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안

[2021 정보보안기업 실적②] 전반적 맑음··· 일부는 먹구름

이종현
2020년, 2021년 기업들 매출, 영업이익. 단위 백만원
2020년, 2021년 기업들 매출, 영업이익. 단위 백만원
[디지털데일리 이종현기자] 2021년 주요 정보보안기업 다수가 나란히 ‘사상최대 실적’을 경신했다. 코로나19가 촉발한 디지털 전환, 비대면 문화 확산으로 황금기를 누린 결과다.

차세대 보안 기술로 주목받는 엔드포인트 탐지 및 대응(EDR) 분야서 경쟁력을 드러내고 있는 지니언스는 매출 및 영업이익 모두 크게 뛰었다. 데이터 보안기업 파수는 높은 성장률과 흑자전환이라는 2개 과제를 성공적으로 수행했다.

전년 부침을 겪은 아톤은 깜짝 성장으로 매출이 200억대에서 400억대로 단숨에 늘었고, NHN에서 이글루코퍼레이션으로 최대주주가 변경된 파이오링크도 매출 300억대에서 500억대로 껑충 뛰었다.

◆비대면 시대 보안으로 주목받는 NAC·EDR, 시장 1위 기업 지니언스 수혜

지니언스는 네트워크 접근제어(NAC) 및 EDR 솔루션을 주력 상품으로 삼는 기업이다. 2021년 매출액 319억원, 영업이익 59억원, 당기순이익 61억원을 기록했다. 각각 19%, 127.9%, 80.2% 증가했다.

지니언스는 NAC와 EDR 양쪽에서 국내 시장 점유율 1위를 기록 중이다. 캐시카우인 NAC를 바탕으로 EDR 시장에서도 성과를 내는 중이다. 2021년 기준 누적 고객 100여곳을 확보했다.

NAC는 네트워크에 접속하는 사용자나 기기를 식별·인증·통제하는 솔루션이다. 가상사설망(VPN)과 연계해 부적절한 외부자가 침입하는 것을 막는 등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EDR은 PC 및 기기 내부의 행위를 모니터링해 악성코드 유입이나 감염, 취약점 등을 분석한다. 제로 트러스트 네트워크를 위한 차세대 보안 구성 요소 중 하나로 최근 도입이 늘고 있다. 원격·재택근무 활성화로 NAC와 EDR 모두 수요가 급증, 실적 성장으로 이어졌다.

지니언스는 작년 사업성과를 바탕으로 올해는 추가 성장 동력을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NAC 사업은 핵심 보안 기술게 기반해 5세대(G) MEC 등 시장을 세분화&전문화해 추가 성장 동력을 마련하고, EDR 부문은 엔드포인트를 넘어 네트워크, 클라우드 등 정보기술(IT) 전체의 위협을 탐지·분석·대응하는 XDR 시장까지 확대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좀처럼 늘지 않는 해외 매출은 고민거리다. 지니언스는 2016년 미국 법인을 설립했다. 해외 진출을 위해 지속 투자하고 있으나 큰 성과는 미미한 편이다. 2021년 지니언스의 해외 매출은 6억원으로 전년대비 4.7% 감소했다.

◆2년간의 적자 끝마친 파수, 매출 성장에 흑자전환까지 달성

파수는 문서보안(DRM)을 중심으로 다양한 기업 데이터 보안 상품 포트폴리오를 갖췄다. 애플리케이션(앱) 보안 솔루션이나 정보보호 컨설팅도 제공한다.

파수의 2021년 매출액, 영업이익, 당기순이익은 각각 421억원, 42억원, 41억원이다. 매출은 15.8% 늘었고 흑자전환했다. 2019년, 2020년에는 각각 36억원, 12억원의 영업손실이 발생, 누적 결손금이 114억원까지 늘었다가 올해 77억원으로 줄었다.

파수 역시 원격·재택근무 증가로 인한 혜택을 누렸다. 매출 성장과 고민거리 였던 적자까지 해소하며 올해 안정적인 성장의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4분기에 매출 및 영업이익이 집중됐다. 파수는 1~3분기 기준 누적 매출액 230억원, 영업이익 –29억원이었다. 4분기에만 매출액 191억원, 영업이익 71억원이 발생했다. 한 분기 만에 ‘잭팟’을 터트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파수 측은 실적 개선 요인으로 재택근무 확산으로 인한 보안 솔루션 수요 증가와 데이터보안 시스템 업그레이드 수요 증가를 들었다. 이에 더해 해외서도 13억원의 매출이 발생했는데, 전년대비 39.5% 증가했다.

◆2020년 코로나19로 울었던 아톤, 2021년엔 웃었다

아톤은 핀테크 보안 및 인증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이다. 정보보안 기업 중 드물게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은 기업이기도 하다. 교통카드 ‘티머니’ 관련 사업의 매출 급감이다.

교통카드 티머니에 탑재되는 IC 칩 구동을 위한 종합 소프트웨어(SW)를 제공하는 사업인데, 아톤 관련 사업 매출은 2019년 55억원에서 2020년 24억원, 2021년 9억원으로 급감했다. 이 영향으로 아톤은 2019년 매출액 325억원에서 2020년 290억원으로 10.7% 감소했다. 영업이익도 2020년 20억원으로 49.7% 줄면서 위기를 맞았다.

2021년에는 부진을 깨끗이 만회했다. 매출액 432억원, 영업이익 91억원, 당기순이익 15억원으로 각각 전년대비 49%, 341.4%, 142.6% 성장했다. 2~3년치 성장을 1년 만에 이뤄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실적 급성장의 배경은 금융권의 비대면 서비스 및 디지털 전환 가속화다. 2020년 예기치 못한 코로나19 위기로 지출을 줄이며 추이를 지켜본 금융권은 2021년 본격적인 디지털 전환을 시작했다. ‘공인인증서 폐지법’이라 불리는 전자서명법 개정도 도움이 됐다.

아톤은 이동통신3사의 애플리케이션(앱) ‘패스(PASS)’에 인증서 기술을 제공한 이력을 바탕으로 인증 서비스 사업을 확대해 나가는 중이다. 올해부터 본격화되는 금융권 마이데이터 사업을 바탕으로 성장을 지속하겠다는 포부다.

지난 1월에는 서울 마포구 상암동에서 영등포구 여의도 파크원으로 본사 사무실을 옮겼다. 주요 고객사인 금융권이 밀집한 여의도로 이전, 영업력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실적 퀀텀점프한 파이오링크, 이글루코퍼레이션과 시너지 기대

파이오링크는 2021년 매출액 543억원, 영업이익 109억원, 당기순이익 111억원을 기록했다. 각각 전년대비 36.3%, 67.9%, 4.6% 늘며 깜짝 실적을 달성했다. 2018년부터 2021년까지 4년 동안 연평균 24.6%씩 성장하며 상승세를 이어갔다.

부하분산장비(Application Delivery Controller, ADC), 보안스위치, 웹방화벽 등 제품 판매와 보안관제 사업을 영위하는데, 특히 웹방화벽 판매 매출 증가가 실적 성장을 견인했다.

2020년 파이오링크의 매출 구성은 ADC 148억원, 보안 스위치 80억원, 웹방화벽 15억원, 보안 서비스 144억원 등이었다. 2021년에는 ADC 172억원, 보안스위치 24억원, 웹방화벽 167억원, 보안서비스 177억원 등이다. 1년 사이에 큰 폭으로 바뀌었다.

실적 외에 눈여겨 볼 만한 변화도 있다. 작년 10월 최대 주주가 NHN에서 이글루코퍼레이션(구 이글루시큐리티)로 변경된 점이다. 보안관제에 경쟁력을 지닌 이글루코퍼레이션과 네트워크 관련 장비를 제작하는 파이오링크의 협력으로 시너지가 발생할 것으로 기대된다.

시장 환경은 우호적이다. 코로나19로 디지털 전환이 본격화됨에 따라 트래픽 처리 수요는 지속해서 증가 추세다. 스스로를 클라우드 데이터센터 최적화 기업이라고 소개하는 파이오링크에게 적지 않은 사업 기회가 예고된 상태다. 보안 스위치를 통해 홈네트워크 보안 시장에도 진출했는데, 유의미한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익잉여금 바닥나고 결손금··· 의문부호 붙는 성장률

모바일 보안 및 보안 컨설팅, 블록체인 기반 분산ID(DID) 등에서 사업을 이어가는 라온시큐어는 전년에 이어 두자릿수 매출 성장을 이뤘다. 하지만 2년 연속 대규모 적자를 기록하며 이익잉여금이 –인 결손금이 됐다. 내실 없는 성장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2021년 라온시큐어는 매출액 433억원, 영업이익 –9억원, 당기순이익 –49억원을 기록했다. 2020년에는 매출액 371억원, 영업이익 –35억원, 당기순이익 –87억원을 기록한 바 있다. 매출이 16.6% 늘고 적자도 줄였지만 쌓이는 적자가 부담이다. 기업 이익잉여금(결손금)은 –44억원이다.

전산사채로 부채도 크게 늘었다. 167억원이던 부채는 381억원으로 증가했다. 라온시큐어는 작년 11월 20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발행결정 공시를 한 바 있다. 주식총수 대비 10.5%에 달하는 주식이 발행될 수 있는데, 전환가액은 4401원이다. 라온시큐어의 1일 종가 3855원보다 높다.

우수한 화이트해커가 다수 포진한 계열사 라온화이트햇은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2021년 매출액 85억원, 당기순이익 34억원으로 전년대비 26%, 42.4% 증가했다.

반면 미국 법인은 여전히 부진하다. 2017년 해외 사업 진출을 위해 설립한 미국 법인 디지털 트러스트 네트웍스(구 라온시큐어 USA)는 라온시큐어의 실적 악화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디지털 트러스트 네트웍스는 2018년부터 2021년까지 4년간 70억원의 누적 적자를 기록했다. 매출은 2021년 처음으로 발생한 3억원이 전부다.

지난 몇 년 동안 블록체인 사업에 집중하고 있으나 이를 숫자로 증명하진 못했다. 2021년 기준 라온시큐어의 연구개발 조직 12개 팀 중 3개 팀은 블록체인개발 팀이다. 미래 기술이나 해외 사업에 대한 투자를 지속하면서 적자도 해소하는 방법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2년 연속 역성장한 지란지교시큐리티··· 애물단지된 자회사

지란지교시큐리티는 2021년 연결재무제표 기준 매출액 573억원, 영업이익 7000만원, 당기순이익 –56억원을 기록했다. 2019년부터 2년 연속 역성장했는데, 자회사에서 잇달아 문제가 발생한 영향이다.

지란지교시큐리티의 자회사 모비젠은 작년 매출액 260억원, 영업이익 –11억원을 기록했다. 작년 하반기 기업공개(IPO)를 목표로 했으나 자진철회했다. 매출은 줄고 적자 전환까지 하며 IPO 가능성이 불분명해지 철회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더해 다른 자회사 에스에스알의 경우 상장적격성 실실 심사 절차를 진행 중이다. 2017년부터 2020년까지 4년치의 감사보고서를 재발행함에 따라 내부회계관리제도 비적정 사실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3월 11일부터 거래 정지 중이다. 이로 인해 지란지교시큐리티 역시 최근 사업보고서를 정정공시했다.

지란지교시큐리티는 2021년 69억원 상당의 무형자산 손상차손이 발생했다. 에스에스알은 회수가능 금액이 장부금액 미만으로 하락해 24억원, 모비젠은 영업권에 대한 손상차손으로 34억원이 각각 인식됐다.

다사다난한 자회사와 달리 지란지교시큐리티의 별도 실적은 건실하다. 2020년 큰 폭의 매출 하락을 겪었지만 작년에는 매출 206억원, 영업이익 15억원, 당기순이익 13억원으로 각각 전년대비 2.4%, 29.9%, 1.8% 성장했다.

에스에스알과 모비젠, 두 기업 모두 인수합병(M&A)을 통해 지란지교시큐리티의 연결 자회사로 묶인 케이스다. 지란지교그룹은 M&A 및 IPO를 통해 기업 규모를 키웠지만 잦은 잡음을 일으키고 있다. 모비젠에 이어 지주사인 2024년 지란지교소프트의 IPO 계획도 밝힌 바 있는데, 여러 차례 구설수에 오르며 그 행보에 제동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2021년 기준 지란지교소프트의 계열회사는 35개에 달한다.
이종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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