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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청 삼성D 사장도 우려한 中 'OLED 아성'…제2의 LCD 사태 막으려면? [소부장디과장]

배태용 기자
이청 삼성디스플레이 대표이사 겸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장.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
이청 삼성디스플레이 대표이사 겸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장.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

[디지털데일리 배태용 기자] "LCD의 악몽이 OLED에서도 재현될 수 있다."

이청 삼성디스플레이 사장이 최근 이 같은 취지의 발언을 하며, 중국의 OLED(유기발광다이오드)추격을 경고했다. 소형 OLED 생산량에서 중국이 한국을 추월한 상황에서, LCD(액정표시장치) 시장을 빼앗긴 기억이 또 다시 되살아나고 있다. 기술 격차가 아직 존재하지만,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다는 위기감이 업계 전반으로 퍼지고 있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이청 삼성디스플레이 사장 겸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장은 협회장 취임 직후, "중국 업체들이 많이 카피하면서 주요 특성들은 따라왔다"라며 "중국의 매서운 OLED 추격에 많은 이들이 LCD의 전철을 밟는 건 아닌지 걱정한다. 다만 변화를 미리 포착하고 앞선 기술로 리딩한다면 앞으로도 성장의 기회를 주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 사장의 이 같은 경고는 중국이 실제로 OLED 투자와 생산량을 빠르게 확대하고 있는 데에 기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2024년 스마트폰용 OLED 패널 출하량 기준으로 중국 디스플레이 업체 BOE가 2억200만장을 기록하며, 삼성디스플레이(2억100만장)를 소폭 앞질렀다.

BOE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90억달러 규모의 8.6세대(2250㎜ X 2600㎜) OLED 신규 라인을 건설하고 있다. TCL CSOT는 태블릿, 노트북, 모니터 등 중형 OLED로 영역을 확장하며 잉크젯 방식의 소규모 양산에 착수했다.

과거 한국이 일본의 소니, 샤프, 파나소닉 등을 LCD 시장에서 밀어내고 주도권을 잡았던 것처럼, 중국이 한국을 OLED에서도 추월할 가능성이 제기되며 불안감이 커지고 있는 것. 실제로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는 이미 LCD 생산을 중단을 결정했다. 한국 디스플레이 산업이 LCD에서 완전히 철수하게 된 배경에는 중국의 저가 공세와 대규모 투자에 따른 가격 경쟁력 상실이 원인이었다.

OLED 부문에서는 한국이 여전히 기술 격차를 유지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프리미엄 스마트폰용 LTPO OLED에서 한국의 우위는 분명하다. BOE는 여전히 아이폰용 LTPO OLED 양산에서 품질 이슈로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삼성디스플레이가 사실상 독점 공급 중이다.

16일 마곡 LG사이언스파크 4세대 OLED 기술 설명회에서 인사말을 진행한 정철동 대표 [ⓒLG디스플레이]
16일 마곡 LG사이언스파크 4세대 OLED 기술 설명회에서 인사말을 진행한 정철동 대표 [ⓒLG디스플레이]


태블릿·노트북용 OLED 시장에서도 격차는 유지되고 있다. 애플이 아이패드에 OLED를 적용하려는 시도를 이어가고 있으며, 이때 핵심이 되는 기술은 '투스택(Tandem)' 구조다. 이는 현재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만이 안정적으로 공급 가능한 기술로 평가받는다. TCL CSOT가 잉크젯 방식으로 시도하고 있으나, 기술 격차가 크다는 평가가 중론을 이루고 있다.

차세대 디스플레이 기술인 OLEDoS, 마이크로LED, 무기발광(EL) 등 초정밀 기술에서도 한국의 기술력이 앞서 있다. 삼성과 LG는 특허와 양산 기술 모두 확보, XR·AR·VR 등 고부가 시장에서 선도적 입지를 굳히고 있다. 중국도 빠르게 추격 중이지만, 글로벌 고객사 확보와 대량 양산 체계 면에서는 한국이 여전히 앞선다는 평가다.

주목되는 점은 이러한 격차가 영원히 유지된다는 보장은 없다는 것. 중국은 자국 내 수요와 정부 지원을 바탕으로 빠르게 생산능력을 확대, 가격 경쟁력을 무기로 점유율을 늘려가고 있다. 품질과 신뢰성 면에서 한계가 존재하지만, 한때 LCD 시장에서 기술 격차를 좁힌 뒤 한국을 밀어낸 전례가 있다는 점에서 업계는 긴장을 늦출 수 없다.

전문가들은 한국이 OLED 시장에서 계속 주도권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중대형 OLED 전환을 가속화하고, 차세대 디스플레이 기술을 선점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를 위해 정부 차원의 소재·부품·장비 내재화 지원 역시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한 디스플레이 업계 관계자는 "기술 격차는 시간이 지나면 좁혀질 수밖에 없다"며 "지금처럼 고부가 시장에 집중해 격차를 벌리는 한편, 생산장비와 핵심 소재의 내재화를 통해 공급망 안정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중국은 이미 정부 주도로 패널-장비-소재-완제품을 통합하는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어, 한국도 민관 협력을 강화해 대응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배태용 기자
tybae@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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