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권하영 기자] 대형 콘텐츠제공사업자(CP)가 인터넷제공사업자(ISP)와 망 이용계약을 체결하도록 의무화 하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논의되고 있다.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이하 과방위)는 조만간 공청회를 열어 해당 법안에 대한 의견수렴을 할 예정이다. 국회 통과에 속도가 붙은 만큼 업계 안팎의 이목이 집중된다.
이 법안이 탄생한 배경에는 넷플릭스로 대표되는 글로벌 대형 CP의 망 무임승차 논란이 있다. 넷플릭스는 국내 기업인 SK브로드밴드와 망 이용대가 지불 문제를 두고 다투다 방송통신위원회의 재정 절차까지 밟게 됐지만, 그 사이 방통위를 패싱하고 SK브로드밴드에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한국 규제기관을 무시한 처사라는 지적과 함께, 국내 CP들은 이미 내고 있는 망 이용대가를 해외 CP가 내지 않는 것은 역차별이라는 목소리가 커졌다.
자연히 언론에서도 이 법안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그런 탓인지 그동안 법안을 부르는 명칭은 ‘넷플릭스법’ ‘망사용료법’ ‘망이용계약법’ 등 다양해졌다. 넷플릭스법은 국내에 망 이용대가를 내지 않는 가장 대표적인 기업의 이름을 딴 것이고, 망사용료법이나 망이용계약법은 법안이 일정 규모 이상 CP로하여금 ISP에 망 이용대가를 내도록 하거나 최소한 망 이용계약 협상을 치를 수 있도록 의무화 한 내용을 반영한 것이다.
그러나 상기한 명칭들은 법안의 본질을 담아내기에는 부족하다는 생각이 든다. 우선 넷플릭스법이라는 이름은 우리 국회가 넷플릭스라는 특정 기업을 겨냥했다는 인상을 풍긴다. 미국 정부가 자국 기업을 옹호하기 위해 ‘국제무역 의무’를 언급하며 우려를 표하는 상황에 괜한 오해만 부를 수 있다. 일단 이 법안은 국내외 기업을 구분해 적용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일각에서 제기하는 통상마찰 가능성은 낮다는 점도 덧붙인다.
망사용료법이나 망이용계약법도 불필요한 해석을 부를 수 있다. 이 법안이 담고 있는 문제의식은 망 이용대가나 망 이용계약을 강제하는 것이 아니라, 글로벌 대형 CP가 우월적 지위를 내세워 국내 망에 무임승차하는 것을 방지하는 데 있다. 물론 사업자와 사업자간 사적 계약의 영역을 보호해야 한다는 반론도 있지만, 일부 글로벌 CP들은 국내 ISP와 망 이용계약을 위한 협상에조차 응하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국내 CP들은 이미 망 이용대가를 내고 있다는 점도 짚어야 한다. 망사용료법이라는 명칭은 자칫 국내외 모든 기업에 전에 없던 망 이용대가를 내라는 것이란 착시를 부를 수 있다. 물론 국내 CP들이 망 이용대가에 부정적인 점은 차치하더라도, 이미 그들이 망 이용대가를 내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결국 이 법안은 다른 국내외 CP들과 달리, 유독 망 이용대가를 내지 않고 있는 일부 CP들의 무임승차를 막기 위한 법이다.
망 이용대가를 둘러싼 논쟁은 차치하고서라도, 우리가 부르는 법안의 명칭은 그 법안이 가진 방향성을 정확히 담아야 한다. 그래야 논의도 더 발전될 수 있다. 과방위는 이 법안에 대해 관계부처 그리고 필요하다면 사업자들의 목소리까지 공청회를 통해 청취할 예정이다. 부디 법안에 담긴 문제의식을 잘 이해하고 더 나은 해법을 제시하는 자리가 되길 바란다. 그런 의미에서 법안의 새로운 이름으로 ‘망 무임승차 방지법’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