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AY IT] 아이리버 스토리, 전자책의 가능성을 확인하다
[디지털데일리 한주엽기자] 아이리버의 첫 전자책 ‘스토리’는 전자책 시장의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었던 의미있는 제품이다.
앞서 삼성전자가 전자책 단말기를 내놓긴 했으나 예약판매 매진 등 후발주자인 아이리버 스토리에 대한 소비자들의 초기 반응은 굉장히 좋았다고 말할 수 있다.
이유야 있을 것이다. 6인치형의 전자잉크 디스플레이를 탑재한 아이리버 스토리는 순백색 컬러에 9.4mm의 얇은 두께, 편리해 보이는 쿼티 방식 키패드를 갖추는 등 아마존 킨들에 대한 소식을 접하며 지갑을 만지작거렸던 이들의 구매 욕구를 자극했던 것으로 보인다.
PDF와 ePUB는 물론 엑셀, 파워포인트, 워드의 문서도 변환 없이 바로 볼 수 있다는 장점도 크게 작용했을 것이다.
실제 받아든 아이리버 스토리는 생각보다 훨씬 더 얇고 가벼웠으며 예뻤다. 얇은 책 한권 무게보다 가벼운 284g의 중량에, 수백권의 책을 담아서 볼 수 있다고 생각하니 어쩐지 독서광이 될 수 있겠다는 야무진 꿈도 꿔볼 수 있겠다.
아래쪽 레버를 움직여 전원을 넣으니 흑백 전자잉크 디스플레이에 화면이 나타난다. 번들로 저장된 전자책 콘텐츠를 선택하고 3~4페이지 읽어보니 화면 넘어가는 속도가 생각보단 느리고 깜빡거리는 화면 뒤로 잔상이 남는 것도 확인된다.
이는 스토리의 단점이라기보다 흰색과 검은색으로 이뤄진 마이크로캡슐 형태의 전자잉크 알갱이가 화면에 달라붙고 떨어지는 ‘재배열’ 과정에서 생기는 한계다.
이러한 전자잉크의 한계(동작원리)는 밝은 대낮에도 높은 시인성을 제공함과 동시에 배터리 소모량을 크게 낮춰주는 효과도 준다. 다소 느리고 깜빡거리더라도 책 읽는 데에는 큰 지장이 없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를 두고 단점이라 몰아세우기도 힘들다.
햇볕이 내리쬐는 야외로 나가 스토리를 들어보니 또렷하게 보이는 글자가 마음에 든다. PMP나 휴대폰 액정으로는 상상할 수도 없는 시인성이다. 종이책과 마찬가지로 불빛만 있으면 어디서든 독서를 할 수 있을 것이다. 별도 백라이트가 없기 때문에 어두운 곳에선 책을 읽지 못한다는 점도 다르지 않다.
책 읽기 기능과 함께 지원되는 음악 재생, 음성 녹음도 요긴하게 활용할 수 있다. 쩌렁쩌렁 울리는 수준은 아니더라도 별도 스피커를 탑재하고 있기 때문에 음악을 들으면서 책이나 만화책을 보는 것도 가능하다.
아직 교보문고 등에 PDF와 ePUB 등 신작 콘텐츠가 풍부하지 않다는 점이 아쉽긴 하나 콘텐츠만 늘어나면 스토리로 독서광이 되는 것도 꿈은 아닐 것 같다. 적어도 책이 무거워서 자투리 시간 쪼개 독서하기가 힘들다는 핑계는 통하지 않을 듯 하다.
그러나 아쉬운 점도 있다. PDF 포맷의 책 파일을 읽을 때 화면을 확대하면 상하좌우 일부가 잘린다. 가로보기에선 아래쪽 부분은 무조건 잘리는 문제도 있다. PPT 파일을 읽을 때는 로딩 시간이 매우 길다는 점도 아쉬운 점이다. 이건 펌웨어 등을 통해서 고쳐져야 될 것이다.
좌우측에 위치한 뒤로, 앞으로 버튼은 누르는 감이 확실치 않아 두 번씩 누르는 경우가 많다. 디자인 표절 논란이 생겼을 수도 있겠지만 버튼 위치를 킨들처럼 조금 더 상단에 배치했더라면 누르기가 더 편리했을 것이란 생각도 든다.
<한주엽 기자>powerusr@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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