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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설] SK텔레콤, 플랫폼 부문 분할 배경은

채수웅 기자
- 통신기업 문화로는 새로운 영역 도전에 한계
- 성과 딜레마·카니발라이제이션 조율이 관건


[디지털데일리 채수웅기자] SK텔레콤이 오는 10월 1일을 목표로 플랫폼 자회사를 설립한다. 플랫폼 경영실, 오픈 플랫폼 부문, 뉴비즈 부문 등 현재 SKT 플랫폼 사업부문이 별도의 기업으로서 독자적으로 업무를 수행하게 된다.

SKT의 이번 플랫폼 사업 분할은 자아성찰로부터 시작됐다. 지난해 10월 정만원 전 사장이 3년간 1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히면서 플랫폼 부문은 SKT의 핵심으로 주목을 받아왔다.

하지만 채 1년도 되지 않아 분할 결정을 내린 이유는 더 이상 이동통신 기업에서의 플랫폼 사업 추진은 비전이 없다는 판단에서다.

SKT는 지난해 플랫폼 사업부문 신설 이전부터 이동통신 외 영역으로의 진출을 고민해왔다. 가입자 포화로 통신산업의 성장이 정체될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이유에서였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SKT 내에서의 비 통신영역 진출은 성과를 낼 수 없는 구조였다.

이동통신의 경우 요금정책, 마케팅 정책 등 결정을 내리는데 신중할 수 밖에 없는 구조다. 때문에 한 번 의사결정에 신중에 신중을 기하고, 다양한 경우의 수로 시뮬레이션을 해보는 것이 기본이다. 의사결정이 실패로 판정될 경우 회사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신중한 통신기업 문화는 플랫폼 사업에서는 '독'이 됐다. 신속한 의사결정을 통해 실패와 성공을 반복해야 하는 신사업에서 통신기업 SKT의 조직문화는 실패를 용인하고 다시 도전해야 하는 플랫폼 부문과는 맞지 않았던 것이다.

실제 SKT에 따르면 현재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트위터 서비스 방식이나 카카오톡 등 많은 것들에 대한 아이디어가 나왔지만 기존 사업 잠식 등의 우려로 추진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예전에도 플랫폼이라는 단어를 쓰지는 않았지만 새로운 먹거리를 찾기 위해 노력해왔고, 더 발전시키기 위해 CIC 제도도 도입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동전화 사업구조와 문화는 플랫폼과는 너무나도 큰 괴리가 있어 분할 결정을 내리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플랫폼 사업은 정교한 의사결정을 통해 결과물을 내놓은 것이 아니다"며 "시작했다가 아니다 싶으면 접을 수도 있고, 실패도 하고 계속해서 도전해야 하는데 기존 조직문화에서 벗어날 수 없는 한계가 있었다"고 덧붙였다.

플랫폼 자회사는 일단 현재 SKT 플랫폼 부문을 중심으로 연구개발 및 새로운 영역이 추가돼 설립될 예정이다.

하지만 새로운 영역을 찾아야 하는 부담감, 또한 계속해서 도전만 할 수는 없는 없는 만큼, SKT의 플랫폼 부문 분할은 결국에는 성과 딜레마에 빠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또한 SKT 플랫폼 자회사 설립으로 인한 조직원간 급여·복지 문제, 조직원간 다른 가치관에 따른 남고, 떠나는 사람들 등, 초창기 어수선한 분위기를 빠르게 추스리는 것도 숙제다. 무엇보다 플랫폼 자회사의 혁신적인 아이디어와 모회사 SKT 이동통신 사업간 카니발라이제이션 문제를 어떻게 조율할지가 관건으로 보인다.

<채수웅 기자>woong@ddaily.co.kr
채수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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