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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국가통합망⑥] 쟁점② 전용망이냐 vs 공중망이냐

김재철
기술 검토와 타당성 조사까지 거쳐 시범사업, 1차 확장사업까지 추진됐던 국가통합망 구축사업이 감사원의 지적으로 재검토되기에 이르면서 국가통합망을 위해 전용망을 구축하는 것이 맞느냐, 아니면 공중망으로 구축하는 것이 합리적인지를 두고도 의견이 분분하다.

감사원의 지적 사항 가운데, 너무 많은 예산이 투입된다는 내용이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당초 7800여억원으로 책정됐던 예산이 일정 규모 이상 건물의 지하 무선통신설비와 연계하는 부분을 포함하면 5000억원 이상 늘어날 것이라던 감사원의 지적은 KISDI의 현장 실험 결과 500억원 내외에서 해결될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이 같은 지적을 계기로 ‘수천억원의 비용을 들여서 반드시 전용망을 구축해야 하느냐’ 하는 주장들이 다시금 제기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특히 이미 전국의 상당 지역에 구축돼 있는 무선공중망(iDEN)을 재활용하자는 주장이 눈길을 끈다. 일정한 기능을 지원하는 무선통신망이고, 해외에서도 평시에 사용하다가 재난상황에서 재난통신용으로 쓰이는 경우가 있으며, 예산을 절감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전용망과 공중망이 지닌 특성은 무엇이며, 어떤 차이가 있는지 검토해봤다.

◆전용망 테트라라, 비상통신 기능 다양해 = 전용망을 지지하는 쪽은 무엇보다 비상상황에 대응하기 위한 통신수단으로서 반드시 제공돼야 하는 여러 기능에 높은 점수를 주고 있다.

사업 타당성 조사 이전에 기술검토를 하던 옛 정통부는 국가통합망 구축사업에 참가하려는 기업들에게 국가적 재난이 일어났을 때 빠르게 대응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기능으로 어떤 것을 지원하는지 제시하라고 요청한 적이 있다.

당시 테트라를 제안하던 쪽이 이를 충족시켰는데, ‘보안(1대1 및 1대 다 보안)’, ‘DMO 기능’, ‘무조건 가로채기’, ‘우선순위 통화’, ‘통화그룹 재편성’ 등이 그것이다.

DMO 기능은 기지국 통화권을 벗어나도 일정 거리(2km) 안에서는 단말끼리 통신을 할 수 있는 기능이며, ‘통화그룹 재편성’은 평상시 사용하던 통화그룹 외에 비상 시 다른 기관들과 하나의 통화그룹을 형성해 일괄 통신을 할 수 있게 하는 기능이다.

‘무조건 가로채기’, ‘우선순위 통화’ 등도 중요한 사항을 각 재난 대응 관련 기관에 한꺼번에 전달하는 데 꼭 필요한 기능이다.

◆엔드-투-엔드 보안 알고리즘도 적용 = 보안도 특히 중요한 요소인데, 현재 국가통합망에 구축된 테트라 시스템에는 국보연에서 만든 엔드-투-엔드 알고리즘 ‘e2e’가 탑재돼 있다. 

전문가들은 “통합망의 용도를 중심으로 봤을 때 안전성 측면에서 전용망이 나을 것으로 본다”는 입장이다. 노출된 공중망망은 보안이 적용됐다 하더라도 뚫으려고 시도하기 쉽고, 뚫릴 가능성도 높다는 것이다. 

국가통합망으로 채택한 디지털 TRS(테트라, TETRA)는 기존의 아날로그 TRS와 비교해 통화 품질과 안정성 그리고 커버리지 등에서 만족도가 높게 나타난다는 점도 장점으로 꼽힌다.

전자부품연구원 박규호 수석연구위원은 “테트라는 현재 나와 있는 여러 기술 가운데서 가장 빠르고, 편리하고, 안정적인 기술로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공중망, 이미 전국망 깔려 경제성 높아 = 반면, 공중망으로 이용되고 있는 아이덴(iDEN)은 이미 전국에 걸쳐 네트워크가 구축돼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으로 꼽힌다. 이미 상당 부분 투자가 돼 있는 만큼 구축 비용을 상당히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공중망 서비스 사업자인 KT파워텔의 안기수 상무는 “세금으로 추진하는 사업인 만큼 경제성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며, “기존에 도로 기준으로 100%, 건물 기준으로도 50%가 깔려 있는 아이덴은 전국을 커버하는 데 몇 백억원 정도만 더 투입하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공중망을 국가통합망으로 사용하자고 주장하는 인사들은 국가통합망이 재난시 신속한 통신을 보장하는 목적이므로 망 구성이 단순한 것이 좋고, 테트라에서 내세우는 특별한 통신기능이 사실상 재난시에 사용될 가능성이 적다는 점을 들어 과도한 비용을 투입할 필요가 없다고는 입장이다.

파워텔 측은 “공중망이 깔려 있는 나라가 많지는 않지만, 기존에 공중망을 구축했던 나라들은 별도로 재난통신망을 구축하지 않는다”면서, “미국과 이스라엘 등 공중망이 구축된 나라들은 재난시에도 평시와 같이 공중망을 사용에 대응한다. 보안도 안전한 수준이다”고 설명했다.

파워텔은 “아이덴은 모토로라의 독자 기술이기는 하지만, 사실상 국산화가 많이 이루어져 있다는 점에서도 독점의 우려 등이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경제성+재난통신기능, ‘일석이조’ 가능할까? = 그러나, 국가통합망 구축사업 타당성 재검토와 관련해 공중망이 제 목소리를 내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통합망은 통합망으로서의 기능이 필요하다”는 입장이 대세를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한 통신기술 전문가는 “테트라의 특정 기능이 국가통합망에서 필요한가 그렇지 않은가는 쓰는 사람, 즉 소방방재청, 경찰청 등이 판단할 문제”라며, “재난통신망으로서의 국가통합망은 사실상 보험과 같은 개념이기 때문에 비용에만 치우쳐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와 관련해 소방방재청 쪽도 “태풍 루사 때 재난기관의 통화량이 거의 강원도에 집중됐는데, 이럴 경우 공중망 사업자가 일반고객의 통화를 미루고 재난통화에 우선권을 보장해줄 수 있을지 의문이다”고 말했다.

소방방재청 관계자는 “비용과 기능 두 가지 모두 충족되면 좋겠지만 그것이 여의치 않다면, ‘국민의 재산과 안전을 보호한다’는 본래 목적에 충실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타당성 재검토’라는, 정부 주도의 정보통신 사업 사상 유래 없는 ‘타당성 재조사’까지 당하며 우여곡절을 겪고 있는 국가통합망 사업이 본래의 목적에 맞게 통합망을 구축하면서 비용 면에서도 가장 합리적인 대안을 찾을 수 있을지 오는 11월로 예정된 타당성 재조사 결과가 자못 기대된다.

<김재철 기자>mykoreaone@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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