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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FA2011] 전자업계 침체기 탈출 해법은…친환경·소프트파워·원가절감

한주엽 기자

[디지털데일리 한주엽기자] 2일(현지시각) 독일 베를린 IFA 전시장 내 미디어 센터.

흰머리가 무성한 오수미 마사키 도시바 부석부사장이 올해 IFA 전시회의 기조연설을 하기 위해 천천히 단상 중앙으로 걸어 나올 때만 해도 이 곳에 모인 수백여명의 청중은 그의 발표에 큰 기대를 하지 않는 눈치였다. TV 등 주요 제품군은 삼성전자와 같은 한국 기업에 기가 눌렸고, 최근 동일본 대지진으로 제조 인프라에도 큰 타격을 입었기 때문이다.

이런 분위기를 모를 리 없는 오수미 부사장은 일본 억양이 섞인 독일어로 “일본은 대지진으로 큰 피해를 겪었지만 독일을 비롯한 유럽의 지원으로 큰 보탬이 됐다. 정말 감사드린다”며 담담하게 운을 뗐다.

연설은 영어로 이어졌다. 그는 “대지진은 동일본 산업 인프라에 큰 타격을 줬고 이 영향은 동경을 넘어 일본 전역에 퍼졌다”며 “지진을 계기로 에너지의 중요성을 절실하게 깨달았고, 우리 모두도 친환경 기술을 생각해야 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

오수미 부사장은 이어 배터리를 탑재한 TV의 데모를 선보였다. 이 제품은 전력 사용량이 적은 심야에 자동으로 배터리를 충전하고, 전력 공급량이 부족한 저녁에 배터리 만으로 3시간 가량 TV가 구동되도록 설계된 것이었다. 대지진 이후 전력 공급이 불안정해진 일본의 상황을 고려한 듯 하다.

오수미 부사장은 “대기 전력이 제로인 ‘에코칩’을 탑재한 TV와 블루레이 플레이어를 연내 출시하는 한편 태블릿에도 가전 제품의 에너지를 관리할 수 있는 기능을 넣을 것”이라며 “그간 축적한 전력 기술을 기반으로 송전망 등 새로운 에너지 관리 솔루션을 전 세계에 공급할 것”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전자업계가 경기 불안의 영향으로 침체기 빠져 있는 가운데 도시바가 이번 IFA 전시 현장에서 제시한 탈출 해법은 ‘친환경’ 기술이었던 셈이다.
오수미 부사장의 이 같은 기조연설이 끝나자 장내에는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도시바 외에도 친환경 기술을 해법으로 제시한 글로벌 업체가 많다. 로랭 애버디 파나소닉 유럽지역 최고경영자(CEO)는 오는 2018년 친환경 기술 분야에서 글로벌 톱이 될 것이라는 중장기 목표를 밝혔다. 라인하르트 진칸 밀레 회장도 스마트 기술과 태양열, 물과 같은 친환경 에너지를 활용한 가전 제품을 적극 육성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일렉트로룩스, 보쉬, 지멘스 등 유럽의 전통 가전 업체를 포함해 한국의 삼성전자와 LG전자도 생활가전 사업에서 친환경 기술이 향후 가전 사업의 성패를 가늠할 것이란 의견에 동의했다.

◆또 다른 해법… 소프트파워·원가절감

삼성전자와 소니는 소프트파워·플랫폼 경쟁력을 해법으로 제시했다. 최지성 삼성전자 대표 부회장은 1일 베를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하드웨어·소프트웨어·서비스를 통합하는 역량이 가장 중요하다
삼성전자는 이미 확보된 하드웨어 경쟁력을 바탕으로 핵심 소프트웨어와 솔루션 사업 역량을 확보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이번 전시에 스마트TV의 플랫폼 경쟁력을 강조했고 자체 운영체제(OS)인 바다 2.0도 첫 선을 보였다.

소니는 첫 태블릿 신제품을 공개하는 동시에 자사 하드웨어와 조화를 이루는 음악·영화 네트워크 플랫폼 ‘소니 엔터테인먼트 네트워크’의 구체적인 서비스 계획을 밝혔다. 콘텐츠 서비스 레벨의 플랫폼으로 자사 하드웨어의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소니는 이번 IFA 전시에서 이들 서비스 플랫폼과 결합되는 인터넷 TV와 태블릿 신제품을 소개했다. 하워드 스트링어 소니 회장은 “애플에 비해 태블릿 출시가 늦긴 했지만 누가 더 잘 만들었느냐가 중요하다”며 플랫폼 경쟁력으로 시장을 공략할 것임을 시사했다.

삼성전자와 소니의 이 같은 행보는 구글과 애플이 플랫폼 헤게모니를 쥐고 소형 모바일 기기를 중심으로 시장을 좌지우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원가절감도 중요한 침체기 탈출 해법으로 제시됐다. LG전자는 그간 자회사인 LG디스플레이와 대만 업체들로부터 LCD TV용 패널을 공급받았으나 60인치 이상 대형 LCD TV용 패널에 대해서는 일본 샤프와 공급 협상을 논의 중이다. 부품 수급처를 다변화해 원가 절감을 하겠다는 의도인 것으로 풀이된다. LG전자 고위 관계자는 “최근 한국 업체 관계자로는 최초로 일본 샤프의 10세대 라인을 견학하고 왔다”며 “패널 공급을 받기 위해 가격 등을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IFA 전시회에서 이러한 침체기 해법이 전해진 가운데 라이너 해커 독일가전통신전자협회(GFU) 감독이사회 회장은 “유럽의 어려운 경제 상황이 계속되고 있지만 이번 IFA 전시회가 전자 및 가전 시장 확대에 큰 기여를 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베를린(독일)=한주엽 기자>powerusr@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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