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애플, 부품 공급업체 다변화 움직임… 삼성전자 의존도 낮춘다

한주엽 기자
[디지털데일리 한주엽기자] 삼성전자와 특허 전면전을 펼치고 있는 애플이 아이폰과 아이패드에 탑재되는 주요 부품 공급 업체를 다변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완제품 분야 최대 경쟁자인 삼성전자로부터 부품 수급 의존도를 줄이는 동시에 특허 소송에서 상대를 압박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지난 15일 로이터는 반도체 위탁생산업체인 대만 TSMC가 애플의 차세대 모바일AP인 A6 프로세서를 시험 생산하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시험 생산은 대량 공급 계약을 체결하기 전 단계를 뜻한다. TSMC가 만든 A6 프로세서의 수율 및 성능 테스트 통과 여부에 따라 대량 공급 계약이 이루어질 것이라고 로이터는 보도했다.

모바일AP는 스마트폰과 태블릿 등 모바일 기기에 탑재되는 시스템 반도체로 PC로 치면 두뇌 격인 CPU에 해당된다.

삼성전자는 초기 아이폰 모델에 탑재됐던 A4 프로세서의 설계와 생산을 도맡아서 했다. 아이폰4와 아이패드에 탑재된 A5 프로세서는 애플이 반도체 설계 업체인 파 세미(PA Semi)를 인수한 이후 독자 설계한 것이지만 이 역시 전량 삼성전자가 위탁 생산하고 있다.

업계에선 TSMC가 애플의 요구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할 경우 인텔이 애플 칩을 위탁 생산할 수도 있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인텔은 반도체 위탁 생산 사업을 하지 않고 있지만 향후 애플과의 관계를 위해 PC용 프로세서의 생산량을 조절해서라도 애플 칩을 만들 수도 있다는 것이다. 어떤 경우든 삼성전자의 매출 하락은 피할 수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다만 업계 일각에선 애플이 삼성전자와 완전히 등을 돌릴 가능성은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 2012년 말까지 공급 계약이 체결되어 있는데다 안정적인 부품 수급을 위해 삼성전자는 애플에게도 꼭 필요한 존재라는 것이다.

특히 완제품의 경박 단소화에 유리한 모바일D램·낸드플래시·AP 멀티칩패키지(MCP)를 삼성전자가 개발해 제안할 경우 디자인과 완성도를 중요시 여기는 애플이 이를 거절하기 힘들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애플이 모바일AP 외에도 일본 도시바로부터 조달받는 낸드플래시 물량도 늘리고 있다”며 “이 같은 부품 공급망 다변화는 위험 관리를 위한 기업의 통상적 활동이지만 완제품 분야의 최대 경쟁자이자 특허 소송 상대방인 삼성전자를 압박하려는 의도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애플은 지난해 삼성전자로부터 6조원 이상의 반도체와 LCD를 구매한 대형 고객이다. 지난 1분기에는 소니를 제치고 최대 삼성전자의 최대 고객으로 올라섰다.

<한주엽 기자>powerusr@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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