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AY IT] 바이오X, 소니의 철학을 담다
[디지털데일리 한주엽기자] 노트북은 얇고 가벼워야 한다. 그래야 들고 다니기가 편하다. 책상 위에 놓고 쓰는 올인원 노트북일지라도 이왕이면 보다 얇고 가볍게 만들어야 여차하면 여기저기 옮겨 다니며 쓸 수가 있다.
감성적인 측면에서도 플러스 요인이 있다. 어딘가에서 잘 빠진 노트북을 쫙 펼쳤을 때 왠지 모를 으쓱함을 느낄 수 있으니까. 그러니까 얇고 가볍게 만들기란 아마도 모든 노트북 제조사가 추구하는 설계 방향일 것이다.
소니 바이오X는 얇고 가벼운 노트북의 결정판이다. 바이오X에는 소니의 제품 설계 철학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칼날이 연상되는 13.9mm의 두께와 745g의 무게를 실현하기 위해 소니는 제법 공을 들였다.
단면 메인보드를 새로이 디자인했고 얇음으로 불안한 내구성을 높이기 위해 하이브리드 탄소섬유를 케이스로 덮었다. 하드디스크 대신 SSD를 넣었으며 소형 MID에 들어가는 Z 시리즈 아톰을 CPU로 채택했다. 그렇게해서 지금까지의 바이오 시리즈 중 가장 얇고, 가장 가볍게 만들 수 있었다.
상판을 개방하면 하판 측면의 두께가 10mm를 넘지 않는다. 개폐식 랜포트를 넣은 걸 보니 일반 랜포트를 삽입할 공간조차 부족한 극도로 얇은 두께라는 생각이 머리를 스친다.
제품을 받아들고 이곳저곳 살펴보니 얇기에 놀라고 가벼움에 탄성을 내지른다. 지금 쓰고 있는 12인치형 서브 노트북이 탱크 같다는 느낌이 들기는 처음이다. 문득 갖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가격을 살펴보니 만만치가 않다. 179만9000원, 219만9000원. 그럼 그렇지.
전원 버튼을 누르니 초록색 LED 등에 불이 들어온다. 윈도7 운영체제가 뜨는데 꽤나 시간이 걸린다. 윈도7의 화려한 에어로 테마가 나타나니 버벅거린다는 느낌이 든다.
테마를 바꾸니 느린 감은 없어졌지만 음악을 틀어놓은 상태에서 다수의 브라우저 창을 띄우니 또 느려진다. 역시 아톰으론 무리라는 생각. 잘 빠진 스포츠카에 경차 엔진을 박아 넣은 기형적인 형상이다.
워드 프로그램을 띄워놓고 타이핑을 쳐본다. 11.1인치형의 화면 크기를 고려하면 키보드 배치는 제법 마음에 든다. 다만 오른쪽 시프트키의 길이가 짧아 쌍자음을 입력할 때 오타가 나는 건 거슬리는 부분. 얇음을 추구하다보니 키감이 그리 좋지 않다는 것도 아쉬운 점이다.
그래도 얇고 가볍다는 노트북 최고의 가치에 투자할 용의가 있다면 바이오X는 탐나는 물건임이 확실하다. 어디 가서 빠질 디자인은 아니다. 다만 아톰 CPU를 채택했고, 이로 인해 전체적으로 느린 속도를 경험해야 한다는 점은 지적하지 않을 수가 없다. 값이 저렴한 것도 아니고.
회사 발표와 제품의 살펴보니 아톰을 채택한 것은 최소 얇기와 무게를 구현하기 위한 극단적인 조치인 것으로 보인다. 한편으론 고집이다. 소니의 제품 설계 철학이기도 하다. 타협하지 않음이 부럽기도 하고, 안쓰럽기도 하다.
<한주엽 기자>powerusr@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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