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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 IT기기 인증 폐지, 통신사 ‘우려’·제조사 ‘보류’ 입장차 왜?

윤상호 기자
[IT 전문 블로그 미디어=딜라이트닷넷]

어제 방송통신위원회에서 개인에 대해 방송통신기기인증제도를 사실상 폐지하는 정책을 내놨습니다. 대신 그 기기로 인해 문제가 생기면 책임은 모두 개인이 져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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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해외에서 구매한 스마트폰과 태블릿 PC 등 통신 단말기를 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 등 국내 통신사에서 개통하려면 전파인증을 받아야 했습니다. 통상 30만원 이상이 드는 전파인증 비용과 30일 정도 걸리는 기간 때문에 사용자들의 불만이 많았습니다. 같은 단말기라도 개인별로 인증을 개별적으로 받아야 했던 점도 문제였지요.

하지만 이제는 이런 걸림돌이 없어진 셈입니다. 예를 들면 미국에서 사서 쓰던 삼성전자의 휴대폰을 국내에 가져와 그대로 사용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국내에서 휴대폰을 구입하듯 통신사에 가입비만 내면 됩니다.

이번 제도 변경에 대한 통신사와 제조사의 입장은 어떨까요. 반응을 알아보니 통신사는 ‘우려’, 제조사는 ‘보류’ 정도로 정리됩니다. 왜 이런 반응이 나오게 된 것일까요. 통신사가 그동안 통제해오던 단말기 수급 관리 주도권이 무너질 수 있기 때문인 것이 가장 콥니다.

그동안 국내 이동통신사에서 사용할 수 있는 단말기 유통은 전적으로 통신사가 맡아왔습니다. 국내 소비자는 애플에게서 아이폰을 사는 것이 아닙니다. 애플에게서 물건을 받아온 KT에게 아이폰을 구입하는 것이지요. 즉 통신사가 원하는 단말기를 파는 것이지 사용자가, 제조사가 원하는 단말기를 구입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이번 조치로 이런 길이 열린 것입니다.

더구나 작년부터 통신사들이 각각의 단말기 라인업 보완을 위해 개인 전파인증 단말기 개통을 공식적으로 지원키로 한 것이 발목을 잡고 있습니다. 망연동 테스트로 대표되는 통신사별 네트워크 및 서비스 호환성 테스트를 거치지 않은 제품의 개통을 거부할 명분이 없습니다.

리스크만 커집니다. 개인이 개통한 단말기가 제대로 통신이 안되면 그 사용자는 이를 통신사 탓으로 여길 확률이 높습니다. 통신사로서는 억울한 일입니다. 여기에 이런 저런 단말기가 통신사의 계획보다 더 늘어나게 되니 네트워크에 걸리는 부하가 증가합니다. 안정적인 서비스를 위한 부담이 높아지는 것이지요. 전체 네트워크에 문제가 생기면 다른 사용자에게도 피해가 생깁니다.

단말 제조사도 유쾌한 상황은 아닙니다. AS 리스크가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삼성전자나 LG전자가 그렇습니다. 세계 2위, 3위 휴대폰 업체인 만큼 국내에는 팔지 않는 해외 전용 제품도 많습니다. 이들에 대한 AS는 글로벌 보증이 되지 않는 제품은 전적으로 사용자 책임이지만 어떤 식으로든 불만이 나올 수 있는 것은 긍정적인 상황은 아니지요. 공식 판매 외에 병행 수입 제품이 많은 디지털카메라가 좋은 예가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물론 개인이 들여오는 단말기가 지금 당장 급증할 확률은 거의 없습니다. 왠만한 스마트폰, 태블릿 PC는 모두 국내에서 유통되고 있고 해외에서 구매하는 제품도 약정 조건 등을 고려하면 비용이 저렴하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아이폰처럼 관심의 대상이 된 단말기가 해외 출시보다 국내 출시가 3~4개월 지연되는 경우에는 모르지요.

이런 업계의 반응을 고려해 정부가 향후 이번 전파인증 제도 개선에 대한 모니터링을 철저히 해야할 필요성이 있습니다. 특히 짝퉁폰, 분실폰, 조립제품 등이 판칠 수도 있습니다. 인증이라는 이를 걸러 줄 수 있는 과정이 생략된 것이니까요. 또 절차를 간소화 한다는 의미가 있지만 개인이 누릴 권리에는 책임도 따른다는 것에 대한 홍보도 게을리해서는 안되겠죠.

[윤상호기자 블로그=Digital Cult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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