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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쯔꾸르’ 장르 개척할까…게임 창작 플랫폼에 진심인 게임사는?

오병훈

[디지털데일리 오병훈 기자] 국내 게임사들이 ‘제 2의 쯔꾸르’ 장르 개척을 꿈꾸며 회사에서 자체 개발한 게임 창작 플랫폼 고도화에 집중하고 있다. 게임 창작 플랫폼을 통해 제작된 게임이 입소문을 타게 될 경우 부가적인 이용자 유입 효과를 누릴 수 있으며, 장기적으로는 하나의 게임 장르를 개척한 게임 개발 툴 ‘쯔꾸르’처럼 플랫폼 브랜드 가치를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2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넥슨·슈퍼캣·레드브릭이 게임 창작 플랫폼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업데이트 및 사업을 진행 중이다.

◆장르가 돼버린 인디게임 제작 툴 메카 ‘쯔꾸르’=과거부터 게임 이용자 사이에서 두터운 마니아층을 보유하고 있는 게임 장르 중 하나는 바로 쯔꾸르(ツクール) 게임이다. 당초 쯔꾸르는 게임 장르를 지칭하는 단어가 아니었다. 쯔꾸르는 일본 게임 제작 프로그램 개발사 카도카와에서 1990년에 선보인 게임 창작 툴 시리즈다. 지난 2020년에는 ‘알피지 메이커 엠지(RPG Maker MZ)’란 이름으로 새로운 쯔꾸르 버전이 스팀에 출시된 바 있다.

지난 2012년에 제작된 이후 지금까지도 리메이크 되면서 많은 이용자 관심을 받고 있는 호러 게임 ‘이브(Ib)’나, 공포 어드벤처 게임 ‘안개비가 내리는 숲’ 등도 쯔꾸르를 통해 탄생된 게임이다. 쯔꾸르를 활용해 제작된 다수 게임이 흥행에 성공하면서, 쯔꾸르로 창작된 게임 전체를 일컫는 말로써 ‘쯔꾸르 장르’가 탄생하게 됐다.

쯔꾸르는 접근성 높은 게임 제작 환경을 통해 상당한 인기를 누릴 수 있었다. 쯔꾸르 시리즈에서는 직관적인 사용자인터페이스(UI)와 완성형 캐릭터·맵 디자인을 제공하고 있다. 덕분에 전문적인 지식이 없더라도 3차원(3D) 게임 개발 툴인 ‘언리얼엔진’이나 ‘유니티’보다 비교적 쉽게 게임을 제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최근 국내 게임업계에서 공들이고 있는 게임 창작 플랫폼도 쯔꾸르 시리즈와 유사한 전략을 취하고 있다. 대부분 게임 디자인이나 그래픽을 게임사에서 제공하고 있으며, 게임 시스템 구축에 필요한 코딩 작업도 전문적인 지식 없이 게임사가 완성해 둔 코드 활용이 가능하다.

각 게임사는 이러한 게임 제작 플랫폼을 통해 다양한 이점을 챙길 수 있다. 게임사가 선보인 창작 플랫폼을 통해 제작된 게임이 인기를 얻게 되면, 게임사 입장에서는 부가적인 이용자 유입 효과를 누림과 동시에 장기적으로 플랫폼 내부에서 개발자-이용자 창작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쯔꾸르가 장르를 지칭하는 단어가 됐듯이 국내 게임사가 개발한 게임 플랫폼도 새로운 장르 개척까지 넘볼 수 있게 되는 셈이다.

◆국내 게임사, 게임 제작 플랫폼 저변 넓히기 ‘한창’=최근 게임 제작 플랫폼에 공들이고 있는 국내 게임사로는 넥슨과 슈퍼캣, 레드브릭을 꼽을 수 있다.

넥슨에서 지난해 9월 선보인 ‘메이플스토리월드’는 회사 대표 지식재산권(IP) ‘메이플스토리’ 캐릭터 및 디자인을 기반으로 게임 제작이 가능한 게임 창작 플랫폼이다. 이용자는 메이플스토리에서 등장하는 캐릭터·맵 디자인을 활용해 자신만의 메이플스토리 IP 게임을 제작할 수 있다.

메이플스토리월드에는 게임 시스템 구축에 필요한 다양한 완성 코드도 마련돼 있어 이용자는 검색을 통해 코드를 붙여넣기만 하면 된다. 예컨대, 일반적인 개발 과정에서 몬스터가 캐릭터를 따라오게 만들기 위해서는 복잡한 코드가 필요하지만, 메이플스토리월드에서는 추격 컴포넌트(Chase component)를 검색·적용함으로써 구현이 가능하다.

넥슨은 게임 창작 생태계 저변을 확대하기 위해 다양한 교육 활동에 메이플스토리월드를 활용하고 있다. 지난해 계원예술대학교는 넥슨과 협업을 통해 게임미디어학과에서 메이플스토리월드를 활용한 게임 개발 연구 수업을 진행한 바 있다. 또, 지난해 12월부터는 넥슨이 5300여명 초·중학생을 대상으로 메이플스토리월드를 활용한 게임 개발, 블록코딩 체험 프로그램을 실시하기도 했다.

슈퍼캣에서도 게임 제작 툴 ‘네코랜드스튜디오’를 리뉴얼한 ‘펑크랜드스튜디오’를 통해 쉬운 게임 개발 환경을 제공한다. 펑크랜드스튜디오에서는 게임 제작에 필요한 코딩 소스와 서버 등 개발 기능을 제공한다. 이를 통해 이용자는 펑크랜드스튜디오를 통해 개발된 게임을 슈퍼캣이 운영하는 인디 게임 플랫폼 ‘펑크랜드’에 손쉽게 출시하고, 수익화할 수도 있다.

펑크랜드스튜디오로 개발된 게임은 별도 앱이나 파일 설치 없이 웹에서 곧바로 스트리밍 플레이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아울러 최근 슈퍼캣은 펑크랜드스튜디오에 크로스플레이 지원 기능을 추가했다. 펑크랜드스튜디오 개발자는 PC와 모바일에서 동시 출시 및 업데이트를 진행할 수 있게 됐다.

레드브릭이 운영하는 메타버스 게임 제작 플랫폼 ‘레드브릭’ 이용자는 별도 프로그램 설치 없이도 레드브릭 홈페이지를 통해 3D 메타버스 게임을 제작할 수 있다. 이용자는 회사에서 기본적으로 제공하는 3D 그래픽 소스를 이용해 사물이나 캐릭터 및 게임 실행 버튼을 화면에 배치해 꾸밀 수 있다.

아울러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레드브릭에서 제공하고 있는 ‘블록코딩’을 활용해 게임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다. 캐릭터나 사물이 일정 조건에 따라 움직이게 만들 수 있으며, 사물과 캐릭터가 상호 작용하도록 설정할 수 있다. 아직까지 블록코딩을 통해 제한적인 움직임만 구현할 수 있으나, 향후 레드브릭은 다양한 블록코딩 소스를 마련해 이용자가 다채로운 게임 콘텐츠 제작할 수 있도록 업데이트할 방침이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게임 창작 플랫폼으로 구축된 생태계는 창작자는 물론, 플랫폼 운영사에도 매출 발생으로 인한 수익화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라며 “코딩을 몰라도, 제공되는 개발 도구를 통해 누구나 쉽게 체험을 해보고 그것이 경험으로 남아 게임에 지속적인 관심을 갖게 되고 이후 추가적인 파급 효과를 낳을 수 있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오병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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