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김도현 기자] “반도체 설계(팹리스) 업체가 전통적인 고객이었다면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기업과의 가교역할을 하는 디자인하우스, 자체 칩을 개발하려는 정보기술(IT) 회사 등으로 거래처가 늘고 있다.”
지난 14일 서울 강남구 오픈엣지테크놀로지 본사에서 만난 이성현 대표는 이같이 말했다.
오픈엣지는 지난 2017년 12월 설립된 곳으로 반도체 설계자산(IP)을 다룬다. 여기서 만든 IP를 토대로 반도체 회사들이 칩을 설계 및 개발, 더 나아가 생산까지 하게 된다. 오픈엣지는 IP에 대한 라이선스 요금, 반도체 생산 물량에 따라 로열티 비용을 받는 수익구조를 갖췄다.
이 대표는 “고객사마다 라이선스와 로열티 비중이 다르다. 2개는 반비례하는데 초기에 비용을 많이 부담하느냐 아니냐 차이”라고 설명했다. 가령 라이선스가 높게 책정되면 로열티를 상대적으로 낮게 맞추는 식이다. IP 회사로서는 수량에 따라 금액이 늘어나는 로열티 위주 계약을 선호한다.
반도체 IP 회사는 세계적으로도 많지 않다. 대표적으로 영국 ARM, 미국 시놉시스와 케이던스 등이 있다. 이 대표는 “IP 업계는 2~3년 뒤를 예측해서 준비해야 한다. 반도체 생태계에서 가장 앞단”이라면서 “선행 개발이다 보니 방향을 잘못 잡으면 회사 자체가 흔들릴 수 있어 핵심 고객사와 로드맵을 공유하면서 가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오픈엣지가 집중하는 분야는 인공지능(AI) 반도체다. AI 반도체에는 신경망프로세서(NPU), AI 가속기 등이 있다. NPU는 뇌신경을 모방해 신경세포가 신호를 전달하는 과정을 반도체에 적용한 제품이다. 연산, 학습, 추론 등 다양한 작업이 가능하다. AI 가속기는 데이터센터 등에서 중앙처리장치(CPU)를 보조하거나 성능을 높이는 역할을 한다. 기존 그래픽처리장치(GPU)가 유사한 임무를 맡고 있다.
이중 오픈엣지는 NPU IP를 개발 및 공급 중이다. 최근 국내 팹리스 스타트업 퓨리오사AI, 딥엑스, 모빌린트, 사피온코리아 등이 AI 반도체를 내놓고 있는데 대부분 오픈엣지와 협력 관계다. 전략적 투자자(SI)로 참여한 현대자동차와는 자율주행 부문에서 협업하고 있다.
이 대표는 “NPU 관련 IP는 2세대까지 개발 완료했다.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 수준까지 커버할 수 있다”며 “완전 자율주행까지 지원하는 3세대 NPU IP도 개발 중으로 여러 회사와 정부 과제를 통해 공동 진행 중”이라고 전했다.
오픈엣지의 또 다른 무기는 메모리 인프라 IP다. 쉽게 말해 D램 등 메모리로부터 CPU 등에 데이터를 공급하는 경로에 대한 기술이다. 오픈엣지는 지난 2019년 캐나다 업체를 인수해 메모리 분야를 물리층(PHY)으로도 넓혔다. PHY는 고속 신호를 담당한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글로벌 기업들이 오픈엣지 IP를 활용한다.
이 대표는 “처리해야 하는 데이터양이 급증하면서 메모리 인프라 중요성도 증대됐다”며 “메모리가 단순히 저장만 하는 것이 아니라 일부 연산 등 역할이 확대된 만큼 고대역폭 메모리(HBM) 등 수요가 늘었다”고 언급했다. 오픈엣지는 연내 HBM 관련 IP 선보일 예정이다.
결과적으로 오픈엣지 강점은 AI 반도체 시장에서 ‘토탈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다는 점이다. NPU와 메모리 IP를 모두 보유한 곳은 오픈엣지가 유일하다. 통상 개별업체가 IP를 확보하고 있어 팹리스 업계에서는 복수 협력사와 작업을 해야 했다면 오픈엣지는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 영향으로 오픈엣지 실적을 증가세다. 지난해 매출 52억원이었으나 올해 상반기에만 70억원을 달성했다. 연간으로는 150억 내외로 전망된다. 업계에서는 2023년 300억원, 2024년 500억원 등을 돌파할 것으로 관측한다.
상승세에 힘입어 오픈엣지는 코스닥 상장을 앞두고 있다. 지난 16일 일반 공모청약을 마치고 오는 26일 상장 예정이다. 대표주간사 삼성증권에 따르면 청약건수는 2만5945건, 청약 수량은 6615만2320주다. 이를 통해 모인 청약증거금은 3308억원으로 집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