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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은 1% 시장”…고성능 x86 서버의 도전은 성공할까

백지영 기자

 

[디지털데일리 백지영기자] 과연 고성능 x86 서버는 유닉스‧메인프레임 플랫폼이 차지하고 있던 시장을 대체할 수 있을까.

최근 8소켓(CPU)의 고성능 x86 제품이 출시되면서 이에 대한 업계의 관심이 커지고 있어 주목된다.

특히 지난 4월 인텔이 한 개의 CPU에서 10개의 코어까지 장착할 수 있는 서버 프로세서(코드명 웨스트미어-EX)를 출시하면서 1대의 8소켓 서버 시스템에서는 무려 80개의 코어를 탑재할 수 있게 됐다. 이는 확장성 측면에서 기존의 유닉스 서버를 뛰어넘는 수준이다. 성능 및 안정성 측면에서도 유닉스 서버를 충분히 대체할 수 있다는 것이 관련 서버 업체들의 주장이다.

◆8소켓 서버, 전체 x86 시장의 1%도 안 돼=그러나 CPU가 8개 탑재되는 8소켓 이상 서버 시장은 1% 미만이다. 여전히 국내 x86 서버 시장의 대부분은 2소켓 제품이 주를 이루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IDC 자료에 따르면, 지난 1분기(1월~3월) 8소켓 이상 서버가 전체 x86 서버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에도 못 미치는 0.75%(매출액 기분)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판매대수로는 23대에 불과했다. 이는 국내 x86 서버가 한 분기에 평균 2만대 이상 팔리는 것에 비하면 미비한 수치다.

현재 국내 x86 서버 시장에서는 2소켓 서버가 75%로 대부분을 이루고 있고, 4소켓이 약 10%, 1소켓 서버도 약 14%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CPU 자체의 성능이 높아지면서 2소켓  서버의 경우도 충분한 성능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 관련 업체들의 설명이다.

즉 여전히 많은 업체들은 x86 서버를 웹이나 WAS 등의 용도로 사용하는 반면, 안정성 및 확장성이 필요한 DB 등의 업무로는 유닉스나 메인프레임을 선호하고 있다.

한 서버업체 관계자는 “현재 추세로 봤을때 8소켓 이상의 제품을 찾는 고객 수요는 한정돼 있다”며 “또한 8소켓 서버는 가격이 비싸기 때문에, 오히려 2소켓 서버를 여러개 붙여서 사용하는 고객들이 많다”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가상화와 클라우드 컴퓨팅 트렌드가 시장을 주도하면서 x86 서버의 선전이 계속되고 있지만, 아직까지 금융권과 제조 기업들은 안정성을 이유로 유닉스 서버를 선호하고 있다”며 “다만 많은 데이터를 빠르게 처리할 수 있는 분야에서는 8소켓 이상 x86 서버가 유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현재 8소켓 서버 시장을 적극적으로 내세우고 있는 한국HP와 한국후지쯔 등의 업체들은 “데이터베이스(DB)부터 비즈니스 인텔리전스(BI), ERP, 미들웨어, 가상화, 범용 서버, 고성능 컴퓨팅(HPC) 등 다양한 분야의 미션 크리티컬한 업무에 모두 적합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8소켓 x86 서버, 유닉스 시장 대체 충분해”=실제 성능이 중요하면서도 장애가 발생하면 안 되는 대표적인 미션크리티컬한 영역인 증권거래시스템이 x86 서버 기반으로 돼 있다는 점은 많은 시사점을 남긴다.

한국HP 유충근 이사는 “여전히 국내에서는 x86 서버가 미션크리티컬 환경에는 사용할 수 없을 것으로 지난 편견이 있지만, 메인프레임이나 유닉스 서버를 사용하던 다른 나라의 증권거래시스템은 지난 10년 내에 대부분 x86 서버로 변경됐다”며 “이들은 트래픽 폭주에 따라 시스템이 느려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x86 기반의 클러스터 시스템으로 구성돼 있다”고 설명했다.

뉴욕증권거래소나 런던증권거래소가 대표적이다. x86 서버는 유닉스에 비해 박스당 복구 능력은 떨어지지만, 분산된 시스템에 데이터들이 중복 저장돼 있기 때문에 시스템 장애로 직결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국내에서도 핵심 업무를 대상으로 x86 서버 도입이 점차 늘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관리가 용이한 8소켓 이상의 고성능 x86 서버 도입도 계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후지쯔 x86 서버 플랫폼 담당 하욱완 대리는 “8소켓 이상의 고성능 x86 서버를 살펴보면 대부분 메인프레임이나 유닉스 서버에서 기술적인 부분을 대다수 차용한 것을 볼 수 있다”며 “1~2소켓의 서버를 네트워크 형태로 붙여 사용하는 것과 8소켓 이상의 x86 서버 를 도입하는 것은 사용 용도나 지향점이 다르다”고 강조했다.

특히 HP와 후지쯔 등 8소켓 x86 서버를 출시하고 있는 업체들은 기존 자사의 메인프레임이나 유닉스 아키텍처 및 기능을 채택해 성능은 물론 안정성이 높다고 설명한다.

◆“우리가 최고”…고성능 x86 서버 경쟁 치열=관련 시장에서 가장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는 곳은 한국HP다. HP는 올 1분기 기준 국내 8소켓 x86 서버 시장에서 97.2%의 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한국HP는 지난해부터 자사의 대표 유닉스 서버인 ‘슈퍼돔’ 아키텍처에서 가져온 차별화된 기능들을 통해 경쟁사들과 분명한 차이점을 갖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를 통해 윈도 및 리눅스 환경에서도 미션 크리티컬 컴퓨팅 영역을 책임지고 있다고 강조한다.

HP의 8소켓 서버인 ‘DL980 G7’<사진>은 x86 서버 제품임에도 불구하고 유닉스 서버를 담당하는 BCS(비즈니스 크리티컬 시스템) 사업부에서 담당하고 있다.

한국HP BCS 사업부 양승호 차장은 “DL 980은 HP 고유의 프리마 아키텍처를 적용하고 있어 동적 라우팅 및 장애를 자가 치유할 수 있는 기능을 갖고 있다”며 “이를 통해 x86 서버지만 유닉스 서버와 같은 안정성을 제공하는 것은 물론 200% 이상의 가용성이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한국후지쯔는 또한 최근 8소켓 x86 서버인 ‘프라이머지 RX900S2’를 출시했다. 이 제품은  특히 OLTP 전문 벤치마크 기관인 TPC의 TPC-E 벤치마크에서 최고 성능을 기록했다.

한국후지쯔 하욱완 대리는 “이는 과거 인텔 아이태니엄 프로세서가 장착됐던 후지쯔의 대표 x86 서버였던 프라임퀘스트와 동일한 아키텍처를 기반으로 설계돼 안정성이 뛰어나다”며 “프라임퀘스트는 도쿄증권거래소에 구축돼 있을 정도로 높은 안정성을 자랑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차별화된 기술 및 운영 노하우를 바탕으로 고성능 x86 서버 시장에서 후지쯔의 역량을 높일 것”이라며 “관련 제품은 최근 국내 금융권과 공공, 교육 분야 등에서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밖에 한국오라클과 한국IBM 등도 이 시장에서의 경쟁자다. 한국IBM의 경우 엄밀하게 말해 8소켓 서버를 출시하고 있지 않지만, 2개의 4소켓 서버를 연결해 8소켓 서버로 제공하고 있다.

IBM의 x86 서버인 ‘x3850 X5’의 경우, 메모리와 CPU 사이의 병목현상을 해결해주는 ‘맥스5’ 기술을 통해 CPU 활용율을 높여주는 것이 특징이다.

한국IBM 박완호 상무는 “소켓수는 이제 의미가 없어지고 있다”며 “이보다 중요한 것이 아니라 높아지고 있는 CPU 성능을 얼마만큼 활용할 수 있느냐에 관건”이라고 지적했다.

한 서버업계 관계자는 “8소켓에 이어 조만간 16소켓 서버도 출시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유닉스 서버를 대체하려는 고성능 x86 서버 시장은 점차 커질 것”이라며 “특히 각 업체들의 기술이 집약된 8소켓 이상 서버 판매는 기존 2~4소켓의 매출에도 영향을 주는 만큼, 관련 업체들의 자존심을 건 싸움은 계속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백지영 기자>jyp@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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