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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요금 인하정책, 과연 누구를 만족시켰나

채수웅 기자
[디지털데일리 채수웅기자] 오랜 진통 끝에 통신요금 인하 방안이 발표됐다. 하지만 사업자는 막대한 손실에도 불구, 소비자들이 느끼는 체감도는 낮을 수 밖에 없는 구조로 발표됨에 따라 통신요금을 둘러싼 관계자들인 정부, 정치권, 사업자, 소비자 모두가 만족하지 못하는 상황이 됐다.

2일 방송통신위원회와 SK텔레콤은 월 기본료 1000원 인하, 무료문자메시지 50건 제공, 모듈형 요금제 도입 등을 내용으로 한 통신요금 인하방안을 발표했다.

방통위와 기재부, 공정위 등이 지난 3월3일 통신요금 TF를 구성해 치열한 논의 끝에 내놓은 결과다.

하지만 중간에 한나라당이 개입하면서 통신요금 인하에 정치권이 개입해 결과물을 바꾸는 촌극이 벌어졌고, 오랜 기간 논의에도 불구, 소비자들이 느끼는 체감도는 낮을 수 밖에 없어 어느 누구하나 만족시키지 못한 정책이 될 것으로 보인다.

◆SK텔레콤 연간 7500억원 인하, 소비자 반응은?=SK텔레콤은 모든 가입자를 대상으로 기본료 1000원 인하, 무료문자 50건 제공, 맞춤형 스마트폰 요금제 도입, 선불요금제 인하 등의 내용을 발표했다. 연간으로 치면 무려 7500억원에 달하는 규모다.

하지만 실제 모든 가입자들이 일괄적으로 혜택을 보는 분야는 기본료 1000원과 문자메시지 50건이다. 금액으로 치면 2000원이다. 그나마 문자 사용량 확대에 따른 체감도는 제각각이다.

때문에 소비자들 반응은 냉담 그 자체다. 네티즌들은 방통위의 무능력함을 성토하고, 1000원 인하로는 만족할 수 없다는 의견이 대다수다.

한 네티즌은 "겨우 천원 내리고 이 난리냐"는 반응을 보였고, 또 다른 네티즌 역시 "정성이 눈물 겹다. 혹시 0이 하나 빠진 것은 아니냐"는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소비자의 체감도와 사업자의 체감도는 180도 다르다. SK텔레콤은 기본료 인하 만은 어떻게든 막을려고 했지만 결국, 정부와 정치권에 굴복했다. 기본료 1000원 인하로 감소하는 매출은 3120억원에 달한다.

후발사업자인 KT와 LG유플러스도 고민에 빠졌다. 특히 매출구조에서 기본료 비중이 높은 LG유플러스는 기본료를 인하할 경우 재무적으로 상당한 어려움에 빠질 전망이다. 하지만 시장 지배적 사업자가 요금을 내린 만큼, 후발 사업자 입장에서는 따라가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이다. 그야말로 '진퇴양난'이다.

◆정치권에 무릎꿇은 방통위…정치권은 만족?=당초 통신요금 TF 방안에 기본료 인하는 포함되지 않았다. 하지만 한나라당 이주용 정책위의장의 호통 이후 전격적으로 포함됐다. 소비자들이 체감할 수 없는 방안은 당에서 수용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SKT는 물론이고, 앞으로 조만간 결정을 내려야 할 KT, LG유플러스는 수용할수도, 따라가지 않을 수도 없는 진퇴양난에 빠졌다. 기본료 인하는 매출은 물론, 이익감소와 직결되는 문제기 때문이다.

하지만 1000원 인하 방안이 발표된 이후 오히려 민심은 사납게 변하고 있는 상황이다. 만약 한나라당이 통신비 인하로 물가안정, 민심회복을 노렸다면 이는 아직까지는 별 효과가 없어 보인다.

방통위 역시 사업자들의 투자여력, 후발사업자의 재정적 능력 등을 감안해 기본료 인하를 검토하지 않았지만 결국은 정치권 요구에 무릎을 꿇은 셈이 됐다.

이와 관련 양문석 방통위 상임위원은 페이스북에 "더 이상 특정 정치권력의 전시행정을 위한 몰상식한 압박에 굴복하지 않는 방통위, 정치적 중립을 기반으로 한 합리적인 정책을 제시하는 방통위, 천원짜리 방통위가 아닌 만원짜리 이만원짜리 방통위가 돼야 한다"고 밝혔다.

결국 아직까지는 사업자는 막대한 재정적 손실을, 소비자는 쥐꼬리만한 만족을 얻게 됐다. 또한 방통위는 산업을 감안하지 않은 정책집행이라는 오명을, 정치권 역시 국민의 만족을 이끌어내지 못하면서 모두가 만족하지 못한 정책이 될 가능성이 높아보인다.

<채수웅 기자>woong@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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