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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삼성전자와 인수합병

한주엽 기자
[디지털데일리 한주엽기자] 18일 오전 9시. 서울 서초동 소재 삼성전자 사옥 다목적실. 이날 삼성전자는 제 42회 주주총회를 개최했다. 최지성 삼성전자 대표(부회장)의 성과 발표가 끝나고 질문 시간이 돌아오자 한 주주는 최 부회장에게 이렇게 말했다.

“애플 스티브 잡스가 갤럭시 탭에 대해 무시하는 발언을 했는데 삼성전자는 말이 없다. 말이 없으면 사실처럼 굳어질 수 있다. 잡스의 이 같은 무시 발언에 일침을 놓아달라.”

최 부회장은 “애플은 작년도 기준 삼성전자 제 1의 거래선이다. 우리 거래선에 대해 언급하는 것은 주주 여러분의 이익에도 부합되지 않는다. 양해해 달라.”고 답했다. 이어 “정 궁금하면 추후 우리 전략 담당이 설명 말씀을 올리면 안되겠나?”라고 물었다.

이 주주는 답답했던지 다시 마이크를 잡고 “그쪽도 바쁘고 나도 바쁜데 뭘 또 끝나고 보나. 나는 단지 삼성도 애플을 이길 수 있는 능력이 있고, 1~2년만 하면 애플을 넘어설 수 있다는 그런 답변을 듣고 싶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애플이 삼성전자의 고객사가 아니었다면 최 부회장은 어떤 식으로 이 주주에게 비전을 제시했을까. 삼성전자는 이 주주의 말처럼 1~2년만 하면 스마트폰과 스마트패드 분야에서 애플을 넘어설 수 있을까.

삼성의 씽크탱크 삼성경제연구소는 최근 스마트폰·스마트패드 시대를 맞이해 구글과 ARM이 차세대 ‘윈텔(MS+인텔)’로 부상하고 있다며‘GARM(구글+ARM)’에 주목하라는 보고서를 냈다. 연구소는 이 보고서를 통해 “시대의 흐름을 포착하고 작더라도 강한 세력(구글과 ARM 등)에 동참하라”고 조언했다. 갤럭시S로 주가를 높이고 있는 지금 삼성전자의 모습이다.

다만 연구소는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을 경우 전략 변화에 휘둘릴 수 밖에 없고 하청 제조업체에 머물 가능성이 크다는 경고도 했다. 혁신 세력에 동참하는 대신 종속은 되지 말란 뜻이다.
이들 세력에 종속되어 있는 한 일등을 한들 진정한 일등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종속에서 탈피할 수 있는 방법이 존재하는 지는 의문이다.

삼성전자는 혁신 세력과 협력하며 슬금슬금 바다를 키울 생각을 갖고 있는 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주력 세트 품목인 TV와 휴대폰이 개별적으로 개발자 생태계를 가져가고 있기에 바다로 그릴 수 있는 비전의 크기가 구글·애플의 그것과 비교해 작을 수 밖에 없다.


팜을 인수한 HP는 향후 모든 자사 디바이스에 웹OS를 심겠다고 한다. 삼성이 팜을 인수했더라면 어땠을까란 생각을 한다.
스마트폰·스마트패드와 관련되지 않았더라도 인수합병이 백지 상태에서 시장에 진입하는 것 보단 효율적일 수 있다. 애플이 인텔이 MS가 크고 작은 인수합병을 성사시키는 동안 삼성전자가 했던 일이란 내 것도 아닌 남의 플랫폼을 최적화하고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하는 데 돈과 시간을 썼던 것이다.

한국 내 사정에 정통한 후카가와 유키코 일본 와
세다대 교수는 지난 16일 삼성 수요사장단 회의에서 “오너인 이건희 회장의 강한 통찰력과 리더십이 삼성전자를 키웠고, 일본 기업들도 이러한 삼성전자를 공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가 인수 합병할 수 있는 기업이 얼마 남아 있지 않을 지도 모른다. 오너의 결단이 필요한 시기다.

<한주엽 기자>powerusr@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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