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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트라북의 미래, 인텔에게 재앙일까 축복일까

윤상호 기자

[IT 전문 블로그 미디어=딜라이트닷넷]

[디지털데일리 윤상호기자] 인텔이 야심차게 밀고 있는 모바일PC 플랫폼 ‘울트라북’이 밀려온다. 삼성전자 LG전자 HP 도시바 등 국내 시장에도 7개 신제품이 공개된 상태다.

울트라북은 ‘넷북’처럼 기존 노트북에 비해 성능은 약간 떨어지지만 휴대성을 극대화 한 제품이다.

인텔은 기본적으로 PC 부품 업체다. PC 판매 대수가 늘어나야 매출이 증가한다. 인텔의 PC용 중앙처리장치(CPU) 점유율은 1위다. PC 보급률이 높아진 지금은 수동적인 방법으로는 매출 증가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CPU 가격을 올리는 것도 쉽지 않다. 독점 논란 탓이다.

때문에 인텔은 PC 교체 수요를 두고 경쟁사와 다투는 것보다 세컨드PC 시장을 활성화 시키는 것이 유리하다. PC 제조사도 나쁠 것이 없다. 다른 부품 업체 협력을 기대할 수도 있다.

이를 노린 인텔의 전략은 PC의 새로운 분류를 창출하는 것이다. 데스크톱과 노트북 2종으로 나뉜 시장을 3종, 4종으로 세분화 해 1가정당 2개 PC를 넘어 1인당 2개 PC를 사도록 하기 위해서다. 고성능 노트북을 보유하고 있지만 이동이 잦은 사람은 세컨드 노트북을 하나 더 구매하도록 권하는 방법은 “노트북을 2개 사세요”보다는 “노트북과 넷북을 사세요”라고 말하는 것이 효율적이다.

2008년 제시한 넷북과 넷톱 전략은 절반의 성공을 거뒀다. 넷북 시장은 생겼지만 넷톱 시장은 자리잡지 못했다. 넷북과 넷톱은 기존 CPU보다는 성능이 낮지만 저렴한 ‘아톰’ 프로세서 매출을 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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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시장은 생겼지만 인텔이 원하는 방향으로 가지는 않았다. 넷북은 글로벌 경제 위기와 물려 기존 노트북 시장을 잠식했다. PC 제조사가 인텔이 원했던 가격보다 비싸게 제품을 판 것도 영향을 미쳤다. 인텔은 고가 CPU 1개 매출이 저가 CPU 1개 매출로 바뀐 셈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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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인텔은 울트라씬이라는 명칭을 들고 나왔다. 울트라씬은 두께 25mm 내외의 두께에 초저전력(ULV) 프로세서를 탑재한 노트북이다. 넷북과 노트북의 사이 제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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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텔의 노림수는 울트라씬이 넷북을 대체하는 것이었지만 울트라씬도 노트북을 잠식했다. 그사이 노트북은 데스크톱을 대신했다. PC는 계속 팔리는데 인텔은 이도저도 아닌 상황에 놓였다. 인텔도 “울트라씬은 실수”라고 인정했다.

그사이 시장은 급변했다. 넷북은 스마트폰과 태블릿PC의 도전을 데스크톱은 노트북의 도전을 받고 있다. 노트북은 본연의 휴대성 보다는 올인원PC처럼 변하고 있다. 데스크톱은 하향세다.

새 성장동력 창출도 쉽지 않았다. 인텔의 모바일인터넷디바이스(MID) 플랫폼은 소비자에게 외면 받았다. 모바일 기기 제조사는 인텔이 아닌 ARM 코어를 사용한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를 선택했다. AP 업체는 PC도 넘보고 있다. PC 운영체제(OS) 1위 마이크로소프트(MS)도 윈도8 OS부터는 ARM 계열 AP를 지원한다. ‘스마트북’이라는 ARM 계열 AP의 모바일PC 도전이 무위로 그친 것은 윈도가 없었던 것이 가장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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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텔의 숙제는 세컨드PC 시장 창출은 물론 기존 시장 수성, 신성장동력 마련까지 3개로 늘어났다. 울트라북은 이 숙제를 해결하기 위해 제출한 첫 번째 답안이다.

인텔은 지난 5월 대만에서 열린 ‘컴퓨텍스 2011’에서 처음 울트라북 개념을 들고 나왔다. 당시 인텔은 32나노 2세대 인텔 중앙처리장치(CPU), 두께 20mm 미만, 가격 1000달러 이하 모바일PC를 울트라북 기준으로 제시했다.

이 기준은 상품화 과정에서 다듬어졌다. 인텔코리아는 현재 울트라북 기준은 ▲인텔 2세대 저전력 중앙처리장치(CPU) ▲두께 21mm 이하 ▲배터리 5시간 이상 사용 ▲최대 절전모드서 7초내 부팅 등이라고 밝혔다. 두께가 완화됐고 가격이 빠졌다. PC 제조사는 애플의 ‘맥북 에어’와 경쟁할 수 있는 플랫폼이 생겼다.

인텔의 목표는 울트라북이 2012년 말까지 전체 PC의 40%를 차지하는 것이다. 결국 넷북과 태블릿 쪽이 타깃이다. 저가 CPU(아톰)를 대신하고 ARM계열 AP를 견제할 수 있는 지점이다. 2세대 CPU 매출을 극대화하고 3세대 공정으로 넘어가는 발판도 마련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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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트라북은 ‘재주는 인텔이 넘고 돈은 PC 제조사가 버는 상황’을 바꿀 수 있을까? 울트라북 자체 전망은 밝다. 문제는 가격이다. 인텔이 생각했던 1000달러 울트라북은 없다. 넷북보다는 기존 노트북을 잠식할 가능성이 높다. ‘노트북이 아니다 울트라북이다’가 울트라북을 소개하는 인텔의 마케팅 메시지다. 그러나 정작 울트라북이 노트북을 대체하면 인텔은 울트라북을 만든 의미가 없다.

[윤상호기자 블로그=Digital Cult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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