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사이트 차단 왜 오락가락?…방통위, “KT가 소급적용 실수”
[디지털데일리 이형두기자] 차단됐던 해외 불법사이트 중 일부가 다시 접속이 가능해진 것과 관련해, 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이효성, 이하 방통위)는 정부가 차단을 철회한 것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통신사 KT가 새 차단 방식을 적용하는 과정에 실수가 있었다는 입장이다.
지난 26일부터 방통위가 특정 불법사이트에 한해 차단을 해제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기 시작했다. 접속이 재개된 사이트 중 기부금을 받고 낙태약을 보내주는 ‘위민온웹’ 등이 있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친여성주의 정책을 펴기 때문에 여성이 찾는 불법사이트를 용인해 준다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다.
28일 방통위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위워장 강상현)과 이와 관련된 사실 관계를 확인한 결과, “KT가 방심위가 요청한 접속차단 사이트 목록 외에, 기존 URL 차단 방식을 적용하던 사이트 일부에 대해서도 SNI 접속을 적용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인터넷 사이트를 접속할 때 사용되는 프로토콜은 'http'와 보안이 강화된 암호통신인 ‘https’가 있다. 정부는 기존에 인터넷주소(URL) 차단 방식으로 http 주소를 차단했고, 이달 11일부터 'https‘까지 접속을 막을 수 있는 서버네임인디케이션(SNI) 필드 차단 방식을 도입했다.
이번에 접속 차단이 풀린 불법사이트는 SNI 필드 차단이 아니라 기존 URL 차단 대상이었다는 것이 방통위의 해명이다. 통신사 KT가 SNI 차단을 도입하는 과정에서 새로 요청된 사이트와 기존에도 차단 중이던 사이트에 모두 SNI 차단을 했다가, 이를 되돌리는 과정에서 일어난 해프닝이라는 것.
정리하면 방심위의 불법사이트 심의 시점에 따라 차단 방식을 달리 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에 심의 및 결정이 난 사이트는 강화된 SNI 필드 차단을, 아직 새로운 심의를 거치지 않은 사이트는 기존 URL 차단을 쓰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과거 심의를 거친 불법사이트는 소급 적용을 할 수 없다는 것이다.
KT는 이를 구분하지 않고 일괄 SNI 필드 차단을 적용했고, 이후 이를 지적받자 일부 사이트를 기존 방식인 ‘약한 차단’으로 수정한 것이다. 방통위는 "KT는 해당 사실 인지 후, 요청받은 사이트에 대해서만 SNI 접속차단이 적용되도록 변경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방심위는 “SNI 접속차단이 적용되지 않은 기존 해외 불법사이트(지난 2월11일 이전 URL 접속차단 건)에 대해서는, 심의신청 접수 및 중점모니터링 등을 통해서 불법성 여부를 명확히 판단하고 심의한 후 SNI 접속차단이 가능하도록 시정요구 할 예정”이라고 보탰다.
이번에 방심위가 SNI 필드 차단 결정을 내린 불법사이트는 총 895건이다. 기존 URL 차단 방식이 적용된 불법사이트는 새로운 심의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자유롭게 https로 접속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살아남은 불법사이트들이 폐쇄된 불법사이트 이용자를 끌어모아 더 활개치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는 상황이다.
<이형두 기자>dudu@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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