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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류하는 재난망 사업…와이브로 딜레마 빠진 행안부

채수웅 기자
[디지털데일리 채수웅기자] 행정안전부가 와이브로 딜레마에 빠졌다. 수년째 답보상태를 면하지 못하고 있는 재난안전통신망 사업의 해결사로 와이브로가 등장했지만 주파수, 투자비용 등의 문제로 재난망 기술로 채택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무엇보다 주파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할 경우 결국 재난망 사업은 테트라(TETRA) 자가망을 중심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이 역시 행안부 입장에서는 부담스럽다. 결국 수년째 헛 논의만 하고 시간만 버린셈이 됐기 때문이다.

◆테트라?…“사실은 와이브로를 원해”=재난망 사업은 2003년 행정자치부 주관으로 디지털 TRS 테트라 방식으로 통합해 일원화하는 기본계획을 확정해 본격적으로 추진됐다. 하지만 2008년 2월 감사원의 지적과 KDI의 타당성 재조사로 사업추진방식의 적정성과 경제성 등이 논란이 제기되며 지금까지 사업이 중단된 상태다.

사업이 중단된 가장 큰 이유는 기술의 독점, 비용 문제였다. 행안부는 재난대응 목적으로 특화된 무선기술인 테트라로 재난망을 구축할 계획이었지만 기술의 독점논란, 경제성 시비에 휘말렸다.

시간이 지나며 와이브로가 대안으로서 급부상했다. 테트라의 경우 음성 중심의 2G 기술로 본다면 와이브로는 영상, 이미지 등도 전송할 수 있는 광대역 기술이다. 해외에서도 장기적으로는 와이브로, LTE 등을 관련 기술로 고려하고 있다는 점에서 와이브로는 괜찮은 대안이었다.

특히, 와이브로는 우리가 기술종주국으로 불리울 만큼, 관련 특허 및 기술개발에 강점을 지니고 있다. 많은 중소기업을 참여시키는 것은 물론, 와이브로 산업 활성화 차원에서도 이보다 좋을 수는 없다. 정부 입장에서는 외국 기업이 기술을 장악하고 있는 테트라보다는 최적의 대안인 셈이다.

주파수·경제성 논란 어떻게 극복할까=하지만 와이브로가 재난망 기술로 채택되기 까지에는 여러 해결해야 할 문제가 있다.

특히, 주파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할 경우 와이브로가 재난망 기술로 채택될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행안부는 방송통신위원회에 아날로그 방송 종료로 나오게 되는 700MHz의 일부를 할당해달라고 요청한 상태다.

하지만 방통위는 내부적으로는 모바일 브로드밴드용으로 사용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이미 일부는 이동통신용으로 할당하기로 결정했다. 지상파 방송사들의 반발로 최종 결정을 내리지는 않았지만 재난망 용도로 배분하는 것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현재 방통위는 와이브로 주파수로 2.3GHz와 2.5GHz 주파수를 보유하고 있다. 2.5GHz 대역의 경우 제4이동통신 이슈가 있지만 2.3GHz는 충분히 재난망 용도로 배분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저대역인 700MHz 주파수에 비해 효율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비용이 상당히 증가할 수 밖에 없는 구조이다. 전문가들은 700MHz 이외 대역에서 와이브로 자가망을 구축할 경우 예비타당성조사를 충족시키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행안부 내부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외부에서 보면 행안부가 와이브로를 들러리로 세우고 테트라를 채택하려는 것 같지 않지만 그렇지 않다”며 “공무원 입장에서는 와이브로가 채택돼야 정책적, 산업적으로도 공적을 인정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행안부는 공식안을 만들어 오는 7월경 예비타당성 조사를 신청할 계획이다. 재난망 사업이 결국은 테트라로 결정될지, 와이브로가 막판 뒤집기에 성공할 수 있을지 관심이다. 아울러 올해 이후 정부 ICT 조직 개편이 이뤄진다는 점에서 사업이 내년 이후로 연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10년 가까이 끌어온 재난망 사업이 올해 결실을 맺을 수 있을지 행안부 결정에 통신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채수웅 기자>woong@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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