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스템

IT 업계에서 커지는 신중론…“SW진흥법 개정, 꼭 지금 해야하나”

박기록 기자

[디지털데일리 박기록기자] 다시 맹렬한 한파가 몰아친 7일, 이날 하루종일 IT서비스업계의 촉각은 온통 정치권을 향해 있었다.

 

다름아닌 IT업계 내부에서조차 '과도한 규제' 여론이 높은 'SW산업진흥법'개정안이 8일 국회 지식경제위원회 법안소위원회에 상정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됐기 때문이다.

 

법안소위를 통과하면 곧바로 9일 전체회의를 열고 법안통과 심사를 진행하게 된다.


정치권은 그 법안이 가진 폭발력이 어느정도인지 가늠하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IT업계 입장에선 되돌릴 수 없는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주지하다시피 SW산업진흥법 개정안에는 국내 IT 대기업에 대한 강력한 규제가 핵심이다. 

 

즉, 정부가 발주하는 공공정보화사업에서 중소업체를 보호하기 위해 매출액 8000억원 이상 IT기업은 80억원 이하의 사업(기존 40억원)에는 참가할 수 없다. 8000억원 미만은 40억원(기존 20억원)이하 사업참여가 제한된다. 

 

특히 통상 '대기업'으로 분류되는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에 속하는 회사들은 아예 사업금액에 관계없이 공공 IT사업에 참여가 제한된다. 반면 외국계 IT대기업에게는 이렇다할 규제가 없어 형평성 논란과 함께 역차별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

 

그러나 이를 놓고 IT업계 내부에서는 'MB식 상생' 또는 '칸막이식 상생'의 한계를 뛰어넘지 못할 것이라는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공생이 아니라 IT생태계를 교란시켜 오히려 공멸을 가져올 것이란  지적이 그것이다.

 

IT업계에선 정치권이 4월 총선을 앞두고 있는데다 최근 '재벌 개혁'이 화두가 되면서 애꿎게도 그 불똥이 IT 대기업으로 튀고 있는 형국이라는 진단을 내리고 있다.  

 

◆"공생, 공멸...활시위 떠나면 파장 불가피" IT업계에선 신중론  = IT서비스업계 전문가들은 국내 IT시장의 생태계를 생각하는 차원에서라면 'SW산업진흥법'이 시간에 쫓겨 졸속으로 처리되기 보다는 좀 더 의견수렴을 통해 충격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신중론에 무게를 싣고 있다. 

 

총선이후 19대 국회에서 차분하게 논의해도 늦지 않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지금까지의 법개정 논의 과정을 보면 졸속이란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지난해 10월26일 지식경제부가 '공생발전형 SW 발전 전략'을 처음으로 제시한 이후, 2월 임시국회에서 'SW산업 진흥법'으로 구체화되기까지 불과 4개월밖에 걸리지 않았다. 그 과정에서 IT서비스협회가 법안 개정에 대한 반대입장을 표명하는 등 신중론을 제기하기도 했으나 묵살됐다. 

 

물론 재벌 계열사들이 계열 SI(시스템통합) 물량을 몰아 주고 있고, 그것이 시정돼야 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은 IT업계 내부에서도 공감을 얻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아예 사업 접근을 강제로 차단시킨 '칸막이식' 규제는 IT생태계 자체에 왜곡을 줄 수 있고, 궁극적으로 IT산업의 경쟁력으로 오히려 후퇴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정책적 효과에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SW산업진흥법' 개정안, IT업계에서 반대 목소리 큰 이유 =  'SW산업진흥법' 개정안 통과시 예상되는 문제점들은 지금까지 이런 저런 경로를 통해 적지않게 제기된 바 있다. 
 
먼저, 과잉규제의 문제다. 
개정안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매출 8000억원 이상의  대기업은 80억원 이하(기존 40억원)의 공공 IT사업 참여할 수 없다. 그러나 이와는 별개로 상호출자제한기업에 속하는 기업은 금액에 상관없이 아예 사업 참여가 금지됐다. 

 

이에 대해 IT서비스업계에서는 "80억원 미만 사업참여 제한이 올해 1월 발효된만큼 최소한 어느 정도 시행이나 해보고, 이후 상호출자제한기업에 대한 전면제한 조취가 취해졌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SW산업진흥법' 개정안이 이중규제, 중복규제의 성격을 가지고 있음을 지적한 것이다.

 

또한 '대형 공공 IT사업에서 대기업의 역할을 분리해내기가 어렵다'는 현실론도 무시할 수 없다. 이른바 공공 IT서비스 품질의 하락 위험성이다.

 

실제로 정부및 공공기관 IT기획 실무자들은 기존 대기업들이 제공해왔던 IT서비스 품질의 연속성이 향후 규모가 적은 중소기업으로 대체될 경우 제대로 보장될 수 있을것인지에 상당한 우려를 표명해 왔다.

 

IT서비스업계에선 '공공및 전자정부 서비스'의 경우, 작은 오류의 발생에도 사회적 혼란과 피해가 막대하기 때문에 IT서비스의 안정적인 연속성을 유지하기위해 부도위험이나 경영위험이 상대적으로 적은 대기업의 역할이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이와함께 우수한 공공IT 인력의 소실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공공시장 대기업 참여 전면제한 정책으로, 기존 공공 IT사업을 수행했던 우수한 IT인력들이 아예 다른 영역으로 이동한다는 지적이다. 즉, IT대기업에서 유출된 공공 IT전문가들이 고스란히 중소 IT업체로 수평이동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이와관련 IT서비스업계의 한 관계자는 "IT인력들이 중소기업으로 전직하기보다는 동일 대기업내에서 다른 직군으로 전직하는 경우가 훨씬 더 많다"고 전했다.

 

그리고 국내 대형 IT서비스업체의 해외시장 진출의 경쟁력이 줄어들 가능성도 문제점으로 제기되고  있다.


지금까지 IT서비스 기업들은 국내 공공시장에서의 성공사례를 기반으로 해외진출에 나섰지만 공공 레퍼런스가 없을 경우, 글로벌 IT서비스 시장 진출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그것이다. 


LG CNS가 지난해 수주한 콜롬비아 보고타 교통카드시스템 수출의 경우, 서울시 교통카드시스템 구축 사례가 검증되면서 수주에 성공한 것이 대표적이다.

 

또한 현행 규제는 국내 대기업에만 적용됨에 따라 IBM 등 외국계 IT업체들이 공공IT시장에서 사실상 특혜를 받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 것도 심각한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특히 공공 IT시장에서 외국계 업체 의존도가 커질 경우, 이는 공공정보 유출 등 또다른 리스크를 키울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편 IT업계 전문가들은 이번 'SW산업진흥법' 개정안에 대해 정책적 이득을 보는 '수혜자'가 마땅히 없다는 점을 들어 정책적 실익이 없음을 지적하고 있다.

 

대기업의 공공IT사업을 차단하면 그에 따라 기존의 영세 중소기업이 '강소 기업'으로 질적인 업그레이드를 해야한다.

 

하지만 현재로선 그러한 소프트웨어적인 발전 전략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 IT업계의 비판이다.

 

칸막이만 쳐두면 중소기업이 스스로 자생력일 갖고 발전할 것이란 생각은 너무 근시안적인 접근이라는 지적이다.

 

IT 대기업들의 입장에선 당연히 이 개정안이 상정되지않는 것을 바라지만 중소 IT업체도 막연한 기대감만 있을 뿐 선뜻 환영할만한 세밀한 논리는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박기록 기자>rock@ddailyc.co.kr


박기록 기자
rock@ddaily.co.kr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디지털데일리가 직접 편집한 뉴스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