의 항변은 곱씹어볼 대목이다.


대환대출을 강화하는 과정에서 시중은행들의 참여를 이끌어내기 위해 금융 당국이 인터넷전문은행들을 불쏘시개로 활용한 측면이 있다는 인식인 것이다. 결국 금융 당국이 인터넷전문은행들이 ‘혁신의 야성’을 잃고 주담대에 안주하게 되는 상황을 만든 측면이 있다는 것이다.

물론 '주담대' 이슈를 떠나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여전히 ‘제4 인뱅이 굳이 필요한가’라는 질문이 시장에서 적지 않게 제기되고 있다는 점이다.

인터넷전문은행들의 ‘설립 취지’가 퇴색됐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끊임없이 나오는 것에 대해 금융 당국의 보다 본질적인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박기록 기자
rock@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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