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켓몬스터, 정말 먹고 튀었나
[IT전문 미디어블로그 = 딜라이트닷넷]
‘먹튀!’
티켓몬스터가 미국의 리빙소셜에 인수되자 업계 및 언론 일각에서는 신현성 대표를 이처럼 비판하곤 합니다. ‘먹고 튀었다’는 것입니다. 이들은 “회사 내실은 다지지 않고 몸집 불리에만 급급하다가 회사를 팔아치워버렸다”고 비판합니다.
그러나 반대 편에서는 ‘근래에 보기 힘든 스타트업 벤처의 성공사례’라고 칭찬하기도 합니다. 10년 전 벤처 거품이 꺼진 이후 20대 청년들의 도전정신이 사라졌는데, 이 같은 성공사례는 다시 청년들의 도전정신에 불을 지필 것이라고 기대하기도 합니다.
과연 어떤 시각이 올바른 것일까요? 이런 회사 매각은 비판을 통해 유사한 사례가 등장하지 않도록 방지해야 하는 것일까요, 아니면 칭찬하고 권장해야 하는 것일가요?
우선 다른 사례를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IT업계에서 청년들이 벤처기업을 창업하고, 이를 매각하는 일은 무수히 많습니다.
동영상 사이트 유튜브는 2006년 구글에 인수됐습니다. 인수금액은 무려 16억5000만 달러에 달했으며, 유튜브 창립자 3인방은 6500억원에 달하는 돈방석에 앉았습니다.
티켓몬스터 신현성 대표가 먹튀라면, 유튜브 창립자 3인방도 먹튀일 것입니다. 구글에 매각될 당시 유튜브 역시 별로 내실 있는 회사는 아니었습니다. 웹2.0이라는 유행에 편승해 사용자는 급증했지만 매출도 거의 없었고 매출을 낼 방안도 없었습니다.
국내에서는 ‘첫눈’ 사례가 있습니다. 장병규 블루홀 스튜디오 이사회 의장이 설립했던 검색기술 개발업체 ‘첫눈’은 2006년 NHN에 의해 350억원에 인수됐습니다. 당시 첫눈은 우수한 검색기술을 보유하고 있다고 알려져 있었지만, 검증된 상태가 아니었습니다. 정식으로 서비스를 선보이기 전에 매각됐기 때문입니다. 당연히 매출도 없었습니다.
기술력이 있다는 소문만 있을 뿐 정식 서비스를 시작하지도 않은 기업을 NHN에 350억원이라는 거금에 팔아넘겼으니 장병규 의장은 ‘먹튀’라고 비판받아야 할까요?
하지만 유튜브나 첫눈의 매각 사례를 두고 ‘먹튀’라고 비판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습니다. 오히려 이들은 도전정신이 강하고, 성공한 사업가로 평가받아왔습니다.
반대로 누구나 먹튀라고 비판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외환은행 사태에 연루된 론스타입니다.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는 IMF 당시 외환은행을 헐값에 매수해 최근 매각하려고 시도하고 있습니다. 론스타는 이 과정에서 천문학적인 배당, 주가조작, 세금 탈루, BIS(자기자본) 비율 조작 논란 등으로 비판을 받았습니다.
론스타가 먹튀라는 비난을 받는 이유는 불법적 요소가 개입됐기 때문입니다. 망해가는 회사를 싸게 인수해 정상적인 회사로 재정비한 후 비싸게 파는 행위자체를 ‘먹튀’라고 보기는 힘듭니다.
티켓몬스터의 경우는 아직 매각과정에서 드러난 불법적 징후는 없습니다.
티켓몬스터가 ‘먹튀’라고 비판받는 것은 ‘몸집 불리기’와 ‘안 팔겠다던 약속’ 때문인 것으로 보입니다.
‘내실 없이 몸집을 불려 비싸게 매각한 것’이라는 사실 자체도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사실이라고 가정한다해도 매출이나 이익, 회원수 등에 대한 자료를 거짓으로 꾸미지 않았다면 이를 두고 먹튀라고 보기는 힘듭니다.
부실한 회사였다면 그 가치가 거래 금액에 반영됐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리빙소셜이 바보가 아니라면 내실 없고 몸집만 큰 회사를 터무니없이 비싸게 살 이유는 없기 때문입니다.
‘안 팔겠다던 약속’은 신 대표의 도덕성 논란을 낳고 있습니다. “안 팔겠다더니 거짓말쟁이”라는 것입니다. 이는 다소 비판의 여지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를 두고 부도덕하다고 비판하는 것은 다소 가혹합니다.
물건을 팔 사람이 안 팔아도 좋다는 태도를 취하고 있어야 물건 값이 올라가는 법입니다. 신 대표가 먼저 팔겠다고 여기저기 알리면 협상력이 약화될 수밖에 없습니다.
또 모든 인수합병은 비밀리에 이뤄집니다. 계약서에 도장 찍기 전에 언론에 매각 가능성이 보도됐을 때 사실이 아니라고 발뺌하는 것은 매우 흔한 일입니다. 이를 두고 도덕성 논란이 불거진다면 인수합병의 99%는 도덕성 논란이 일어야 할 것입니다.
[심재석기자 블로그=소프트웨어&이노베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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