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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LAY IT] 소니 바이오 Z, 지독한 고집과 혁신

한주엽 기자

[디지털데일리 한주엽기자] 플래그십 노트북 바이오Z는 소니의 기업 문화를 단적으로 말해주는 제품이다. 풀 옵션 가격이 400만원에 가까운 이 비싸디 비싼 노트북을 2주일간 쓰면서 느낀 건, 품질을 최우선으로 꼽는 소니의 지독한 고집과 이러한 고집에서 나온 설계 및 소재 선택의 탁월함, 그리고 혁신이다.

"소니 노트북은 좋다, 갖고싶다"라는 평가는 특히 90년대부터 노트북을 써왔던 마니아층에서 강하다. 미국 기업의 노트북은 실용적이긴 하나 갖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는 품평과 상반된다. 적당히 설계하고 남의 공장에서 찍어내듯 만들어내거나, 이미 만들어진 노트북에 상표만 갖다 붙여 판매되는 제품과는 격이 다르다는 것이다. 확실히 소니 바이오Z 시리즈는 애플의 맥북과 비교하면 뭔가 다른 묘한 매력이 있다. 매우 정말한 기계를 사람이 나사 하나하나를 조여 만든 것 같은 일본 전자제품 특유의 감성이랄까.

바이오Z에는 현존하는 최고 사양의 PC 부품이 탑재된다. 어지간해선 보기 힘든 풀HD 해상도의 13.3인치형 액정, 2세대 인텔 코어 i7 프로세서, 레이드로 묶인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8GB DDR3 메모리, 대용량 리튬이온 배터리, 멀티터치와 제스처를 지원하는 터치패드, 백라이트 키보드 등. 별도 판매되는 도킹 스테이션을 활용하면 확장성을 높일 수 있고 외장 그래픽 칩을 통해 3D 게임까지 원활하게 즐길 수 있다.

소니는 이러한 고사양 부품을 탑재하고도 16.65mm의 얇은 두께와 1.16kg의 가벼운 무게를 구현했다. 이는 맥북 에어와 삼성전자 시리즈9보다도 얇고 가벼운 것이다. 무엇보다 이 정도 액정 크기에 1.16kg의 무게를 구현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소니는 무게를 줄이고 강도를 높이기 위해 상 하판 소재로 카본파이버(탄소섬유)를 채택하고 손목이 닿는 팜레스트는 알루미늄 소재를 사용했다.

본체와 액정이 연결되는 나사 구멍부터 메인 기판, 레이드로 묶인 SSD 모듈, 얇은 냉각팬과 특별한 형상의 방열판은 모두 소니가 직접 설계, 제작한 것이다. 바이오Z가 고성능과 휴대성, 그리고 안정성을 모두 확보할 수 있었던 비결은 바로 이러한 소니 특유의 정밀한 설계 덕분일 것이다.

얇고 가볍게만 만드려다 무게 배분을 제대로 하지 못하면 자판을 칠 때 액정이 앞 뒤로 흔들리는 현상이 발생하기도 한다. 바이오Z는 상판 개방 시 상판 뒷 부분이 바닥에 닿아 고정돼 이런 문제가 생길 여지가 없다. 더불어 하판과 바닥 사이가 살짝 벌어져 뜨거운 공기를 쉽게 배출해낸다. 비록 키의 반발력이 적고 눌러져 들어가는 깊이가 한정돼 있어 타이핑감은 다소 떨어지긴 하나 전반적인 사용성을 평가하자면 어디 하나라도 흠 잡을 곳이 없다.

물론 이 제품을 바라보는 곱지 않은 시각도 있다. 가격이 매우 비싸기 때문. 300만원을 훌쩍 넘는 이 제품을 구입할 바에야 일반 노트북 2~3대를 사겠다고 말하는 이들이 많다. 소니 바이오Z는 많이 팔릴 제품은 분명 아니다. 그러나 바이오Z에 적용된 설계 기술은 부품 공용화를 통해 중간급, 그리고 최하위급 노트북에도 그대로 녹아들 수 있다.

소니는 지난해 도쿄 본사의 기획 설계팀을 생산 공장이 있는 나가노로 이동시켰다. 설계와 생산 부문을 물리적으로 한 곳에 두고자 하기 위함이다. 설계 및 생산 담당자가 매일 얼굴을 맞대면 품질은 물론 비용 효율성까지 제고할 수 있다. 장인 정신에 비용까지 절감할 수 있다라는 것은 가까운 미래에는 이 좋은 제품을 조금 더 싼 가격에 살 수 있을 것이라는 뜻으로도 해석이 가능하다.

<한주엽 기자>powerusr@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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